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몇번 언급한 바가 있지만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인 블랙홀은 사실 때때로 엄청난 물질을 외부로 뿜어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제트 (jet) 라는 강력한 물질 분출의 흐름이 블랙홀의 양극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 메카니즘에 대해선 아직도 100% 규명된 것이 아니지만 이전 포스트들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좁은 사상의 지평면으로 막대한 물질이 빨려들어갈 때 모두 흡수되지 못하고 강착 원반에 수직으로 형성된 자기장을 따라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들은 아주 강력한 제트를 분사해 아이러니 하게도 우주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천체가 됩니다.
최근 ESO (유럽 남천 천문대) 가 관측한 막대 나선 은하인 NGC 3783 의 경우 지구에서 대략 1억 3700 만광년 떨어진 활동 은하로 상대적으로 지구에서 관측하기 용이한 위치에 있습니다. ESO 의 VLTI ( Very Large Telescope Interferometer ) 는 이 은하의 중심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 (SMBH : supermassive black hole ) 을 관측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과거 은하 중심 블랙홀을 비롯해서 물질을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에서 발견되던 제트 이외에 거대한 물질의 분출이 관측된 것입니다.
이 물질은 블랙홀의 극지역에서 분출되는 낮은 온도의 먼지와 블랙홀 주변을 돌고 있는 도넛 모양의 가스 먼지인 토러스 부분에서 나오는 상대적으로 뜨거운 섭씨 700 - 1000 도 사이의 가스 먼지입니다. 왜 이런 막대한 물질이 같이 새어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블랙홀이 뿜어내는 물질이 막대하다는 것 자체로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외부로 거대한 물질을 뿜어내는 블랙홀. This artist's impression shows the surroundings of the supermassive black hole at the heart of the active galaxy NGC 3783 in the southern constellation of Centaurus (The Centaur). New observations using the Very Large Telescope Interferometer at ESO's Paranal Observatory in Chile have revealed not only the torus of hot dust around the black hole but also a wind of cool material in the polar regions. (Credit: ESO/M. Kornmesser))
(동영상)
이와 같은 의외의 관측 결과는 아마도 블랙홀 안쪽으로 너무 많은 물질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극심한 정체를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생긴 강력한 에너지 방사 때문에 생긴 것 같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메카니즘은 확실치 않습니다.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이라면 블랙홀이 사방으로 막대한 물질을 뿜어내는 광경입니다.
ESO 의 과학자들이 이 광경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130 미터급 망원경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VLTI 의 힘과 낮은 온도의 먼지와 가스의 관측을 용이하게 하는 적외선 및 근적외선 관측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세바스티앙 호니그 Sebastian Honig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USA and 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 Germany) 는 "이 연구는 첫번째로 활성 은하 핵 (AGN : Active Galaxy Nuclei) 를 중적외선 (mid infrared) 영역에서 관측해서 실온 수준의 차가운 먼지 흐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 이라고 의의를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인 메카니즘은 아직 불명이지만 블랙홀이 때때로 거의 광속에 가까운 아원자 입자의 제트 외에도 다양한 물질을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두 삼키는 천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죠.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 너무 과욕을 부리면 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일까요 ?
참고
Journal Reference:
- S. F. Ḧonig, M. Kishimoto, K. R. W. Tristram, M. A. Prieto, P. Gandhi, D. Asmus, R. Antonucci, L. Burtscher, W. J. Duschl, G. Weigelt. DUST IN THE POLAR REGION AS A MAJOR CONTRIBUTOR TO THE INFRARE D EMISSION OF ACTIVE GALACTIC NUCLEI. The Astrophysical Journal, July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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