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얼음 밑에는 표면과는 달리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빙하가 녹은 물이 스며들게 되어 있으니까요.최근 유타 대학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주 놀라운 크기의 대수층이 그린란드에 존재하다고 합니다. 그 면적은 무려 27000 평방마일 (약 7 만 제곱 킬로미터) 로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주 보다 더 크며 남한 면적의 2/3 수준에 달하는 크기입니다.
그린란드의 빙하는 남극의 거대한 빙하에 비해서 더 빨리 녹아내리기 때문에 향후 해수면 상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빙하가 다 녹아내리면 해수면은 6-7 미터 정도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아내릴 것인지에 대해서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과학계의 핫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빙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두꺼운 얼음 아래 액체 상태의 물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표면에서 녹은 물이 아래로 내려가 일종의 지하 호수와 강을 만드는 것은 빙하지형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그린란드는 물론 남극 지하에서도 호수를 발견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페레니얼 만년빙 대수층 (perennial firn aquifer) 은 그 크기와 규모에서 이전의 예상을 벗어난 것입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유타 대학의 릭 포스트 교수 (Rick Forster, lead author and professor of geography at the University of Utah) 는 "현재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그린란드 빙상에 있다. 그리고 빙상이 녹는 속도는 기록적이다. 따라서 대수층이 저장하는 물의 양을 매년 확인 하서 실제 녹아내린 물의 양과 해수면 상승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린란드에서 시추를 하는 연구진. 옆에 있는 것은 스노우모빌로 186 마일이나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기 위한 수단임 This drill rig was used to extract firn cores from within the Greenland firn aquifer. One of the snowmobiles used in the 186 mile traverse of the ice sheet to reach the drill site. Clement Miege, University of Utah Ph.D. student and Terry Gacke, Ice Drilling Design and Operations. Credit: Evan Burgess)
포스터의 팀은 2010 년 부터 그린란드의 남동부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2010 - 2011 년 사이 시추를 한 지역 중 첫번째 지역에서는 33 피트 아래 (약 10 미터), 두번째 지역에서는 82 피트 (약 25 미터) 에서 물과 마주칠 수 있었는데 이는 빙하 아래 비교적 깊지 않은 곳에 거대한 대수층 (aquifer : 물을 가지고 있는 층) 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 대수층의 규모를 밝히기 위해서 연구팀은 지상 및 공중 레이더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그린란드 남부에 약 7 만 ㎢ 너비에 대수층이 5 - 50 m 두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추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연구팀 )
포스터의 팀은 이 결과를 Nature Geoscience 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그린라드에서 녹는 얼음의 양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양이 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린란드는 거대한 빙상은 지구 해수면을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얼음 덩어리가 녹아서 지구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것은 헐리웃 재난 영화 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일은 지구 역사에선 매우 흔한 사건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으로부터 9만 5 천년전에서 2 만년전에는 지금의 캐나다 대부분과 미국 북부 일부 (시카고, 뉴욕을 포함) 에 두께 3.2 km 정도 되는 거대한 로렌타이드 빙상 (Laurentide Ice Sheet) 이 존재했습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이 방상을 비롯한 거대 빙상들이 녹아내리면서 해수면이 120 미터 정도 크게 상승했고 지금의 온난한 기후가 찾아왔습니다. 사실 기후 자체로 말하면 해수면이 과거보다 크게 상승한 현대가 빙하기보다 더 살기 적합히죠. 하지만 지금보다 기후가 더 상승해 해안 지대가 물에 잠기게 되면 그로 인한 재산, 인명상의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우려됩니다. 상당수 대도시와 인구 밀집 지대가 해안가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이죠.
(지난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 현재와 비교해서 120 - 140 미터 정도 해수면이 낮았음 This figure was prepared by Robert A. Rohde from published data, and is incorporated into the Global Warming Art project.
Reference
1. Fleming, Kevin, Paul Johnston, Dan Zwartz, Yusuke Yokoyama, Kurt Lambeck and John Chappell (1998). "Refining the eustatic sea-level curve since the Last Glacial Maximum using far- and intermediate-field sites".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163 (1-4): 327-342. doi:10.1016/S0012-821X(98)00198-8
2. Fleming, Kevin Michael (2000) Glacial Rebound and Sea-level Change Constraints on the Greenland Ice Sheet,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PhD Thesis
3. Milne, Glenn A., Antony J. Long and Sophie E. Bassett (2005). "Modelling Holocene relative sea-level observations from the Caribbean and South America". Quaternary Science Reviews 24 (10-11): 1183-1202. doi:10.1016/j.quascirev.2004.10.005) )
따라서 해수면 상승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단순히 과학적 연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현장 탐사는 물론 항공, 우주 관측을 통해 표면의 얼음이 녹는 정도를 정확히 관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녹은 물이 모두 다 곧장 바다로 흘러들어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아래로 스며들어 아예 기반암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위에서 처럼 호수나 대수층을 이루기도 합니다.
본래는 얼음이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그래서 얼음이 물에 뜨죠) 녹은 물은 모두 가장 아래층으로 갈 것 같지만 오랜 시간 돌처럼 단단해진 아랫층의 얼음은 쉽게 녹아 내리지 않아서 물의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일종의 불투수층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종의 대수층이 빙상안에 형성됩니다. 이와 같은 숨어 있는 녹은 물의 존재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얼음이 녹았는지 측정하는데 혼동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로 인해 과학자들은 빙상 안쪽에 숨어 있는 막대한 물의 양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아직 이 거대 대수층이 빙상을 더 빨리 녹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더 천천히 녹게 만들 것인지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은 이제 부터 연구 과제지만 아무튼 그린란드 빙상이 겉으로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녹아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사실 밖에서 봤을 때도 그린란드 빙상의 질량 감소는 2008 년에서 2012 년 사이 연간 367 기가톤 (3670 억 톤) 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으로 더 많이 녹아 있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미래 해수면 상승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 연구는 나사의 Operation IceBridge 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참고
Journal Reference:
- Richard R. Forster, Jason E. Box, Michiel R. van den Broeke, Clement Miege, Evan W. Burgess, Jan H. van Angelen, Jan T. M. Lenaerts, Lora S. Koenig, John Paden, Cameron Lewis, S. Prasad Gogineni, Carl Leuschen, Joseph R. McConnell.Extensive liquid meltwater storage in firn within the Greenland ice sheet. Nature Geoscience, 2013; DOI:10.1038/ngeo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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