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류 (Sauropoda) 공룡들은 오랜 세월 인간에게 경이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상 동물이었던 이들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과 수십톤이 넘는 거대한 체중을 지탱하며 오랜 세월 지구상에서 번성했습니다. 현생 인류는 한번도 용각류를 포함한 공룡과 마주한 적이 없지만 각종 영화, 미디어, 만화 등에서 이미 이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입니다. 용각류의 거대한 몸집은 일반인들에게도 경이와 호기심의 대상이지만 사실 공룡 연구자에게도 매우 궁금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
수많은 공룡 연구자들이 대형 용각류가 왜 거대해졌고,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에는 사실 매우 논란이 존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이들이 온혈이었는지 혹은 냉혈 동물이었는지 (만약 온혈 동물이라면 같은 체중이라도 더 많은 먹이를 먹어야 함) 주로 물속에서 살았는지 지상을 걸었는지 (이 부분은 사실상 지상을 네발로 걸어다녔던 것으로 결론이 남) 그리고 먹이를 어떻게 섭취했는지 등이 그런 내용이 되겠습니다.
이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입으로 어떻게 그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역시 현대의 연구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토니 브룩 대학 (Stony Brook University) 의 고생물학자인 마이클 데믹 (Michael D'Emic) 과 그의 동료들은 용각류의 치아에 이 공룡의 성공의 비결이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이 PLOS ONE 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용각류의 이빨은 놀랄만큼 빠르게 교체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CT 스캔과 현미경적 방법을 통해 카마라사우루스 Camarasaurus 와 디플로도쿠스 Diplodocus 의 이빨 화석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입안에 빽빽하게 나있는 연필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었는데 현대의 연구자들은 공룡의 이빨이 현생 포유류 처럼 일생동안 한번 갈리는 것이 아니라 상어나 악어 처럼 계속 빠지고 새로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기다란 연필같은 이빨을 지닌 Diplodocus longus 의 화석 Skull of Diplodocus longus (AMNH: 969) from Bone-Cabin Quarry, north of Medicine Bow, Wyoming. W. D. MATTHEW. public domain)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공룡의 치아는 불과 1-2 달 사이에도 교체된 것 같다고 합니다. 이들은 미세한 흔적으로 남아 있는 화석 이빨의 성장선 (Growth Line) 및 기타 특성을 바탕으로 이와 같이 추정했습니다. 즉 이들은 막대한 양의 거친 식물을 먹는데 최적화된 치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대신 빠르게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실제로는 거대 초식 공룡들이 주식으로 삼는 먹이에 따라서 다른 진화 전략을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플로도쿠스 같은 경우에는 빠른 이빨 교체 주기가 무기였다고 생각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입니다.
사실 거대 초식 공룡들의 화석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런 작은 입으로 거대한 몸일 지탱하려면 아마 깨어 있는 시간 중 상당수는 먹는데 할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빨이라도 빨리 교체된다면 임플란트도 필요없고 (?) 충치 걱정도 없었겠죠. 대신 비효율적인 이빨로 엄청난 먹이를 먹어야 하는 고충이 있었을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ichael D. D’Emic, John A. Whitlock, Kathlyn M. Smith, Daniel C. Fisher, Jeffrey A. Wilson. Evolution of High Tooth Replacement Rates in Sauropod Dinosaurs. PLoS ONE, 2013; 8 (7): e69235 DOI: 10.1371/journal.pone.0069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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