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후손을 남기는 것이야 말로 생명체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생명체들이 다양한 번식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들이 보기에 꽤 기괴한 전략을 택하는 것들도 존재하는데 아무튼 후손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전략이라면 결국 성공적으로 후손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곧 지배적인 번식 전략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 중에서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 인도 지역에서 볼수 있는 거미의 한 종류인 Nephilengys malabarensis 의 수컷이 택하는 번식 전략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기괴한 종류에 속할 것 같습니다. N. malabarensis 의 암수는 몸집의 차이가 매우 큰데 암컷의 경우는 15 mm 까지 커질 수 있지만 수컷의 경우에는 몸길이가 5mm 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곤충의 세계에서 암컷의 몸집이 더 거대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수컷이 가지는 장점은 적은 먹이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해 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짝짓기를 해서 후손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커질 가능성은 몸집이 작은 수컷이 훨씬 큽니다. 그러나 한가지 불행한 점은 짝짓기를 시도할 때 수컷이 암컷에서 잡아먹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포식성이 매우 강한 이 거미의 암컷 때문에 상당수의 수컷들이 그런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N. malabarensis 의 암컷과 수컷. 암컷 뒤에 있는 작은 개체가 수컷. 빨간색 화살표는 수컷의 생식기)
사실 확실하게 교미만 할 수 있다면 암컷에게 먹히더라도 자손을 남길 수 있는 만큼 그런 전략을 취하는 곤충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외인 점은 N. malabarensis 의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짝짓기 이후 자산의 생식기를 몸통에서 떼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생식기를 한쌍으로 가지고 있음) 즉 스스로 거세를 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수컷은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것이 수컷이 살아남으려고 하는 이유로 생각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 과정에서 암컷에서 잡아먹히는 수컷의 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략 75% 의 수컷이 결국은 잡아먹히게 됩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Qi Qi Lee 등을 비롯한 연구자들이 biology letters 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일단 생식기 한개를 잃어버린 수컷은 몸무게의 4% 를 잃게 되며 두개 다 잃는 경우 9% 의 몸무게를 잃게 됩니다. 즉 몸에 비해 과도한 크기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거된 이후에는 수컷이 더 오래 동안 잘 싸울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실제 실험적으로 생식기를 제거한 수컷들이 더 오랫동안 버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 malabarensis 수컷의 번식 전략은 여러모로 독특하지만 가장 많은 후손을 남기기 위한 자연의 여러가지 번식 전략 중 하나로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Journal Reference : http://rsbl.royalsocietypublishing.org/content/early/2012/06/07/rsbl.2012.0285.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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