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에이즈의 기회 감염 및 다른 연관 질환
에이즈는 결국 인체의 면역에서 중요한 역활을 하는 CD4+ T 세포를 감소시켜 여러가지 기회 감염 및 그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의학 전공이신 분들이야 (사실 그런 분들은 굳이 이 포스팅을 볼 이유는 없으실 듯) 잘 아시겠지만 사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CD4+ T cell 및 기회 감염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CD4+ T cell 은 인간의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활을 하는 면역 세포가운데 하나로 T helper cell (헬퍼 T 세포) 라고도 불립니다. 특이 이 세포가 충분히 성숙해서 표면에 CD4 라는 물질을 가지게 될 때 이를 CD4+ T 세포라고 명명합니다. 사실 여기서 복잡한 면역학 기전을 설명하는 것은 본 포스트의 목적이랄 수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도리어 방해만 되기 때문에 간단히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 CD4+ T cell 은 APC 라는 세포로부터 바이러스나 병원균 같은 항원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데 이 정보를 기억해서 또 다른 세포인 B 세포에 전달 여기서 항체를 만들어 내도록 자극하는 역활을 합니다. 항체 (Antibody) 는 병원균과 같은 항원을 공격해서 우리몸에서 몰아내도록 하는 물질입니다. 또 일부 헬퍼 T 세포는 메모리 T 세포로 분화해서 항원에 대한 정보를 기억해서 나중에 같은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쉽게 면역이 일어나게 도와줍니다. 또 병원균을 실제로 파괴하는 대식 세포를 자극하는 기능도 합니다.
(CD4+/CD8+ T 세포의 간단한 모식도 public domain )
CD4+ T 세포는 자체로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파괴하는 기능이 없지만 다른 세포들이 이 기능을 하는데 중요한 역활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면역 관련 질환에서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특히 HIV 양성 환자에서는 이 세포의 수가 μl 당 200 개 이하로 감소하게 되면 (혹은 그 전에라도 기회 감염이 생기면) 에이즈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이 상태는 후천적인 면역 결핍증이 생긴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뿐 아니라 많은 다세포 생물의 체내에는 다른 기생 생물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타 단/다세포 기생충) 이 충분히 노릴 만한 이유가 있는 많은 영양분과 기타 자원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생명체들은 이들에게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면역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는데 그로 인한 댓가도 만만치 않지만 (실제로 잘못된 면역 반응으로 인해서도 수많은 질환이 발생) 이들을 방어하므로써 얻어지는 댓가가 훨씬 크기 때문에 면역 시스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면역 시스템의 일부 기능이라도 심각하게 마비될 경우 곧 여러가지 감염 질환에 시달리며 심하면 죽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즈 입니다.
HIV 감염에 의해 CD4+ T 세포의 수가 감소하게 되면 결국 모든 항원을 다 인식하는 일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이런 저런 병원체들이 인체의 면역 시스템의 인식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즉 병력과 무기는 그대로 있는데 적이 침투했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러면 아무리 병력과 무기가 많더라도 무용지물이 되고 사방에서 기회만 노리던 적들 -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들 - 이 몸 안으로 파고 들게 됩니다. 이중에는 사실 면역이 정상일 때는 정상적으로 체내에서 생활하던 것들이었지만 면역이 약해진 틈을 타고 심각한 감염 질환을 일으키는 것도 있습니다.
기회 감염 (Opportunitistic infection) 이란 본래는 병원성이 없거나 정상 세균총, 혹은 정상적인 숙주에서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던 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인체의 면역 기능이 약해진 틈을 타서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기회 감염은 생각보다 매우 흔하며 에이즈 외에도 고령이나 쇠약한 환자, 말기 암환자, 항암제 치료, 화상 환자, 간경화 환자 등 아주 다양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에서 생기는 여러 감염 질환중에 가장 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호흡기 계통 질환입니다. 사실 호흡기 감염이 에이즈 환자가 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경우이고 사망에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도 생길 수 있는 세균성 폐렴도 문제가 되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들은 폐결핵 및 폐포자충 폐렴입니다.
결핵은 정상인에서도 생길 수 있기는 하지만 특히 에이즈 환자에서 호발하며 한국에서도 에이즈 환자의 가장 호발하는 감염증 가운데 하나입니다. HIV 감염시 폐결핵 가능성은 15 - 30 배 가량 높아진다고 생각됩니다. 또 한가지 심각한 기회 감염은 정상인에서는 거의 생기지 않는 폐포자충 폐렴 (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 PCP 실제로는 Pneumocystis jirovecii 로 명칭이 변경) 입니다. 이 감염증은 과거에 비해서는 사망율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서운 감염증 가운데 하나입니다.
(Pneumocystis jirovecii 감염증 환자의 폐사진.
== Summary ==
- Lung X-ray of patient shows infection with 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
- (Pneumocystis carinii is renamed now to Pneumocystis jiroveci(i) --> MedlinePlus.)
위장관 계통에서는 구강과 식도에 칸디다 (Candida) 라는 곰팡이 감염증이 잘 생기며 그외에도 CMV 및 HSV 감염이 식도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환자는 지속적인 설사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Cryptosporidia, Microsporidia, Isospora beli 등 여러 기회 감염에 의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톡소플라즈마, Aspergillosis, M. avium complex, CMV retinitis 등 보통은 흔하게 생기지 않는 여러 기회 감염과 더불어 카포시 육종, 림프종 같은 종양들도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여러 감염증의 결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카포시 육종 (Kaposi's sarcoma), 이 종양은 사람 헤르페스 바이러스 8 (HHV-8, 혹은 카포시 육종 연관 바이러스라고도 함) 에 의해 발생하는데 에이즈 환자에서 매우 흔한 악성 종양이다. Source: National Cancer Institute public domain )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이 HIV 가 뇌 조직에 존재하는 microglial cell (미세교세포) 에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연관해서 HIV 뇌증 (HIV encephalopathy) 이라는 뇌질환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지 기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결국 에이즈는 인체의 면역 기전의 일부가 심각하게 파괴되어 사망에 이르는 질환입니다. 심각하게 CD4+ T 세포 수가 감소하면 μl (㎣ )당 50 개 미만으로도 감소할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까지 CD4+ T 세포가 감소하면 다른 면역 세포가 모두 정상이라 할지라도 심각한 면역 기능 장애가 발생하여 대개 곧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초창기 치료가 전혀 없던 시절 에이즈는 늦던 이르던 결국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치료법이 발전함에 따라 현재는 상당히 오랜 기간 생존이 가능해진 질환이 되었습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