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다양한 생명체의 존재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물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에서 물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물 자체는 매우 흔한 분자이긴 하지만 그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현재까지 외계 행성을 찾는 일은 식현상을 이용하거나 모항성의 흔들림을 이용하는 등 간접적인 방법이고 실제 직접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한 경우는 매우 드문 상태입니다. 그런만큼 외계 행성의 물의 존재를 직접 증명한다는 것은 사실 현재로써는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속담처럼 과학자들은 더 강력한 망원경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기 전에 다른 방법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물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국제 과학자팀이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외계 행성의 대기 중에 있는 물분자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네요.
수십에서 수백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외계 행성의 대기 구성 성분을 지구에서 확인한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가능한 방법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대기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그 구성 물질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항성이 빛이 행성의 대기를 통과할 때 대기 속의 물질이 특정 파장의 빛을 강하게 흡수하기 때문이죠. 이를 흡수 스펙트럼 (absorption spectrum) 이라 부르며 이를 분석하면 어떤 화학물질속을 통과했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나사 고다드 우주 비행 센터의 행성 과학자 아비 만델 (Avi Mandell, a planetary scientist a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in Greenbelt, Md) 와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과학자 팀과 메릴랜드 대학의 드레이크 데밍 (L. Drake Deming of the University of Marylan) 이 이끄는 연구팀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총 5 개의 외계 행성 (WASP-17b, HD209458b, WASP-12b, WASP-19b, XO-1b ) 이 그 모항성 앞을 지날 때 흡수한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말은 쉬워도 매우 어려운 작업인게 별 자체의 흡수 스펙트럼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계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는 순간을 포착, 지나가는 중과 지나간 후의 미세한 흡수 스펙트럼 변화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행성은 항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기 때문에 이는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아무튼 이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에도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 동영상/사진 참조)
(식현상과 흡수 스펙트럼 변화를 이용한 대기 중 물질 분석 illustration depicting the atmosphere of a planet absorbing and transmitting different wavelengths of its star's light To determine what’s in the atmosphere of an exoplanet, astronomers watch the planet pass in front of its host star and look at which wavelengths of light are transmitted and which are partially absorbed.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
(동영상)
연구팀의 리더인 데밍은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일은 대단히 힘들지만 우리는 분명히 확실한 물의 신호를 잡아냈다' 라고 언급했습니다. 만델이 팀이 분석한 외계 행성의 대기는 WASP-12b, WASP-17b, WASP-19b 이며 데미의 팀이 분석한 외계 행성의 대기는 HD209458b, XO-1b 입니다. 물의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할 테크닉을 개발했다는 것으로 향후 연구에서 다른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했다는 것 자체로 현대 과학의 쾌거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분석한 외계 행성들은 모두 모항성 가까이에 있는 큰 외계 행성으로 (쉽게 말해 뜨거운 목성 hot jupiter 형 행성) 물의 존재가 있다해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생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향후 더 연구가 진행되면 언젠가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외계 행성에서 물의 존재를 밝혀낼 날도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Avi M. Mandell, Korey Haynes, Evan Sinukoff, Nikku Madhusudhan, Adam Burrows, Drake Deming. EXOPLANET TRANSIT SPECTROSCOPY USING WFC3: WASP-12 b, WASP-17 b, AND WASP-19 b.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9 (2): 128 DOI: 10.1088/0004-637X/779/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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