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티라노사우루스는 사냥꾼이었다 ?




 오랜 세월 영화를 비롯해서 무수한 매체에서 타리노사우루스 (Tyrannosaurus) 는 무시무시한 사냥꾼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슬슬 고전이 되가는 영화 '쥐라기 공원' 이나 그 이전에 나왔던 수많은 공룡 영화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초식 공룡이나 혹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공룡 연구자들 가운데는 이런 이미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즉 사실 이 거대한 육식 공룡이 사냥꾼이 아니라 중생대의 시체 청소부 (scavanger) 라는 가설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 속 (genus Tyrannosaurus) 에 속하는 T. rex 를 비롯한 거대 육식 공룡이 사실은 포악한 사냥꾼이 아니라 시체 청소부라는 주장은 꽤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습니다. 1917 년 Lambe 는 티라노사우루와 가까운 관계인 고르고사우루스 (Gorgosaurus) 의 골격을 분석해 이들이 시체 청소부라는 주장을 했지만 당시에는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논쟁은 고생물학자 잭 호너 (Jack Horner) 에 의한 것으로 그의 주장에 의하면 티라노사우루스는 순수한 시체 청소부 (pure scavanger) 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티라노사우루스가 살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직접 그 사냥 방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청소부 가설을 지지하는 몇가지 근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 티라노사우루스속의 공룡들의 짧은 앞다리는 먹이를 잡고 공격하는데 불리하다
 - 이 속의 공룡들의 뇌 및 후각 신경은 매우 후각이 발달했다는 점을 시사하는데 청소부 동물의 특징이다. 
 - 티라노사우루스속 공룡들의 이빨과 턱은 매우 튼튼해 뼈도 깨서 먹을 수 있다. 이 점은 골수를 섭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 역시 청소부 동물에게 잘 발달하는 특징이다. 
 - 일부 티라노사우루스 속은 다소 빨리 달렸던 것 같지만 (속도 역시 치열한 논쟁 거리 중 하나) 커다란 몸집으로 민첩하게 움직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근 연구는 먹이를 잡을 만큼을 빨랐다는 주장들도 맞서는 등 이 부분은 논쟁거리) 


 등이 그 근거인데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롭게 복원된 T. rex 의 골격. 현재는 수평으로 걸었다고 생각되고 있으며 짧은 앞다리의 용도는 여전히 미스테리 http://en.wikipedia.org/wiki/File:Tyrannosaurus_Rex_Holotype.jpg  )


 캔자스 대학의 척추 고생물학 및 생물 다양성부의 데이비드 번햄 ( David Burnham, preparator of vertebrate paleontology at the Biodiversity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Kansas ) 은 최근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보고한 논문에서 이들이 청소부가 아닌 사냥꾼이었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그와 동료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공격한 흔적이 있는 하드로사우루스 (Hadrosaur) 의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화석화된 하드로사우루스는 운이 꽤 좋았는데 티라노사우루스 속 공룡의 거대한 이빨에 꼬리를 물렸으나 구사 일생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후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꼬리뼈 주변에 상처가 치유된 뼈의 흔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자나 치타, 표범들도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운좋게 목이나 갈비뼈, 등뼈를 물었는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먹이가 치명타를 입지 않으면 빠져나오는데 성공할 수 있다는 건 현재의 우리도 잘 알 고 있습니다. 당시의 초식 공룡 역시 마찬가지로 등이나 꼬리를 물렸지만 발버둥 치면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먹이가 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이 화석의 주인공 역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겠지만 뜻하지 않게 현재의 인간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셈이 되었습니다. 즉 티라노사우루스속 공룡들이 시체만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룡도 사냥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 개인적으로는 티라노사우루스들이 두가지 다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현재의 상위 포식자를 보더라도 순수하게 시체만 찾아다니거나 혹은 사냥만 하기보다는 둘다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하이에나도 사냥을 할 수 있고 사자도 치타가 잡은 먹이를 가로챕니다. 또 어떤 이유로든 죽은 동물의 시체가 발생하면 포식자들이 이를 처리하러 벌떼처럼 모이는 건 당연하겠죠. 이 증거는 티라노사우루스 사냥꾼 가설을 더 지지하겠지만 주로 하는 게 사냥인지 청소인지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R. A. DePalma, D. A. Burnham, L. D. Martin, B. M. Rothschild, P. L. Larson. Physical evidence of predatory behavior in Tyrannosaurus rex.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3; DOI:10.1073/pnas.121653411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