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

2013년 7월 20일 토요일

디트로이트 파산 신청




 2013 년 7월 18 일 디트로이트 시는 동부 미시간 연방 파산 법원 (Eastern District of Michigan U.S. Bankruptcy Court) 챕터 9 파산 (Chapter 9 bankruptcy) 을 신청했습니다. 대략적인 규모는 약 180 억에서 200 억 달러 선으로 추정되는데 (중간 추계는 185 억 달러)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지방 자치 단체 파산 신청으로 만약에 받아들여 진다면 기존의 기록이던 앨라배마주 제페슨 카운티 (Jefferson County, Alabama) 의 40 억 달러 (2011 년) 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 될 예정입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 (2013 년 7월 20일) 까지의 상황은 사실 좀 유동적입니다. 디트로이트 시 재정위기 관리인인 케븐 오어 (Kevyn Orr) 가 릭 스나이더 (Rick Snyder) 미시간 주지사의 승인을 얻어 연방 파산 법원에 신청한 디트로이트 시 파산보호 신청서는 그 다음날인 19일 미시간 주 잉엄 카운티 순회 법정 (Ingham County Circuit Court) 의 로즈마리 아퀼리나 판사 (Rosemarie Aquilina ) 에 의해 철회 명령을 받았습니다. 


 아퀼리나 판사는 연금 수혜자 2 명의 소송 심리 판결에서 스나이더 주지사에게는 연금 수혜자들의 혜택을 축소하거나 손상할 권한이 없다면서 파산 보호 신청 절차를 중단 시킬 수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다시 빌 슈트 미시간 주 검찰총장이 다시 항소법원에 이의를  신청하는 등 이틀 사이에도 꽤 우여 곡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진짜로 디트로이트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그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파산의 중요한 원인인 연금 시스템 문제가 앞으로도 큰 이슈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파산 신청의 경우 신청한다고 법원에서 바로 승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대략 30 - 90 일 정도 심의를 거쳐 연방 파산 법원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파산 남발로 인한 도덕적 해이와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런 법률적 절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 신청이 승인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디트로이트 파산' 은 정확한 기사 제목이 아니며 지금 시점에서는 '디트로이트 파산 보호 신청 (City of Detroit filed for Chapter 9 bankruptcy)'이 맞는 기사 제목입니다.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파산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디트로이트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인 1942 년에 찍은 사진. 이미 이시기 도심에는 마천루가 형성되어 있고 도시의 현대적인 외관은 최근에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디트로이트는 한 때 미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공업 도시였습니다.  Looking south down Woodward Avenue (then US 10, now M-1) from the Maccabees Building with the Detroit, Michigan, skyline in the distance. Arthur Siegel, FSA-OWI  public domain )



 디트로이트는 1701 년 세워진 도시로 1805 년에서 1847 년까지 미시간 주의 주도로 미국에서는 비교적 오래되고 중요한 도시중에 하나였습니다. 1903 년 헨리 포드가 이 도시에 포드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 이후 닷지 형제 (Dodge brothers), 팩커드 (Packard), 월터 크라이슬러 (Walter Chrysler) 등 여러 자동차의 선구자들이 여기에 공장을 세웠기 때문에 곧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가 되었습니다. 


 여러 회사들이 합병을 거치면서 회사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써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졌고 곧 디트로이트는 거대 자동차 회사와 강력한 자동차 노조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또 흑인 인구가 많아서 흑인 민권 운동의 산실이 되기도 했으며 미국 첫번째 흑인 시장이 탄생한 메이저 도시가 된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르네상스 센터와 GM 의 본사. 과거 디트로이트의 영광을 상징하던 마천루 건물 The Detroit International Riverfront. Behind is the Renaissance Center, GM World Headquarters, Detroit, Michigan.   public domain image)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영광은 20 세기 후반 서서히 저물기 시작합니다. 1950 년대 185 만명으로 인구 정점을 찍은 디트로이트 시는 2013 년에는 인구가 70  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운명을 겪게 됩니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이미 1950 년대 부터 그 조짐이 보였는데 당시 아웃 소싱 및 원가 절감을 위해 공장들이 점차 외부로 빠져나가고 기술 혁신을 이전만큼 많은 노동자가 필요없게 되면서 일자리 역시 10 년간 15 만이나 감소하게 됩니다. 


