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별난 비행기 이야기 (1) - YMC-130




 한동안 쉬었던 밀리터리 연재를 다시 해볼까 해서 주제를 역사상 독특한 비행기로 정했습니다. 시간 관계상 많이 쓰지는 못할 듯 하지만 아무튼 최근 밀리터리 관련 주제가 너무 적다는 독자분들도 있어 좀 끄적거려 보겠습니다. 다소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나 흥미로운 코멘트가 있으신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되 다소 공격적인 내용으로 댓글을 다시는 경우는 경고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그러면 첫 시작은 로켓 비행기 (?) YMC - 130H 입니다. 편의상 이 연재에서는 경어는 생략하겠습니다. 



 - 허큘리스를 로켓으로 STOL 기로 만든 YMC-130 (Operation Credible Sport) 


 록히드 C - 130 허큘리스 (Hercules) 는 미국 뿐 아니라 서방측의 주력 중형 수송기로 적당한 가격과 균형잡힌 성능으로 인해 1957 년 이후 수천대가 생산되어 현재까지 생산된 모델만 40 가지가 넘고 이를 운용했던 국가는 60 개국에 달할 만큼 인기 있는 수송기이다. 초도기가 비행한지 이미 반세기가 넘었지만 계속해서 개량되어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성과 성능을 입증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인데 그런만큼 아주 다양한 용도로 개조된 역사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좀 별나게 개조된 기체 중 하나는 YMC - 130 인데 허큘리스 수송기를 300 피트 정도 되는 운동장에 착륙시키고 인질을 구출한 후 이들을 태워서 다시 운동장에서 이륙한 후 가능하면 항모에 착함할 수 있는 목적으로 개조된 것이었다. 허큘리스의 정상적인 용도를 생각하면 뭔가 생각하기 힘든 이 임무는 사실 아주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그 사정이란 바로 1979 년에서 1981 년 사이 있었던 이란 인질 사태였다. 1980 년 4월 24일 있었던 델타포스의 인질 구출 작전은 미군 역사에 큰 오점으로 기록될 만큼 실패작으로 남았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 




 이 작전의 실패 요인은 지금까지도 자주 분석될 만큼 복합적이지만 당시 이를 분석한 미 당국은 RH-53D 씨 스텔리온 헬기를 이용한 복잡한 인질 구출 작전 구조도 중요한 이유로 생각했다. (특히 이 헬기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로 인질은 구출도 못했는데 8 명이 사망) 따라서 헬기 대신에 고정익기를 투입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었다. 고정익기를 통해 한꺼번에 특수부대를 투입한 후 한번에 인질을 구출해 오면 작전 구조도 단순해지고 실패의 가능성도 적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작전 사령부는 작전 중 부상당한 인질과 병사를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해 가능하면 항모에 착함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크기를 갖춘 수송기를 단거리 이착륙 (STOL : short takeoff and landing) 용으로 개조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적당히 크면서 신뢰성이 높은 C - 130 였다. 동체길이만 거의 100 피트 (정확히는 97 피트 9인치로 29.8 미터) 되는 항공기가 300 피트 정도 거리에서 이착륙할 수 있을까 ? 그러나 이 임무를 맡은 록히드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로켓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로켓을 이용해서 짧은 활주로에서 항공기를 이륙시키는 JATO ( jet-assisted take off, 혹은 RATO,  Rocket-Assisted Take Off ) 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다. 휘발성이 강한 연료와 무기를 실은 상태에서 로켓으로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것은 물론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전쟁 중에는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게 마련이었다. C - 130 역시 JATO/RATO 유닛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금도 부득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이를 활용하고 있다. 록히드는 이를 대대적으로 개조해 더 말도 안되는 짧은 거리에서 이륙은 물론 착륙까지 가능한 개조형인 YMC - 130 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Credible Sport 작전이었다. 







(YMC - 130   Credit : unknown)   


 개조될 C - 130 기는 3 대였는데 이 중 테스트 베드 기체 (AF serial 74-2065) 는 작전 결정 후 불과 3 주뒤인 1980 년 9 월 18 일에 테스트 비행 준비가 끝날 만큼 빠르게 준비되었다. 실제 테스트 비행은 10월에 시작되었다. 인질 구출이 한시가 급한 만큼 테스트는 10월 19일에서 28일 사이 여러 차레 진행이 되었는데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위험천만한 개조가 이뤄졌다. 


 YMC - 130 은 무려 30 개의 로켓을 매달고 이착륙을 해야 했는데 8 개의 ASROC 로켓을 개조해 동체 앞쪽에 달고 (이들은 감속을 담당했다) 8 개의 Shrike 로켓은 동체 하부에 달아 거의 수직으로 착륙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RIM-66 스탠더드 미사일을 개조한 MK - 56 로켓 8 개가 이륙시 기체를 뒤로 밀어올려 짧은 거리에서 거의 수직으로 이륙하도록 동체 뒤에 탑재되었다. 이외에 균형을 잡기 위해 2X2 개의 Shrike 로켓이 주날개에 아래 달리고 꼬리 부분에도 2 개의 ASROC 을 달아서 기체가 돌거나 흔들리는 것을 방지했다. 그러나 이 로켓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기체는 설계상 버틸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뒤틀림 때문에 부서지고 말 것이었다. 


 보통 항공기라는 것은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가볍게 만들기 때문에 큰 힘을 받게 되면 파괴될 우려가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게 설게되게 마련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많은 로켓이 내는 힘을 견딜수 있도록 C - 130 이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기골 보강은 꿈도 꿀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하고 만다. (아래 동영상 참조)




(테스트 영상 1) 



(테스트 영상 2)    


결국 YMC - 130 은 테스트 도중 감속 로켓을 너무 빨리 점화하는 바람에 날개가 부서지는 큰 사고가 나고 말았다. 한가지 다행한 일이라면 2차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져 승무원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의 YMC - 130   Credit : unknown ) 


 결국 이렇게 되자 이 개조 기체가 사실 매우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작전에 투입하기에는 신뢰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YMC - 130ㅣ 은 실전에 투입될 기회를 영영 상실하고 만다. 살아남은 개조 기체들은 나중에 Credible Sport II 라는 다른 프로젝트를 거쳐 나중에 특수전용 기체인 MC - 130H Combat Talon II 를 만드는데 기여하긴 했지만 다시는 로켓을 주렁주렁 달고 단거리 이착륙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다만 RATO 자체는 현재도 C - 130 에서 사용되고 있다.  



(로켓을 이용한 단거리 이륙 RATO 시범을 보이는 미 해병대 블루 엔젤스 소속의 C-130T Hercules   Credit : USMC ) 


 로켓을 항공기에 접목해보려는 시도는 매우 다양했는데 그 중에서 아마도 위험성이라는 측면에서 으뜸인 기체로 YMC - 130 을 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화염을 내뿜으면서 이착륙하는 영상을 보면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게 다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인질을 구출하다 탈출하다 저런 사고가 났다면, 혹은 항모에 착함하다 화재를 일으켰다면 어땠을까 ?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