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흔히 아주 잘못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HIV 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한가지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이후에 설명) 그러나 여러가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도입된 이래 HIV 감염자 및 에이즈 환자의 생존기간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기본적인 치료 약제에 대해서 먼저 설명드려 봅니다.
1) Entry inhibitor (혹은 fusion inhibitor)
: 이름 처럼 이 그룹의 약들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내로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Maraviroc 과 Enfuvirtide 가 현재 사용가능한 약물이며 표준적으로 HAART 에 쓰이는 약물에 반응이 없을 때 사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2) Nucleosdie analogue reverse transcriptase inhibitors (NRTIs)
: 이 약물은 에이즈 치료 뿐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는 다양한 그룹의 약물입니다. 여기에는 Zidovudine, Didanosine, Zalcitabine, Stavudine, Lamivudine, Abacavir, Emtricitabine, Entecavir, Apricitabine 이 있습니다. 기전은 HIV 의 RNA dependent DNA polymerase 를 억제하여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Nucleotide analog reverse - transcriptase inhibitors (NtARTIs/NtRTIs) 에 Tenofovir 와 Adefovir 가 있습니다.
3) Non - nucleoside reverse - transcriptase inhibitors (NNRTIs)
: 이 약물은 단독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병합요법 제로 사용됩니다. Efavirenz, Nevirapine, Delavirdine, Etravirine, Riprivirine 이 여기에 속합니다.
4) Protease inhibitor
: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요한 gag 및 gag - pol polymerase 의 단백질 분해를 차단하므로써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합니다. HAART 치료에서 효과를 크게 나타나게 만드는데 기여하지만 내성이 빨리 나타나 단독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Saquinavir, ritonavir, indinavir, nelfinavir, amprenavir 등이 있습니다.
5) Integrase inhibitor
: 이름 그대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숙주 세포의 유전자에 끼어드는 효소인 integrase 를 억제하는 약물. 최근에 개발되었으며 이 계통의 약물로는 raltegravir 가 처음 FDA 승인을 받음.
(2), 3), 4) 는 표준 병합 요법인 HAART 에서 사용되고 1),5) 는 HAART 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서 사용 고려)
이외에도 몇가지 개발 중인 계통의 약물이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 설명드려 봅니다. 에이즈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온 것은 바로 HAART (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입니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기전이 다른 약물끼리의 병합 요법으로써 단독 요법시 문제가 되는 HIV 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약물을 하나만 사용하면 HIV 가 빨리 감소하긴 하지만 다시 곧 내성을 획득하므로 이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병합 요법은 NRTI 두가지에 NNRTI 한가지나 혹은 NRTI 두가지에 PI 1-2 개를 병합하는 방식입니다. 즉 2) + 3) 이나 2) + 4) 라는 이야기죠. 약물은 3 - 4가지를 동시에 투여하게 됩니다. 약물의 치료 효과는 HIV RNA 수치와 CD4+ 세포 수를 기준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환자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만약 약물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내성이 생겨 이후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HIV 감염자라도 약물 치료를 통해 오랜 기간 생존할 수도 있고 그 중 대부분의 시간을 건강한 사람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 치료를 잘 받게 되면 바이러스 수치가 낮아져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서도 그만큼 더 낮아집니다.
과거에 HIV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 이제는 치료하거나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소수의 환자들이 고의적으로 이를 옮기기 위해 무작위적으로 성관계를 가지거나 혹은 일부 국가에서는 주사바늘을 이용한 테러를 벌인 일이 실제로 있었는데 이는 모두 무지에서 온 잘못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런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 에이즈 환자의 치료를 국가에서 지원해 주므로 불운하게도 HIV 에 감염되었다면 치료를 받으면서 - 물론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단계의 환자도 있음 - 타인에게 옮기지 않도록 협조해야 합니다.
