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췌장암 (1)



 앞서 간단히 예고한 대로 췌장암에 대해서 포스팅해 볼 생각입니다. 일단 췌장암의 가장 흔한 형태인 adenocarcinoma 에 대해서 기술하고 기타 neuroendocrine tumor 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우선 편의상 처음 포스팅 하는 내용은 췌장암의 가장 흔한 형태로 90% 이상을 차지하는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췌관의 선암종) 에 대한 내용부터 설명하고 나머지 췌장 내분비 암 (neuroendocrine tumor) 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항목으로 설명합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1. 췌장암(선암종)의 예후  


 췌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중 가장 흔한 형태는 선암종 (adenocarcinoma) 이다. 전체 췌장암의 대략 95% 정도가 이와 같은 조직학적 특징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췌장암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췌관 선암종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를 염두에 두고 말한다. 


 오랜 세월 이 췌장암에 대해서 잘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는 극도로 예후가 불량하다는 것이다. 미국 암 학회 (American Cancer Society) 에 의하면 췌장암과 연관된 사망은 2008 년에만 34290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높은 사망율이다. 대개의 국가에서 췌장암이 전체 악성 종양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종양 관련 사망 가운데 무려 6% 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췌장암이 2년 생존율이 10%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낮고 5년 생존율도 10% 를 넘지 못할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췌장암은 네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만드는 악성 종양이다. 


 이렇게 불량한 예후는 국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중앙 암 등록 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0 대 암 가운데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2003 년 - 2007 년에 평균 7.6% 에 불과하여 10 대 암 가운데 최악의 5년 생존율을 보여주었다. 이를 다른 10대암 평균인 57.1% 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좋지 못한 예후인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런 불량한 예후는 국가별로도 큰 차이가 없다. 













 위의 도표에서 본다면 췌장암의 상대적 예후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쉽게 알수 있다. 대개의 국가에서 췌장암의 5 년 생존율은 5-7 % 수준에 불과한데 주요 암 중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더구나 시간이 흘러도 생존율이 호전되는 양상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기술한다. 


 췌장암은 남자에서 약간 더 호발한다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고령으로 갈 수록 비슷해 지며 환자의 대부분이 60 - 70 대의 고령에서 호발하기 때문에 남녀 발생율은 거의 비슷한 정도이다. 지난 1999 년에 국내 췌장암 발생환자는 총 2604 명이었으나 2007 년에는 3937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물론 고령화에 의한 것도 있으나 연령 및 인구 10만명당으로 통계를 내봐도 췌장암 자체가 연 평균 1.5% 정도 증가하고 있어 서서히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효과적인 치료법과 조기 진단법이 없는 질환이 조금씩이라도 증가한다는 점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 췌장암의 원인 및 위험인자 


 췌장암의 발병원인으로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유전자와 연관된 분자생물학적 배경이다췌장암의 90%를 차지하는 췌관의 선암 (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의 경우 조직학적으로 췌관 상피세포 (pancreatic ductal epithelium) 에서 전암성 병변으로 발전하여 결국 선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들의 돌연변이가 축적된 후 정상 췌관 상피세포가 췌관의 선암으로 변이한다는 것이 최근의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췌장암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살펴보면KRAS2 종양 유전자 (Oncogene) 의 활성화가 췌장암의 발생에 관여하고 있으며종양 억제 유전자 (Tumor suppressor gene)인 CDKN2A TP53(P53) 의 비활성화 역시 췌장암 발생에 관여하고 있다현재까지 여러 연구에 의하면 90% 의 췌장암이 KRAS2 종양 유전자의 활성화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95%의 췌장암이 CDKN2A 종양 억제 유전자의 비활성화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이밖에도 P16, BRCA2, DPC4 등의 수많은 종양관련 유전자들이 췌장암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췌장암 환자의 5 – 10% 정도가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hereditary pancreatitis, ataxia-telangiectasia, 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rcinoma (HNPCC), Von Hippel-Lindau 증후군, familial atypical mole-multiple melanoma(FAMMM) 증후군 등 유전질환에서 췌장암이 호발 한다고 알려져 있어 췌장암의 유전적인 배경의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와 같은 연구가 미래에 고위험군 에서의 췌장암의 조기 진단 및 예방그리고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췌장암의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유전적 배경이외에도 

 나이 (Age) : 60 세 이상
 흡연 (smoking) 
 식생활 : 낮은 채소 섭취 +  다량의 육류와 당류가 많이 포함된 소프트 드링크류 섭취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이 위험인자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음주의 경우 과연 연관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무튼 위에서 지적한 것 모두가 단지 췌장암의 위험인자 일 뿐 아니라 건강 자체의 위험인자라고 하겠다.    


 

 참고 문헌 

 1.   송시영췌장암의 원인 및 발생 기전.  대한소화기학회지 2008;51:71-83

 2.  Jia Li, Muhammad Wasif Saif. Advancements in the Management of Pancreatic Cancer.  JOP. J Pancreas (Online) 2009 Mar 9; 10(2):109-117.

3.  2006-2007년 암발생율, 1993 – 2007년 암발생자의 암생존율, 2007년 암유병율 통계보건 복지부 중앙 암등록 본부. 2009.12.21 

 4. Manuel Hidalgo.  Pancreatic Cancer.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0;362:1605-1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