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타 대학 (University of Utah) 은 육상 동물의 호흡의 진화에 있어서 새로운 사실들을 보고했습니다. 이들이 네이처 (Nature) 에 발표한 새로운 논문에 의하면 조류에서 볼 수 있는 단방향 공기 흐름 (One Way Air flow) 호흡 시스템이 생각보다 더 많은 이궁류 (Diapsida) 에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모니터 도마뱀에도 이런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진화의 일반적인 법칙을 생각하면 이런 시스템은 모두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 높습니다. 즉 단방향 공기 흐름을 가진 호흡 시스템의 진화가 생각보다 2000 만년 이상 오래된 2억 7000 만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전 시조새와 새의 기원 포스트에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포유류, 조류, 공룡류, 파충류는 모두 양막류 (Amniota) 의 공통 조상에서 기원했습니다. 양막류는 배아를 보호하는 양막을 발달시켜 건조한 육지 환경에서도 번식이 가능했으므로 곧 육상을 지배하는 주도적인 척추 동물이 됩니다. 양막류는 다시 무궁류, 단궁류, 이궁류 등으로 분화되었는데 이 중 단궁류의 후손은 포유류가 되었고 이궁류는 현대의 파충류중 악어, 도마뱀, 뱀, 옛도마뱀류, 조류, 그리고 멸종된 공룡류로 진화했습니다.
포유류를 비롯한 대부분의 육상 척추 동물들은 양방향으로 공기가 나가는 호흡 (Tidal Breath) 을 합니다. 즉 공기를 들이 마쉬면 이 공기가 결국 기관지를 지나 가장 안쪽의 폐포에서 산소교환을 한 후 다시 숨을 내쉬면 빠져 나가는 양방향 호흡입니다. 따라서 호흡기 전체에서 실제 산소 교환을 하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는 이와 달리 폐-기낭 시스템을 이용해 공기가 한방향으로 순환하면서 산소 교환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새들은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도 비행같이 에너지가 많이 드는 활동이 가능합니다.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공기 중에서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부 연구자들은 공룡 역시 이런 폐-기낭을 이용한 단방향 호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중생대 초 공기가 희박한 환경에서 공룡이 포유류의 조상을 이기고 지배적인 대형 척추동물이 될 수 있었다는 가설이 존재합니다.
유타 대학의 파머 교수 (C.G. Farmer, an associate professor of biology at the University of Utah) 와 그녀의 동료들은 이미 2010 년에도 이런 단반향 호흡 시스템이 산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조류 뿐 아니라 악어에서도 존재하고 있음을 보고한바 있습니다. 악어의 경우 산소를 많이 요구하지 않는 대사량이 낮은 동물임에도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공통 조상이 산소를 효율적으로 추출해야 하는 환경에서 진화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번에 연구자들이 CT 스캔과 센서를 이용해서 밝힌 사바나 모니터 도마뱀의 호흡기의 공기 흐름은 포유류보다는 조류와 비슷한 것으로써 여러개의 주머니 처럼 생긴 폐에 공기가 들어간 후 공기 주머니 사이의 구멍을 통해 공기가 지나가면서 가스 교환이 일어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즉 포유류 처럼 기관 -> 기관지 -> 폐포 -> 기관지 -> 기관의 공기 흐름이 아니라 기관 -> 폐 -> 곁 기관지의 흐름인 것입니다. 일종의 루프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llustrations show the skeleton, lungs, and bronchial airflow (clockwise) of the savannah monitor lizard. Illustration courtesy Emma Schachner )
이와 같은 호흡 방식은 일단 조류와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완벽한 폐-기낭 시스템을 가진 조류 만큼 효율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도마뱀은 대사량이 높지 않고 산소 요구량도 낮아서 그렇게까지 효율이 높은 호흡기는 필요 없겠죠. 그럼에도 이런 형식의 호흡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역시 공통 조상에서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가능케 합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추론을 토대로 이런 루프 형식의 단방향 호흡을 가진 공통 조상이 2억 5000 만년 전이 아닌 2억 7000 만년 전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시 더 큰 미스테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런 루프 형식의 단방향 흐름의 장점은 산소를 더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신 기낭 같은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한 만큼 더 복잡하고 그 만큼 유지하는데 에너지가 더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호흡 방식은 굳이 대기중 산소 농도가 높을 때는 별 이점이 없습니다. 이것이 이점을 가지려면 산소 농도가 낮은 환경이어야 가능합니다.
이런 호흡 방식이 페름기말 대멸종과 비슷한 시기에 진화했다면 별 어려움 없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페름기말 대멸종기에 산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졌고 당연히 산소를 더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동물이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트라이아이스기 초기 여전히 낮은 산소 농도 속에서 공룡과 조류의 조상은 빠르게 육지를 지배했고 포유류의 조상은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이후 중생대의 산소 농도에 대해선 이론이 있기는 했지만 쥐라기 이후에는 증가했고 이시기 공룡들은 거대해 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호흡 시스템이 이궁류의 조상에서 2억 7000 만년전 진화했다고 한다면 다소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페름기말을 제외하고 페름기 중기 이전에는 지금보다도 산소 농도가 높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연구 결과에 대해서 과학계에서 상당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적 가설이라는 것은 본래 논쟁과 검증 과정을 거쳐서 정설로 자리잡든 폐기되든 하니까 말이죠.
과연 사실 페름기에 산소 농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낮았던 것일까요 ? 아니면 사실은 이궁류의 분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늦게 일어난 것일까요 ? 그것도 아니라면 이 연구 결과에 문제가 있을까요 ? 현재로썬 단순히 답할 수는 없지만 여러 후속 연구와 검토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Emma R. Schachner, Robert L. Cieri, James P. Butler & C. G. Farmer. Unidirectional pulmonary airflow patterns in the savannah monitor lizard. Nature, 2013 DOI:10.1038/nature12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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