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90 - 엥케 혜성 (Comet Encke)




 2013 년 말 과학계의 가장 주목을 받은 혜성은 역시 아이손 (ISON) 혜성입니다. 그런데 새로 나타난 신입 때문에 오래전부터 알려진 고참이 무시를 받는 경우랄까 사실 2013 년 11월에 태양에 근접하는 혜성은 아이손 혼자만이 아닙니다. 아이손 혜성이 태양에 근접해서 무시무시한 불의 시련을 겪고 부서지냐 금세기 최고의 혜성쇼를 보여주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때 그 옆에는 정말 우연히도 카메라에 잡혔지만 쉽게 무시당한 혜성인 엥케 혜성 (Comet Encke/  2P/Encke ) 이 있었습니다. 




(아이손 혜성과 엥케혜성이 태양에 근접한 사진.  Comet C/2012 S1 (ISON) has entered the NASA STEREO/SECCHI HI-1A field of view where it joins the Earth, Mercury and comet 2P/Encke.
Credit: Karl Battams/NASA/STEREO/CIOC)


(아이손 혜성과 엥케 혜성이 태양에 근접한 사진.  Comet ISON makes its appearance into the higher-resolution HI-1 camera on the STEREO-A spacecraft. The dark "clouds" coming from the right are density enhancements in the solar wind, causing all the ripples in comet Encke's tail. These kinds of solar wind interactions give us valuable information about solar wind conditions near the sun. Note: the STEREO-A spacecraft is currently located on the other side of the Sun, so it sees a totally different geometry to what we see from Earth.
Credit: Karl Battams/NASA/STEREO/CIOC )


 엥케 혜성은 1786 년 프랑스의 피에르 메생 ( Pierre Méchain ) 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으나 당시에는 단주기 혜성인지 모르다가 1819 년 독일의 요한 프란츠 엥케 ( Johann Franz Encke ) 에 의해 3.3 년의 아주 짧은 주기를 가지는 단주기 혜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엥케 혜성은 대표적인 단주기 혜성으로 사실 가장 짧은 주기의 단주기 혜성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중국등 다른 문화권에서 아주 오래전 이 혜성이 훨씬 밝았을 무렵에 관측된 적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망원경 없이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말이죠)       


 엥케혜성은 원일점일때 4.11 AU, 근일점일 때 0.3302 AU 정도의 공전 궤도를 가지고 있으나 태양계의 내행성들과 근접 거리를 공전하기 때문에 다소 변동성 있는 궤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공전 궤도가 겹치는 부분 때문에 항상 조마조마한 혜성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지름은 약 4.8 km 정도로 만약 지구에 충돌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 입니다. 


 엥케 혜성은 지난 1997 년 지구에서 불과 0.19 AU 정도 떨어진 위치를 지났으며 매 33 년 마다 1 번씩 지구에 근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차례 이 혜성이 태양에 근접했기 때문에 표면에 증발할 물질은 대부분 증발한 상태라서 핵이 매우 큰데 비해 큰 꼬리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지구에서 관찰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혜성입니다. 육안으로 보일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앞으로 다시 지구에 아주 근접하는 것은 2172 년으로 이 때는 0.1735 AU 정도로 근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성에는 더 가까이 근접한 적도 있습니다. 2013 년 11월 18일에 엥케 혜성은 수성에서 불과 0.002496 AU (373.4 만 km) 까지 근접했습니다. 수성에서 관측했다면 육안으로도 확인될 만큼 가까이 간 셈이죠. 이런 식으로 태양계 내행성에 근접하는 이벤트가 많다면 그 중력에 영향을 받아 궤도가 변하므로 먼 미래에 운 나쁜 행성에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 것 입니다. 다행히 궤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한 2172 년 이전에는 지구에 크게 근접할 이벤트는 없다고 하네요. 



(수성에 근접한 엥케 혜성)     



(엥케 혜성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 사진 This image taken by NASA's Spitzer Space Telescope shows the comet Encke riding along its pebbly trail of debris (long diagonal line) between the orbits of Mars and Jupiter. This material actually encircles the solar system, following the path of Encke's orbit. Twin jets of material can also be seen shooting away from the comet in the short, fan-shaped emission, spreading horizontally from the comet.   Credit : NASA/JPL-Caltech/M. Kelley (Univ. of Minnesota))


 엥케 혜성은 핵은 큰데 혜성 자체는 어두운 편이고 (알베도가 4.6% 에 불과) 가장 밝을 때도 육안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주쇼를 안만드는 건 아닙니다. 황소자리 유성군 (Taurids) 는 이 엥케 혜성이 남긴 잔해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반구에서 10월말에서 11월 초에 볼 수 있어 서양에서는 핼로윈 불꽃 (Halloween fireballs) 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엥케 혜성의 잔해들은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생각보다 큰 잔해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1908 년에 있던 퉁구스카 폭발이 엥케의 파편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 (물론 결정적인 증거는 없음) 한 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NEO 중 하나인 2004 TG10 은 대략 350 - 780 미터 정도 되는 천체로 아마도 그 공전 궤도로 볼 때 엥케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황소자리 유성군에도 파편을 더하고 있죠. 만약 엥케 혜성이 여러개로 쪼개지면 한개당 위력은 낮아지지만 대신 충돌 가능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꽤 골치아플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손에 향한 동안 엥케는 근일점을 통과해서 다시 태양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손은 다시 올 일이 없지만 엥케 혜성은 적어도 수만년 이상 태양 주변을 공전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이 혜성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류에게 더 중요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특히 먼 미래에 우주에 진출한다면 중요한 자원의 보고가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