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구에서 가장 추운 장소 ?

 

 지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은 남극입니다. 지난 1983 년 7월 21일 남극의 보스토크 기지에서는 - 89.2 ℃ 라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낮은 기온이 기록된 바 있습니다. 사람이 상주하는 기지 근처에서 이렇게 추웠다면 기지 내의 과학자들은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드는 기온이죠.  



 지난 30 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지만 나사와 미지질 조사국 (USGS), 미 국립 빙설 데이터 센터 (NSIDC :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소속의 과학자들이 여러 위성 기록과 랜드셋 8 (Landsat 8) 위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극에는 이보다 더 추운 곳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비록 그 위치에서 직접 온도계로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글자 그대로 지구에서 가장 추운 장소가 밝혀진 셈이죠.  


 NSIDC 의 과학자인 테드 스컴보스 (Ted Scambos, lead scientist at NSIDC) 가 이끄는 과학자 팀은 지난 32 년간의 여러 위성에서 보내온 온도 데이터를 검색했습니다. 남극 보스토크 기지는 분명 유인 남극 기지 가운데 가장 추운 곳임에 분명하지만 남극의 두꺼운 빙상 위로는 이보다 더 높은 지역이 존재하므로 온도도 더 낮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실제로 위성 데이터는 예상했던 위치 부근에 더 온도가 낮은 지역이 존재함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가장 높은 지대가 아니라 그보다 좀 더 낮은 산등성이에 가장 온도가 낮은 지점이 존재했습니다. (아래 동영상 및 사진 참조)   






(가장 낮은 온도를 나타낸 Doom Argus 와 Doom Fuji 사이 지역. 클릭하면 원본.   With remote-sensing satellites, scientists have found the coldest places on Earth, just off a ridge in the East Antarctic Plateau. The coldest of the cold temperatures dropped to minus 135.8 F (minus 93.2 C) -- several degrees colder than the previous record.
Image Credit: Ted Scambos,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동영상 1 )  



(동영상 2 )



 테드 스컴보스 팀이 밝힌바에 의하면 위성을 이용한 원거리 관측상 가장 온도가 낮은 지점은 돔 A 에서 다소 떨어진 남극 동부 고원지대로 (남위 81.8 도, 동경 59.3 도) 2010 년 8월 10일 - 93.2 ℃ (-135.8 ℉) 를 기록했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 지구 물리학 협회 (American Geophysical Union : AGU) 회의에서 발표했습니다. 이 지점은 고도가 대략 3900 미터 정도로 돔 A 보다 낮지만 동영상 2 에서 설명된 메카니즘에 의해 더 높은 곳보다 추운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높은 지점의 눈위에서 형성된 아주 차가운 공기는 다른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 높은 밀도의 차가운 공기는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내려가는 도중 움푹 패이거나 다시 높아지는 지점에 공기가 갖힐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차가운 공기가 계속 모여 더 온도를 내리게 됩니다. 그 결과 오히려 산 정상보다 아래 모인 공기가 더 차가운 현상이 일어나는데 랜드셋 데이터는 실제로 돔 A 부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관측 이전에 이론적으로 이미 예상되었던 결과라고 연구팀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지구상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지역을 찾기 위해서 여러개의 위성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나사의 Terra 및 Aqua 위성에 탑재된 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MODIS) 와 NOAA 의 위성에 탑재된 Advanced Very High Resolution Radiometer (AVHRR) 를 사용해서 지표에서 나오는 열복사 (Thermal radiation :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열에너지에 의해 들뜨게 되어 전자기파를 복사하는 현상) 를 관측했습니다. 이는 멀리서 물체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이후 가장 낮은 온도를 보인 지역에서 특히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한 지점을 찾아내기 위해 랜드셋 8 에 탑재된 Thermal Infrared Sensor (TIRS) 를 사용해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습니다. 연구팀은 2010 년 외에도 2013 년 7월 31일 역시 돔 A 에서 약간 떨어진 지점에서 - 93 ℃ 의 온도를 기록한 지점을 찾아내는데도 성공했습니다. - 93.2 ℃ 는 직접 지표에서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방법으로 측정한 온도 가운데 역대 기록으로 남을 만한 낮은 온도입니다.  


 향후 위성 관측 능력이 더 정확해 지면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하는 돔 A 부근 지역의 온도 분포를 자세히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무인 관측소를 설치해서 실제로 제일 낮은 기온을 보이는 지역에서 지표 온도를 직접 측정할 수도 있게 되겠죠. 아무튼 왠만해선 인간이 버티기 힘든 살인적인 추위인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