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기준치 이하 미세 먼지도 암 발생과 사망률 증가에 기여한다 ?



 지난 수십년간 미세 먼지 오염이 건겅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록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제 어느 정도 확립된 과학적 합의가 이뤄진 가설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정도 선까지 미세 먼지 농도를 낮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존재합니다. 미세 먼지 자체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100%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위적인 미세먼지 방출원 (공장, 발전소, 소각시설, 차량 등) 에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2013 년 12월 9일자 랜싯 (The Lancet) 온라인판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현재 유럽 미세 먼지 기준치 이하에서도 사망률의 증가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자들은 22 개의 유럽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모아서 (총 367,251 명의 참가자) 사망률과 살고 있는 지역의 미세 먼지 (particulate matter (PM) with diameters of less than 2·5 μm (PM2·5), less than 10 μm (PM10), and between 10 μm and 2·5 μm (PMcoarse)) 농도와의 연관성을 연구했습니다. 


 총 5,118,039 person-years (평균 13.9 년 follow up) 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2.5 μm 이하 미세 먼지 농도와 사망률 증가와의 연관성이 가장 높아서 5 μg/㎥ 의 증가당 1.07 (95% CI 1.02—1.13) 의 HR (Hazard Ratio) 증가가 있었습니다. 


 이를 쉽게 이야기 하면 미세먼지 PM2.5 농도 5 μg/㎥  증가에 따라 사망률이 7% 씩 증가한다는 것인데 심지어 현재 유럽연합 대기 규제 기준인 25 μg/㎥ 나 혹은 그보다 낮은 20 μg/㎥ 에서도 이와 같은 사망률 증가가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로부터 현재의 대기 미세 먼지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05 년 기준 유럽내 미세 먼지 (PM10) 농도 분포. Concentration of PM10 - 36th maximum daily average value, 2005   Credit : EEA (European Environment Agency)


 한편 2013 년 8월에는 The Lancet Oncology 에 실린 연구에서는 장기간 (평균 13 년 추적 관찰) PM10 과 PM2.5 의 증가가 폐암, 특히 선암 (adenocarcinoma) 와 의미있는 연관성이 있었으며 이는 대기 미세 먼지 규제 기준 (PM10  은 40 μg/㎥ 이하, PM2.5 는 25 μg/㎥ ) 이하에서도 나타났습니다. PM10 은 5 μg/㎥ 당 22%, PM2.5 는 5 μg/㎥ 증가당 18% 라는 높은 상관성을 지닌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다만 산화질소 (NOx) 와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연구 역시 17 개 유럽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총 312,944 명의 참가지와  4,013,131 person-years ) 앞서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대기 오염 효과에 대한 유럽 코호트 연구 - European Study of Cohorts for Air Pollution Effects (ESCAPE) -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 입니다. 유럽 연합으로부터 지원받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은 현재 유럽 미세 먼지 규제 기준을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부분도 생각해야 하는게 아에 0 으로 만들 수는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더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더 낮출 때 드는 비용대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돈 규제 역시 마찬가지로 아예 0 으로 만들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 기준치를 맞추고 있죠. 라돈 역시 기준치 이하에서도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0 으로 만들 방법이 없고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이 컨트롤 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볼 때 미래 중국에서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 규제를 최우선 정책 사항으로 삼아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 PM10 의 경우 50 μg/㎥ 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PM2.5 에 대해서는 2015 년 1월 부터 25 μg/㎥ 으로 규제할 계획입니다. 한국내에서의 오염원의 규제는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이르렀으나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 먼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Reference

1.  Rob Beelen, Ole Raaschou-Nielsen, Massimo Stafoggia et al Effects of long-term exposure to air pollution on natural-cause mortality: an analysis of 22 European cohorts within the multicentre ESCAPE project.  The Lancet, Early Online Publication, 9 December 2013. doi:10.1016/S0140-6736(13)62158-3

2.  Ole Raaschou-Nielsen, Zorana J Andersen, Rob Beelen, et al. Air pollution and lung cancer incidence in 17 European cohorts: prospective analyses from the European Study of Cohorts for Air Pollution Effects (ESCAPE)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