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에이즈의 역학
앞서 언급했듯이 HIV 가 인간에게 넘어온 것은 아마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랜시간 아프리카에서 토착 질환으로 존재하다 결국 먼 경로를 거쳐 미국까지 환자가 생기는 데 꽤 시간이 걸렸던 셈입니다. 에이즈가 최초로 미국에서 분명하게 확인 된 것은 1981 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그 전에도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환자 (당시엔 주로 아프리카) 가 존재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거의 이용할 수 없는 국가에 주로 존재했기 때문에 이를 몰랐을 뿐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3400 만명 이상이 HIV 에 감염된 것으로 생각되며 매년 340 만명 정도 신규 HIV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략 2010 년에 260 만명이 에이즈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이즈가 처음 보고된 1981 년 이래 이 질환으로 4600 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20 세기 (그리고 21세기의) 흑사병이라는 별명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정도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감염자와 사망자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개도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 및 HIV 감염자 수의 변화 Lois Jensen (2010) The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Report 2010 New York, N.Y.: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ISBN: 9789211012187. public domain )
(2005 년 추정 세계 HIV 감염자 비중.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체 성인 인구의 15% 가 감염자. This work has been released into the public domain by its author, PDH. This applies worldwide. )
(2008 년 추정 세계 HIV 감염자 수 World map of travel & residence restrictions against people with HIV/AIDS:www.aidsmap.co. http://en.wikipedia.org/wiki/File:People_living_with_HIV_AIDS_world_map.PNG )
(아프리카의 HIV 감염 비율.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유병율은 매우 높으며 심지어 15% 이상 성인 인구가 감염된 국가도 적지 않음 Estimated HIV prevalence among young adults (15-49) by country. public domain)
아프리카의 특히 높은 HIV 유행은 이들 국가에 있어 큰 비극인데 특히 치료는 물론 진단을 받을 마땅한 의료 서비스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집중적으로 HIV 감염자 비중이 높은 일부 국가들은 점차 기대 수명까지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평균 기대 수명 변화. 이들 국가에서 에이즈는 단일 질환으로 평균 수명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음 Graphs of life expectancy at birth for some sub-Saharan countries showing the fall in the 1990s primarily due to the AIDS pandemic. Source: The World Bank - Life expectancy at birth, total (years)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Cmglee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Sub Saharan Africa) 는 전세계 HIV 감염자수의 2/3 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평균 유병율은 5% 정도로 (대략 2160 - 2400 만명)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낮은 의료 수준과 더불어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에이즈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 환자에 대한 치료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이들 국가에서는 소수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유한 서구 국가들과는 달리 일단 감염되면 제대로된 치료를 받을 기회는 크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 국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감염 자체에 대한 예방입니다. 사실 HIV 가 그렇게 쉽게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HIV 및 성에 대한 교육과 콘돔 사용의 보편화를 통해 HIV 감염 확산을 최대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감염되면 치료는 물론 진단마저 쉽지 않은 이들 국가에서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제 HIV 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성공적으로 이를 예방한 국가가 있는가 하면 확산 방지에 실패한 국가들도 있었는데 이는 각 국가별 의료 시책에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확산 방지에 실패한 국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인데 여기에는 전임 대통령인 타보 음베키 (Thabo Mbeki) 의 독특한 에이즈 음모론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1990 년대 HIV 감염이 급속히 확산될 때 남아공 정부는 그다지 효과적인 예방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특히 2000 년 들어서는 전 세계를 충격을 가져다준 에이즈 음모론를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 및 그의 지지자들에 의하면 HIV 는 에이즈와 관련이 없고 에이즈의 원인은 낮은 위생 및 영양실조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콘돔 사용이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에 이들은 이미 남아공 내에서 진행 중이던 NGO 들과 UN 산하 기구들의 효과적인 에이즈 퇴치 운동 마저 중단 시켰고 콘돔 사용에 대해서는 흑인과 라틴계의 인구를 줄이기 위한 백인들의 음모라고 주장하여 이마저도 중단시켰기 때문에 결국 남아공은 이제 인구의 적어도 10% 이상이 HIV 감염자입니다.
그 결과 2009 년 남아공의 평균 기대 수명은 47 세로 낮아졌는데 이는 백인 지배하에 있던 1990 년의 63.3 세보다 무려 16 세 가량 기대 수명 하락이 20년만에 이루어진 셈입니다. 에이즈의 가장 좋은 친구는 바로 무지라는 점을 가장 잘 알려준 사건이었습니다. 아마도 2000 년대 초반 에이즈 부정론자 (AIDS denialist) 들의 영향으로 남아공에서 필요하지 않았던 수십만이 사람들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HIV 감염자가 수백만명으로 증가하는 비극이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08 년에 에이즈 정책 및 기타 문제로 음베키 대통령은 불명예 퇴진함)
이런 점을 보면 20세기에 등장한 여러 음모론 가운데 아마 에이즈 음모론 (즉 HIV 가 에이즈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기타 에이즈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법, 혹은 에이즈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 이 가장 많은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에이즈는 가난한 국가에서 더 중대한 보건상의 문제가 되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청장년층이 에이즈로 사망하거나 혹은 그 아이들이 역시 예방방법의 부재와 무지로 인해 에이즈 고아나 혹은 에이즈 어린이가 되가는 비극이 현재도 진행중입니다. HIV 와 에이즈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법이 크게 진전을 본 현재에도 수백만명이 매년 에이즈로 죽게 되는 비극은 아마도 빈곤과 무지가 효과적으로 퇴치 되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11. 에이즈 백신
HIV 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예방입니다. 특히 저렴하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백신만 존재한다면 다른 많은 전염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에이즈 역시 박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여러가지 종류의 에이즈 백신들이 연구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백신은 없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HIV 백신 개발에 어려움이 존재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HIV 를 완전히 파괴시켜 만든 백신들은 항원성이 별로 없고 살아있는 약독화시킨 HIV (live attenuated organism) 의 경우 HIV 감염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HIV 자체가 쉽게 변이를 만들어 변화 무쌍하고 면역력이 있다고 해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북미에서 phase III 임상 실험에서 실패한 AIDSVAX 의 경우 이를 일부 조합을 변경한 RV 144 로 태국에서 실험했을 때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소간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395 명의 HIV 감염력이 없는 사람이 절반씩 그룹을 나눠 위약과 백신을 접종 받았는데 그 결과 백신을 접종받은 그룹에서 30% 정도 HIV 감염이 덜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백신은 100% 감염을 예방하진 못하지만 유병율이 높은 지역에서 감염을 덜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개량의 여지가 있어 현재도 연구 중입니다. 그외에도 몇가지 백신들이 임상 연구 중입니다.
아무튼 현재까지는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는 상태입니다.
* 여기까지 일단 포스트를 종료합니다. HIV/AIDS 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중이라서 여기에 쓴 내용이 곧 사실과 다를 게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퍼갈때는 그점을 참조하시고 내용은 중간중간 계속 수정되거나 첨가될 수 있음을 감안해 주십시요. 그리고 어떤 의학 관련 참고 내용이라도 의사의 진찰과 상담을 대신할 순 없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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