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수족구병 Hand, Foot, and Mouth Disease (HFMD) 주의보



 최근 국내 언론들이 질병 관리 본부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바에 의하면 현재 수족구 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 396 개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족구병 표본 감시 결과 의심 환아의 수는 6월 30 일부터 7월 6일 까지 외래 환자 1000 명당 17 명, 7월 7일 - 13 일 사이에는 14.4 명으로  작년 동기 의 13.8 명과 14.1 명에 비해 다소 증가하는 양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달 들어 생후 12 개월 영아와 5 세 영아가 사망하는 등 드물긴 하지만 사망 사례 보고도 있었다고 합니다. 


 수족구 병은 (Hand, Foot, and Mouth Disease (HFMD)) 피코르나과 바이러스 (picornaviridae family) 에 의해 생기는 인체 감염 질환으로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콕사키 A 바이러스 (Coxsackie A virus 특히 Coxsackievirus A type 16 (CVA16) 이 가장 흔함 이외에 coxsackievirus A5, A7, A9, A10, B2, B5 strains 에서 발생가능) 와 엔테로바이러스 71 (enterovirus 71  EV - 71) 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10 세 미만의 영유아로 여름과 가을이 유행철입니다. 주변에서 보기 드물지 않기 때문에 증상 역시 실제로 본 경우도 많았을 텐데 이름처럼 입안의 물집과 궤양, 손과 발의 수포성 발진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열이 있더라도 미열 정도이며 열이 없는 경우도 흔하며 인두 발적을 동반하면서 혀와 볼 점막, 후부인두 구개, 잇몸과 입술에 수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손발의 발진의 경우 손에 더 흔하고 3-7 mm 정도의 작은 수포성으로 손등과 발등에 잘 나타나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수포는 바이러스가 점막과 피부에서 괴사와 염증을 일으켜서 발생하게 됩니다. 대개는 일주일에서 10 일 정도면 호전되는 경미한 감염성 질환입니다. 



(11 개월 영아의 입술 주위에 나타난 전형적인 수족구병 수포  
https://en.wikipedia.org/wiki/File:Hand_Foot_Mouth_Disease.png )



(손과 발의 수포와 발진
https://en.wikipedia.org/wiki/File:Characteristic_rash_of_hand,_foot,_and_mouth_disease,_on_human_hands.jpg )     


 사실 치료는 대부분 필요 없으며 진단을 위한 특별한 검사도 필요 없습니다. 만약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바이러스의 동정이 필요하다면 피부 및 점막 병변, 대변 검체, 뇌척수액 등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거나 혹은 Immunoassay 를 해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필요없으나 합병증 케이스의 경우 다른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나 혹은 EV - 71 처럼 합병증을 잘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확인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본래 이 병을 일으키는 장내에 사는 바이러스로 대변을 통해 환경에 오염된 후 경구로 (fecal to oral route) 로 감염되기 때문에 위생에 신경 쓴다면 예방이 가능합니다. 이런 질병의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손싰기를 잘하는 것입니다. 그외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발병 초기 환아를 격리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합병증까지 생기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지만 엔테로 바이러스 71 (EV - 71) 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생기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EV - 71 유행이 있었던 국가에서는 이로 인한 수족구병의 합병증으로 무균성 뇌수막염, 뇌척수염, 폐부종, 폐출혈 등이 발생해 다소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EV - 71 에 의한 수족구 병이라도 실제로는 아무 증상 없이 호전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긴 하지만 뇌수막염, 뇌척수염, 뇌염 등의 합병증 케이스가 비교적 잘 생깁니다. 


 이런 합병증이 생긴다면 합병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입원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으며 대개의 경미한 케이스는 그냥 집에서 쉬거나 혹은 필요시 발열과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간단한 약물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중대한 합병증을 일이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EV - 71 에 의한 수족구 병입니다.     


 1998 년  사이 EV - 71 이 유행한 대만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의하면 68% 는 합병증이 없었으나 나머지 32% 는
      
 7.3% involved aseptic meningitis (무균성 뇌막염)
 10% involved encephalitis (뇌염)
 2.3% involved poliolike syndrome (소아마비 유사 증후군)
 4.5% involved encephalomyelitis (뇌척수염)
 6.8% involved fatal pulmonary edema (치명적인 폐부종)
7.9% of patients died and 4% of patients had sequelae (7.9% 가 사망하고 4% 가 후유증이 남음)


 이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1) 비슷한 시기에 콕사키 A16 에 의한 수족구 병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이나 사망 케이스는 없었습니다. EV - 71 사망 케이스는 심각한 폐부종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EV - 71 에 대한 백신이 임상 테스트 중에 상당한 성과를 보여 실제 유행시에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백신은 만명 이상이 참가한 phase 3 테스트에서 90% 케이스를 예방했고 심각한 합병증 발생을 100% 예방했습니다. (2)


 다만 콕사키 A16 에 의한 수족구 병은 흔할 뿐이지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향후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개인 위생에 주의하고 애들이 손을 잘 씻고 다니고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환경에서 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Chang LY, Lin TY, Huang YC, Tsao KC, Shih SR, Kuo ML, et al. Comparison of enterovirus 71 and coxsackie-virus A16 clinical illnesses during the Taiwan enterovirus epidemic, 1998. Pediatr Infect Dis J. Dec 1999;18(12):1092-6

2. Zhu FC, Meng FY, Li JX, Li XL, Mao QY, Tao H, et al. Efficacy, safety, and immunology of an inactivated alum-adjuvant enterovirus 71 vaccine in children in China: a multicentre, 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phase 3 trial. Lancet. May 28 2013



https://en.wikipedia.org/wiki/Hand,_foot_and_mouth_disease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