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혼자 존재할 수 있지만 그 경우 우리가 이를 관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빛이나 다른 전자기파를 방출하지 않을 테니 말이죠. 대개 우리가 아는 블랙홀들은 다른 별 주변에서 가스를 빨아들이거나 혹은 은하 중심 블랙홀 처럼 엄청난 질량을 빨아들이는 초거대 블랙홀인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블랙홀 2개 이상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모여 있는 것도 있습니다.
두개의 은하가 충돌하는 경우 그 중심에 위치한 거대질량블랙홀 (Super Massive Black Hole) 들은 서로 중심부에서 만나서 중력에 의해 서로의 질량 중심을 공전하거나 운이 없으면 충돌 할 수도 있습니다. 쌍성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처럼 쌍 블랙홀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블랙홀이라고 다 싱글로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최근 WISE 적외선 망원경은 막대한 수의 블랙홀들을 발견했는데 ( http://jjy0501.blogspot.kr/2012/09/109-wise.html 참조) 그 중에서는 이제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진 쌍 블랙홀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커플 블랙홀은 무려 38 억 광년이나 떨이진 것으로 WISE J233237.05-505643.5 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WISE 관측 자료를 분석한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의 피터 에이센하르트 (Peter Eisenhardt, WISE project manager at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Pasadena, Calif) 에 의하면 최초에 매우 이상하게 생긴 데이터를 보고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대규모로 별이 생성되고 있는 신호로 생각했으나 보다 자세히 연구를 진행하자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것은 합쳐지고 있는 두개의 거대 질량 블랙홀이 그리는 죽음의 나선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거대 질량 블랙홀들은 서로의 강력한 중력의 힘으로 끌어당겨져 점차 수광년 까지 매우 가까운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쌍 블랙홀은 사실 관측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 매우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은하 중심에 있어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죠. 아무리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두개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Australian Telescope Compact Array 전파 망원경 이미지가 흔히 말하는 연필 모양이 아니라 지그재그 패턴의 이상한 제트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38 억년이나 떨어진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이 하나가 아닌 한쌍일 수 있다는 추정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런 거대 질량 블랙홀은 주변에 있는 강착 원반에 수직으로 강력한 제트를 방출한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강력한 제트의 힘은 수천 광년까지 엄청난 속도로 물질을 수직으로 뿜어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모양이 수직이 아니라 지그재로 방향이 변했다면 한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뭔가 다른 물체가 제트를 뿜어내는 블랙홀을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태양 질량의 수백만배에 달하는 질량의 블랙홀을 흔들려면 흔드는 물체 역시 비슷한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에 합당한 물체라면 역시 거대 질량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도 아주 가까이 근접해서 흔들어야 가능합니다.
(두개의 근접한 블랙홀의 상상도. Two black holes are entwined in a gravitational tango in this artist's conception. Supermassive black holes at the hearts of galaxies are thought to form through the merging of smaller, yet still massive black holes, such as the ones depicted here. NASA's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or WISE, helped lead astronomers to what appears to be a new example of a dancing black hole duo. Called WISE J233237.05-505643.5, the suspected black hole merger is located about 3.8 billion light-years from Earth, much farther than other black hole binary candidates of a similar nature. Credit: NASA)
과학자들은 결국 이 두개의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져 더 큰 블랙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이 블랙홀 한쌍으로 부터 시공간이 물결치면서 중력파가 퍼져나갈 것입니다. 이 중력파는 아직까지 검출하지 못했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다면 반드시 존재하는 것으로 지금도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이 이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쳐지는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하는 가장 좋은 장소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 여기 저기에서 비슷한 합쳐지는 블랙홀들을 찾고 있고 이들이 합쳐질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관측하고 싶어 합니다. 엄청난 질량을 가진 거대 블랙홀 끼리의 충돌은 우주에서도 가장 극적인 사건이 될 것 입니다. 얼마나 격렬한 일이 일어날 지 꽤 궁금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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