 여기에 오일 쇼크와 미국 경제 침체, 일본차의 미국 시장 공략, 미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공장 해외 이전, 기술 혁신에 따른 공장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원가 절감을 위한 아웃 소싱 확산으로 인해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게 됩니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 자체가 계속해서 위축되고 공장의 해외 이전 가속화, 미국 자동차 메이커인 빅 3 의 위기 등이 겹치면서 디트로이트는 건물과 집들이 버려진 거대한 슬럼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디트로이트 시내 곳곳에는 빈집과 버려진 건물들이 철거되지도 않고 방치되어 마치 유령 도시를 연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958 년 문을 닫은 팩커드 자동차 공장의 폐허  Western part of the abandoned Packard Automotive Plant in Detroit, Michigan. 


 부유한 백인들이 빠져나간 디트로이트 시는 지난 60 년간 인구 구성에서도 극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1950 년 백인/흑인의 비율은 83.6%/16.2% 였지만 2010  년에는 10.6%/83.6% 로 사실상 반전되어 미국에서 가장 흑인 비율이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남은 인구의 상당수가 가난한 극빈층 인구라는 점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록적으로 높은 실업률과 더불어 높은 범죄율로 말미암아 디트로이트 시는 2012 년까지 4 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지목되었습니다. 2008 년에는 미시간 주에서 발생한 살인 범죄의 2/3 가 디트로이트 시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범죄는 마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범죄율은 다시 인구를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디트로이트 시의 재정 상태는 극도로 열악해져 사회 간접 자본 및 공공 인프라 유지조차 버거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인구와 법인이 줄어 세수는 줄어드는데 지출은 그만큼 줄지 않다보니 시의 재정은 점점 지방채 같은 부채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2013 년에 이르러 사태가 매우 심각해지자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 (공화당) 은 케븐 오어 변호사를 3월 14일 비상 재무 담당자로 선임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오어가 내놓은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 진 부채는 대략 185 억 달러 수준인데 그보다 더 문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대로라면 이번 회계 년도에 1억 6200 만 달러 정도 현금 흐름 부족이 예상되며 시의 재정 적자가 두달 내로 3 억 8600 만 달러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디트로이트 시 예산의 1/3 이 퇴직자 연금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해 시 재정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인프라 유지 및 공공 서비스 감축, 인력 감축, 자산 매각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디트로이트 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출을 사실 더 줄여야 합니다. 그중에 퇴직 공직자 (일반 연기금 포함 시 경찰, 소방관 연기금 단체) 에 대한 연금은 앞으로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뜨거운 감자가 될 예정입니다. 


 연기금 부족분을 시 재정으로 보태주는 방식- 즉 퇴직자 보조금 retiree benefits (참고로 한국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공무원 연금 부족분을 법으로 책임지게 되어 있음) - 을 개혁하지 않으면 도저히 디트로이트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또 각종 공공 시설 (박물관, 공원 등) 도 매각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해당 직원과 공무원들이 반발이 심해 사실상 오어 변호사와 비상 재정 관리팀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연방 정부가 관여하든지 아니면 미 정치권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물론 연기금이 아니라 디트로이트 시의 인구와 산업이 급격히 줄어들어 시 재정이 매우 열악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입은 쉽게 줄어도 지출은 쉽게 줄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또 산업의 몰락이나 인구 구조 변화는 지자체의 노력으로 반전시키기 쉬지 않다는 점도 시사점입니다.


 디트로이트 파산 신청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될지 저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교훈은 알 수 있습니다. 점차 인구가 노령화 되면서 지출은 자연 증가하지만 수입은 그만큼 증가할 지 장담하기 힘든 한국의 지자체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지자체의 경우 더 그렇겠죠. 아직 일부 예외를 제외한 한국의 지자체들은 부채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황당한 사업을 벌이거나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마구잡이로 쓰다보면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참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