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만성 잠복기
급성 감염기가 지나고 나면 인체에서 HIV 에 대한 면역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 면역이 100% HIV 를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다만 감염 초기부터 HIV 면역에 중요한 역활을 하는 CD8 + T 세포의 반응이 좋으면 좋을 수록 에이즈의 발현도 늦게 일어나고 경과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 감염기 혹은 잠복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고 HIV 양성반응이라도 생활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시기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2주에서 20 년까지 보고된 바 있지만 평균적으로 감염에서 사망까지 치료 받지 않는 경우 10년 이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시기가 지나 AIDS 환자가 되면 치료 없이는 평균 2년내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바이러스는 follicular dendritic cell (FDC) network 에 다량으로 존재하며 그 반응으로 림프절이 만성적으로 부어 있는 정도가 증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사실 환자는 특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잠복기를 포함 바이러스가 오랜 시간 존재할 수 있는 곳은 대식 세포 (Macrophage) 입니다. 대식 세포는 CD4+ T 세포보다 HIV 에 감염되도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바이러스의 저장소 역활을 하게 됩니다. 또 면역 계통 세포가 아니지만 뇌신경 조직에 분포하는 microglial cell (미세 교세포) 역시 HIV 가 감염될 수 있는 세포입니다.
(배양된 lymphocyte 에 달라붙어있는 HIV - 1 이 전자 현미경 사진. 가상 칼러를 입힌 것 CDC, public domain )
사실 증상은 없더라도 HIV 의 만성 잠복기에 CD4+ T 세포는 정상보다 꽤 감소해 있습니다. 다만 CD4+ T cell 이 대개 ml 당 200 개 이하로 감소하면 에이즈라고 할 수 있는 면역 저하 상태에 도달합니다.
6. 에이즈/HIV 의 진단
단순히 HIV 감염 상태에서 아직 거의 정상인 면역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에 어디서 부터 에이즈라고 할 것인지는 어느 정도 임의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사람이 HIV 에 감염되었는지 진단하는 일은 초기와 비교해서 편리하고 정확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하는 기본 HIV 감염 검사는 ELISA (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혹은 EIA 라도고 함 ) 입니다. 이 HIV 감염 진단은 기본적으로 항체 (Antibody) 를 검출하는 항체 검사입니다. 보통 검사는 ELISA 검사 후 항체가 발견된 후 다시 확진을 위해 Western blot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알아야 될 사실은 한국처럼 HIV 감염의 유병율이 낮은 국가에서는 위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순 있다는 점입니다. ELISA 검사는 가격이 저렴한 장점은 있지만 (혈액 검사로 시행) 대신 위양성 (양성이 아난데 양성이라고 할 가능성) 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음성 (음성이 아닌데 음성이라고 할 가능성) 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ELISA 검사는 충분히 믿을 만 합니다.
확진 테스트로 쓰이는 Western blot 은 생물학 전공자라면 꽤 들어봤을 법한 검사인데 아무튼 복잡하고 비용도 더 들지만 확실한 대신 더 확실한 결과를 내주기 때문에 확진용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은 ELISA -> Western blot 입니다.
ELISA 는 비교적 간편하고 저렴하면서도 높은 진단율을 보이긴 하지만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초기의 window period 동안에 진단을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항체가 생기기 전의 기간에는 ELISA 로는 알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 이 기간은 대개 수주 이내이지만 6개월이나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않지만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신속진단 용 기기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HIV 양성인 사람이 적은 국가에서는 널리 사용하긴 비용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항체를 증명하는 검사 외에도 사실 PCR 을 이용해 HIV 의 RNA 를 직접 검출하거나 말초혈액에서 HIV proviral DNA 를 직접 검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생아나 항원, 항체 검사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아무튼 HIV 양성인 경우야 초기에 진단을 놓치게 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진단에 논란이 될 부분이 없지만 어디서부터 AIDS 라고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HIV 감염의 진행의 과정에서 어디서부터 면역 결핍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 판단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1990 년 세계 보건 기구 (WHO) 에서는 HIV 감염을 단계별로 나누었는데 2005 년에 한번 업데이트가 되었습니다.
Stage II: include minor mucocutaneous manifestations and recurrent 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s.
Stage III: includes unexplained chronic diarrhea for longer than a month, severe bacterial infections and pulmonary tuberculosis.
Stage IV: includes toxoplasmosis of the brain, candidiasis of the esophagus, trachea, bronchi or lungs and Kaposi's sarcoma; these diseases are used as indicators of AIDS.
위의 기준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AIDS 진단은 심각한 기회감염이나 혹은 카포시 육종 같은 AIDS 에서 흔히 보는 종양이 생겼을 때로 진단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왜냐하면 톡소플라즈마는 쉽게 생기는 감염성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이 방법보다 CDC 기준이 더 널리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1993 년 미국의 CDC 에서는 HIV 가 증명되고 에이즈와 연관된 기회 감염이 있거나 혹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 CD4+ T 세포의 수가 μl (㎣ ) 당 200 개 미만인 경우를 AIDS 로 진단했습니다. (에이즈라고 볼 수 있는 기회 감염의 각 항목은 아래를 참조) 다만 기회 감염이라고 부르는 면역이 정상인 사람에게서 잘 생기지 않는 감염증은 사실 500/㎣ 이하에서도 서서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200 개 이상인 경우에도 기회감염이 확실히 있다면 AIDS 로 분류합니다.
주요 기회 감염은 칸디다, 톡소플라즈마, 주폐포자충 폐렴, 결핵, 거대세포바이러스 등이고 연관되서 생기는 암은 카포시 육종 및 림프종 등이 있습니다.
즉 정리하면 HIV 감염자 가운데 CD4+ T 세포의 수가 현저히 감소되거나 (200 count/㎣) 정상인 면역력을 지닌 사람에게서는 잘 생기지 않는 감염이 생기는 경우를 에이즈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다시 CD4+ T 세포의 수가 증가되거나 혹은 기회 감염이 치료된다고 해도 에이즈로 진단합니다.
(이는 간단히 설명한 것이고 더 자세한 1993 년 CDC 분류를 보려면 http://www.cdc.gov/mmwr/preview/mmwrhtml/00018871.htm 으로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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