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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0일 수요일

박테리아는 어떻게 편모 하나로 헤엄치는가 ?



 편모 (flagellum) 는 세균의 대표적인 운동 기관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세균들이 한개나 혹은 그 이상의 편모를 이용해 헤엄쳐 다니는데 생물학 관련 전공을 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박테리아의 편모는 (Bacterial flagella) 다세포 동물의 운동기관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기관입니다. 왜냐하면 모터 보트의 모터처럼 회전 운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균 편모는 진정한 의미의 생물 학적 모터입니다.




(박테리아의 편모의 모식도. 박테리아의 편모는 원핵세포의 같은 이름의 기관과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생물학적 모터라고 할 수 있음. A Gram-negative bacterial flagellum.
A flagellum (plural: flagella) is a long, slender projection from the cell body, whose function is to propel a unicellular or small multicellular organism. The depicted type of flagellum is found in bacteria such as E. coli and Salmonella, and rotates like a propeller when the bacterium swims.
The bacterial movement can be divided in 2 kinds: run, resulting from a counterclockwise rotation of the flagellum, and tumbling, from a clockwise rotation of the flagellum.)



(편모와 섬모 (cilia) 의 운동 방식의 차이. 편모는 그림처럼 회전운동으로 프로펠러 처럼 추진력을 발생시키는데 시계 방향이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모두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음  


 박테리아의 편모의 회전 운동의 에너지는 전기가 아니라 양성자 (proton, 즉 수소 이온) 의 흐름에 의한 에너지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proton motive force) 그리고 결국 이 에너지는 박테리아의 cell metabolism 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죠. 편모의 구조도 박테리아에 따라 약간 차이가 존재하지만 rotary motor 의 구조는 ATPase 와 비슷한 방식이라서 연관성이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박테리아는 이 편모를 회전시켜 마치 프로펠러처럼 추진력을 얻게 되는데 회전 기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뒤로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세균의 크기에 비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어 자기 몸길이의 60 배나 되는 거리를 1 초만에 이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모는 좌우로는 추진력을 만들 수 없는데 방향은 어떻게 바꾸는 것일까요 ?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편모를 여러개 가지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개의 편모를 이용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박테리아도 존재하지만 바다에 서식하는 운동성 박테리아 (Marine motile bacteria) 의 90% 는 사실 한개의 편모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개의 편모를 가지는 대신 한개의 편모만 있다면 그만큼 적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셈이라 생존에 유리한 점도 있긴 하겠지만 대체 방향 전환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 편모아래 부분에 복잡하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별도의 기관이 존재한다면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는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데 MIT 의 로만 스토커 교수 (Roman Stocker, an associate professor in MIT's Department of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를 비롯한 연구팀은 박테리아들이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이용해 기발한 방식으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고 Nature Physics 에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은 초당 1000 프레임에 고속 카메라로 한개의 편모만을 가진 박테리아의 움직임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한 결과 고속으로 회전하는 편모의 아랫부분 (hook 이라고 불리는 부분, 100 nm 길이) 이 좌굴 (buckling : 축방향으로 압축력이 가해졌을 때 순간적으로 휘는 현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그 순간은 10 밀리세컨드 (즉 1/100 초) 에 불과하지만 박테리아가 사는 미시세계에서는 그 정도로도 방향을 전환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에게 1 초는 매우 긴 시간이니까요. 



(Motile marine bacteria exploit a buckling instability of the flexible hook (green) at the base of their flagellum (yellow) to change swimming direction, turning what is otherwise a structural failure into a fundamental biological function. (Credit: Kwangmin Son, Jeffrey Guasto, Glynn Gorick and Roman Stocker))


 위의 개념도에서 볼 수 있듯이 박테리아는 편모로 한쪽 방향으로 진행하다 방향을 바꿔야 할 때 편모를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회전 시킵니다. 그러면 순간 앞으로 가려는 관성과 뒤로 미는 힘에 의해 hook 부위에 아래위로 미는 압력이 걸리면서 휘는 좌굴 (buckling) 이 나타납니다. 이 때 편모는 추진력은 앞뒤가 아닌 좌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방향 전환이 이뤄집니다. 일종의 조절된 실패 (controlled failure) 라고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10 밀리세컨드에 이와 같은 방향 전환이 이뤄지게 되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몇차례에 걸쳐 방향을 바꿔야 하겠지만 그래도 한번 동작에 10 밀리세컨드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인간의 눈으로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 처럼 보이게 됩니다. 또 박테리아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 정도 공간을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추가로 편모를 더 가지는데 드는 에너지 보다 더 적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버그 (Howard Berg, the Herchel Smith Professor of Physics and professor of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at Harvard University) 교수는 사실 한개의 편모가 생각보다 더 경제적인 방식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왜냐하면 편모에 드는 에너지 중 상당량은 편모를 움직이는 것보다 만드는데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서는 다수의 편모가 더 유리한 환경도 있을 것입니다. 움직이는 거리가 많지 않은 환경이거나 먹이를 구하기 쉬운 환경이라면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주 에너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환경이라면 어쩌면 한개의 편모가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환경의 압력에 의한 진화의 선택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Kwangmin Son, Jeffrey S. Guasto, Roman Stocker. Bacteria can exploit a flagellar buckling instability to change directionNature Physics, 2013; DOI: 10.1038/nphys2676





댓글 3개:

  1.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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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이글을 고등학교 주제탐구중에 선행연구 및 이론적 연구에 인용할려고 하려는데 그래도 될까요? 물론 블로그 주소는 참고 문헌에 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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