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혐오감을 주는 곤충중에 하나인 바퀴벌레는 곤충강 바퀴목에 속하는 꽤 큰 그룹의 절지 동물로 지금까지 4500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인간과 같이 생활 (?) 하는 바퀴벌레는 대략 30 종 정도입니다. 바퀴를 박멸하고자 하는 인간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에 질긴 생명력의 대명사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대개의 바퀴벌레는 다른 곤충류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환경에서 서식합니다. 작은 변온 동물인 곤충류는 영하의 온도에서는 활동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인간과 같이 사는 바퀴의 경우에도 대개는 사시사철 따뜻한 인간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바퀴 혹은 야마토 바퀴라고 (Japanese cockroach 혹은 Yamato cockroach/ 한국에서는 이런 명칭보단 집바퀴라는 친숙한 명칭으로 더 잘 알려짐. 성체 크기가 2-2.5 cm 나 되서 한국인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친숙한 존재 ) 불리는 Periplaneta japonica 라는 바퀴는 북반구의 추운 기후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japonica 라는 종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일본에서 유래한 바퀴 종으로 생각됨)
이 바퀴벌레는 곤충류가 겨울을 나는 대표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인 동면을 선택합니다. 이 바퀴의 유충은 눈 덮힌 겨울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실험실에서는 - 5 ~ -8 ℃ 에서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작은 변온 동물인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죠. 심지어 잠시 얼음속에 갖혀있다가 해동되도 죽지 않고 생존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Periplaneta japonica 는 기본적으로 야생 바퀴이지만 인간이 사는 곳도 마다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해충으로 분류됩니다. 본래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후 이제는 중부와 북부 일본에서 흔한 해충이 된 이 바퀴는 아마도 화물의 운송등에 의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점차 확산되어 현재는 중국, 한국, 남동부 러시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이 일본 바퀴가 세계 금융 수도인 뉴욕 맨해튼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곤충학자인 제시카 웨어 (Jessica Ware ) 와 도미닉 에반젤리스타 (Dominic Evangelista) 는 2012 년 이제까지 미국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바퀴벌레를 뉴욕 맨해튼 서부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곤충학자들은 처음 보는 이 신종 바퀴를 분석하기 위해 표면을 플로리다 대학으로 보내 공저자인 라일 부스 (Lyle Buss) 에게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이 신종 바퀴는 Periplaneta japonica 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내용을 Journal of Economic Entomology 에 발표했습니다.
(2012 년 뉴욕 시 하이라인에서 발견된 Periplaneta japonica . 왼쪽이 수컷이고 우측이 암컷 This male (left) and female of the species Periplaneta japonica were found on New York City's High Line iin 2012. (Credit: Lyle Buss, Univ. of Florida))
다른 바퀴와 마찬가지로 혐오스럽게 생긴 이 바퀴벌레가 어떻게 미국으로 들왔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제는 일본에만 사는 바퀴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에서 들어왔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연구자들은 아마도 공원에서 사용하는 관상용 식물에 알이나 유충이 끼어들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미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이 곤충이 뉴욕에 새로 등장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뉴요커들을 (그리고 다른 미국인들도) 긴장해야 하는 뉴스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헌팅턴 포스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 현지 언론들은 이를 특종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Invasive Winter-Proof Cockroach', 'Super Roach' 등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하는 가운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는 'Alien Cockroach' 라고 이를 소개하면서 추운 기후에서도 번성하는 질긴 생명력으로 미국내 바퀴 경쟁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냥 우리가 보기엔 집바퀴 인데 말이죠. (뭐 우리가 보기에도 질긴 생명력 하나 만큼은 사실이니 긴장할 만 하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사실 교통과 운송이 매우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바퀴의 글로벌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집바퀴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흔한지를 생각하면 이제서야 미국에 상륙했다는 것은 늦은 감 (?) 마저 있다고 해야죠. 이미 미국 현지는 글로벌 바퀴의 용광로라고 부를 만큼 수많은 바퀴들이 사람과 함께 들어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외래종의 유입으로 미국내 바퀴 생태계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essica Ware and Dominic Evangelista. Using DNA Barcodes to Confirm the Presence of a New Invasive Cockroach Pest in New York City. Journal of Economic Entomology, Decemb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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