HAART 의 도입 이후 뉴욕에서는 에이즈 인구 만명당 한해 50 명이 사망하던 것이 지금은 7.5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계속해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발전함에 따라 최근에는 점점 에이즈로 인한 사망율이 선진국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면 결국 미래에는 HIV/AIDS 환자와 일반 인구 집단의 평균수명에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그런 수준까지는 멀었지만 그럼에도 치료를 받는 경우와 받지 않는 경우의 기대 수명은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1995 년에서 2005 년까지 덴마크에서 HIV 에 감염되지 않은 일반인 (Uninfected) 의 생존 곡선과 HAART 가 도입되기전 (Pre HAART), 초창기 HAART 치료 (early HAART), 최근의 HAART 치료 (late HAART) 를 받은 HIV 환자의 생존 곡선 비교. 점차 생존 곡선이 감염되지 않은 일반인 쪽으로 이동중 Changes in survival of people infected with HIV. As therapies have become more aggressive, they have been more effective, although survival with HIV infection is not yet equivalent to that in uninfected people. Modified from an original published by Lohse et al (2007), "Survival of persons with and without HIV infection in Denmark, 1995-2005." )
그러나 모든 HIV 감염자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바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제의 부작용 또한 무시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DHH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의 2011 년 1월 항바이러스 치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는
- AIDS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기회감염 (AIDS defining illness) 이 있거나 혹은 CD4 세포수가 350 개/㎕ 이하인 모든 환자
- 임신, HIV 연관 신증 (HIV - associated nephropathy) 이 있는 경우, B 형 간염이 있는데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엔 CD4 T 세포 수와 연관없이 치료를 시작
- 현재 CD4 수가 350 - 500 개 / ㎕ 사이면서 AIDS 로 진단할 수 있는 감염이 없는 경우 경우 치료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논란인 상태
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첫번째 치료시 감염 처방 조합으로는 아래와 같이 권장하고 있습니다. (단 실제 임상에서는 다양한 조합이 있으며 더 나은 조합을 찾기 위해 연구 중에 있습니다)
- Efavirenz/tenofovir/emtricitabine (EFV/TDF/FTC)
- Ritonavir-boosted atazanavir + tenofovir/emtricitabine (ATV/r + TDF/FTC)
- Ritonavir-boosted darunavir + tenofovir/emtricitabine (DRV/r + TDF/FTC)
- Raltegravir + tenofovir/emtricitabine
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빨리 시작하지 않는지 궁금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런 연구도 많이 진행중에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그것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들이 여러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문제가 되는 부작용은 당뇨와 고지혈증을 유발해서 동맥경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사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진행되면서 정작 AIDS 로 사망하는 HIV 감염자의 수는 계속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AIDS 가 아닌 이유로 사망하는 환자의 수는 계속 증가중에 있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바이러스를 몸에서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 당뇨나 동맥경화가 심해져 심근 경색등으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또 다른 문제는 경제적 문제인데 약 가격이 비싼데다 치료를 아주 오랜 기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가난한 국가나 혹은 경제적으로 소외계층들은 치료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HIV 에서 한가지 더 언급할 내용은 HIV 치료가 가능한 대체 의학은 없다는 것입니다. 미네랄 가운데 셀레늄 (Selenium) 은 면역 시스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셀레늄이 실제로 HIV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가 되었는데 셀레늄이 CD4 T 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HIV 를 치료하는 효과는 없으며 더 나아가 사망율을 감소시키지도 못했습니다. 다만 보조적으로 활용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타민 A 역시 일부 소아에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항레트로 바이러스 치료를 대신할만 효과는 없습니다.
따라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이미 받고 있거나 혹은 받아야 하는 HIV 감염자의 경우 치료를 아예 시작하지 않고 대체 의학에 의존하거나 혹은 치료를 하고 있는데 중단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와 기회 감염에 대한 치료를 포함 치료를 받지 않은 HIV 환자는 평균 수명이 9 - 11 년 정도였습니다. 현재 새로운 치료로 인해 새롭게 진단받는 HIV 양성자의 기대 수명은 만약 모든 치료를 이용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평균 20 년 정도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치료가 더 발전함에 따라 더 길어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환자들은 최대한 치료를 잘 받으면서 더 좋은 치료가 개발 될 미래까지 가능한 길게 생존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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