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이야기 58 - 별의 최후 5





  극초신성과 감마선 버스트



 과학자들은 1960년대 핵실험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관측에서 감마 레이 버스트라는 엄청난 폭발이 우주 저편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을 밝힌 것은 바로 미국의 관측위성 벨라였는데 감마선은 대부분 대기중에서 흡수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위성이 하는 일은 소련이 비밀리에 시행하는 핵실험을 관측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위성은 우연히 강력한 감마선을 목격하게 된다. 


 1990년대 이후 과학자들은 이 감마선 버스트의 정체에 한발 더 다가갔다. 1997년 이탈리아의 관측위성 베포 삭스 (Beppo SAX)는 감마선 버스트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장치를 내장하고 있었다. 1997년 발생한 감마레이 버스트  GRB 970508 는 베포삭스에 의해 위치가 알려졌고 지상의 망원경등을 동원하여 그 자세한 관측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적어도 60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GRB 970508 이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감마선이라면 본래의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의미였다. 


 그 이후 발사된 관측 위성 헤티 2 (HETE - 2) 는 2003년 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 과학자들은 감마선 버스트가 긴것과 짧은 것 두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긴 감마선 버스트는 약 2초에서 길게는 수백초였고 짧은 것은 2초 이하이며 대개 1초 이내로 사라져 버린다. 헤티 2 가 목격한 긴 감마선 버스트를 관측한 결과 이것이 초신성 폭발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새롭게 발사된 스위프트 관측 위성 및 지상의 감마선 버스트 관측 네트워크의 협력으로 우리는 긴 감마선 버스트의 원인이 아마도 초신성 중에서도 아주 강력한 극초신성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를 얻었다. 


(감마레이 버스트의 아티스트 컨셉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ESO. Original uploader was Lars Lindberg Christensen at en.wikipedia )



 이와 같은 극초신성은 적어도 태양 질량의 25배 정도 되는 항성, 더 나아가서는 태양 질량의 수백배에 달해 에딩턴 한계 (태양 질량의 120배 정도로 이 이상이면 항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 를 넘는 불안정한 거성들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에너지 양은 적어도 1048 J 에 달해서 일반적인 Type II  초신성의 100배에 이르기 때문에 극초신성이라는 명칭이 적합할 것이다. 이와같은 극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거대한 천체들은 극대거성 (Hypergiant) 이라는 명칭을 상용하기도 한다. 


 이들의 초신성 폭발 메카니즘은 일반적인 초신성의 폭발 메카니즘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이들은 내부에 철의 핵이 생겨 중력 붕괴가 일어나면 엄청난 중력 때문에 바로 블랙홀이 생긴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생성된 블랙홀은 폭발을 일으키기 보다는 별의 중심에서 부터 별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극초신성의 탄생. 말기에 별 내부에서 바로 블랙홀이 발생한다  The copyright holder of this fil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allows anyone to use it for any purpose, provided that the copyright holder is properly attributed. Redistribution, derivative work, commercial use, and all other use is permitted. )


 블랙홀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다시 설명하겠지만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때는 일단 주변에 강착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사상의 지평면으로 사라져야 하지만 이것도 너무 한꺼번에 많은 물질이 빨려 들어갈 때는 모든 물질이 한번에 들어갈 수는 없다. 마치 문은 좁은 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다. 


 한편 블랙홀 주변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게 되는데 이 자기장의 영향으로 블랙홀의 회전 축에는 강력한 자기의 흐름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강착원반에 너무 많은 물질들이 다 빨려들어가지 못하면 이 곳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를 제트 (Jet) 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블랙홀 하면 흡수하는 천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많은 물질이 빨려들어 갈때는 이렇게 강력한 제트를 내뿜는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이와 같은 강착 원반과 제트의 분출은 우리가 실제로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볼 수 있다. 


(은하 M87 의 중심 블랙홀에서 나오는 강력한 제트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그런데 이 경우에는 별의 중심에서 바로 제트가 뿜어져 나오게 된다. 그 힘은 엄청나서 결국 별은 양축 방향으로 대 폭발을 일으킨다. 







 위의 동영상은 이 폭발을 묘사한 것이다. 이 양축 방향의 광속으로 뿜어져 나오는 제트는 주변 물질과 충돌해 엄청난 열로 가열되며 감마선을 분출하게 된다. 


 만약 우리가 이 폭발을 축 방향에서 보게 되면 긴 감마선 버스트로 관측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점을 생각해 본다면 실제로 우주에는 이와 같은 극초신성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으며 우리가 축방향에서 관측한 것은 그 중 극히 일부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강력한 감마선 폭발이 만약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난다면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 관해서는 한가지 재미있는 이론이 있는데 4억 4천만년전의 오르도비스 - 실루리안 멸종 사건 (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event) 의 원인이 6천 광년 정도 떨어진 위치의 감마레이 버스트라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는 이론은 아니다. 


 물론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감마선 버스트는 지구 생명체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할 생각이다.

  한편 짧은 감마선 버스트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기엔 몇가지 가설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중성자성의 충돌 같은 원인이다. 그러나 아직도 규명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아무튼 이 극초신성의 폭발은 우주에서 빅뱅 자체를 제외하면 가장 거대한 폭발로 생각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