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세기와 21 세기에 이르러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달갑지 않은 부산물로 막대한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환경으로 유입되었습니다. 이제 다양한 동식물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화학 물질 외에 인간이 만든 화학 물질이나 혹은 인간이 오염시킨 중금속을 체내에 가진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 되버린 상태입니다. 그 결과 일부 동식물 섭취를 제한해야 할 필요까지 생겼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메틸 수은 methyl mercury 입니다. http://blog.naver.com/jjy0501/100159561718 참조 )
저 멀리 북극에 서식하는 동물에게도 이는 예외가 아닙니다. 식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지구 온난화에 의해 설자리가 줄어서고 있는 북극곰 역시 북극권의 상위 포식자로써 생물농축에 의한 오염 물질 농도 증가를 피할 순 없는 처지입니다. 캐나다와 덴마크의 합동 연구팀이 밝힌 바에 의하면 이제 북극곰의 뇌에서도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장이라곤 전혀 없다시피한 그린란드의 스코스비 해엽 (Scoresby Sound, East Greenland) 에서 캐나다의 칼튼 대학 ( Carleton University ) 과 덴마크의 오르후스 대학 (Aarhus University ) 의 북극 연구자들은 8 마리의 북극곰 개체에서 확보한 뇌조직에서 인위적으로 합성된 화학 물질인 PerFluoroAlkyl Substances (PFASs) 에 속하는 물질들을 확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두마리의 새끼 북극곰. 인간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에 서식하는 이들도 환경 오염의 여파를 피해갈 순 없습니다. Credit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
PFASs 와 연관된 화합물질은 지난 60 년간 산업적으로 생산된 화학물질들로 방수 및 방유 코팅, 종이, 카페트, 식품 포장등 아주 다양한 영역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40 년간 지구 전역에서 그 농도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수많은 동식물에 흡수되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발암성 및 생식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데 특히 먹이 사슬에서 위로 올라갈 수록 생물학적 농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극곰은 인간에 의해 사냥되는 경우를 빼고 나면 자연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속합니다. PFASs 중에서도 특히 생물학적 농축 (biomagnification. 먹이 사슬을 통해 올라가면서 오염 물질의 농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 이 크게 일어나는 물질인 perfluorooctane sulfonate (PFOS) 와 그 그룹의 물질인 perfluorinated carboxylate (PFCAs) 은 이번 연구에서 북극곰의 체내, 특히 뇌 조직에도 농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본래 뇌의 경우 Blood Brain Barrier (BBB) 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에 쉽게 오염물질이 침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PFASs 의 대부분은 사실 간에 축적됩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이미 북극곰의 뇌에 까지 PFOS 및 몇가지 비슷한 물질들의 농축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것이 단지 저 멀리 그린란드에 사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닐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르후스 대학의 Rune Dietz 교수는 "PFOS 가 북극곰에서 쉽게 BBB 를 통과할 수 있다면 인체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라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PFOS 와 그 유사 물질인 perfluorooctane carboxylate (PFOA) 은 이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생산이 금지되어 더 이상 환경으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개도국,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이 물질이 계속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번 환경으로 이 물질이 유출되면 이 물질의 유용한 특성 - 잘 분해되지 않는 점 - 이 오히려 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환경 유해 물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환경으로 유출되면 이를 회수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만큼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 공장도 없는 저 멀리 그린란드의 북극곰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외국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는 일이니까요.
참고
Journal Reference:
- Greaves, A.K., R.J. Letcher, C. Sonne, R. Dietz. Brain region distribution and patterns of bioaccumulative perfluoroalkyl carboxylic and sulfonic acids in highly exposed East Greenland polar bears (Ursus maritimus).Environ. Toxicol. Chem., 2013 DOI: 10.1002/etc.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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