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91 - 사실상 최후를 맞이한 아이손 혜성



(살아 생전 가장 예쁘게 촬영된 아이손 혜성 Comet ISON (C/2012 S1) captured by the Mount Lemmon SkyCenter using the 0.8m Schulman Telescope and an STX-16803 CCD camera. 8 October 2013. Author : Adam Block/Mount Lemmon SkyCenter/University of Arizona ) 


 이전 포스트 ( http://jjy0501.blogspot.kr/2013/11/ISON-May-Have-Survived.html) 에서 아이손 혜성의 운명은 마지막 조각이 증발하면서 갑자기 밝아졌던지, 핵의 몇분의 1 에 해당하는 조각이 남아서 미니 아이손 혜성이 되던지, 아니면 의외로 상당 부분이 살아남았던지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마도 첫번째 추정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꼬리 비슷한 물체를 만들던 아이손 혜성의 잔해는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매우 희미해졌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제 남은 것은 아이손 혜성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먼지와 가스 뿐이라는 것입니다. 꼬리를 만들만한 파편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사실상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한국 천문 연구원에서는 2 일 보도 자료를 내고 이 혜성이 파괴되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 천문 연구원에 의하면 아이손 혜성이 근일점 통과 직전에 분열의 징후를 나타내며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태양에 근접하기 전에 이미 핵을 잃어버린 상태로 생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11월 29일 근일점을 통과하고 난후 SOHO 및 LASCO C3 에 나타난 꼬리와 흔적은 아이손이 파괴되고 남은 먼지와 잔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영상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근일점에서의 영상)  


 아이손 혜성은 태양에 근접하면서 갑자기 밝아진 후 밝기가 어두워 졌는데 이는 이미 이 단계에서 핵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근일점에서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점은 제가 이전에 추측한 시나리오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뭐 상식적으로 가장 가능성 있는 내용이니까요)



(SDO 관측에서는 근일점에서 혜성이 있어야할 위치에 혜성과 꼬리,  심지어 파편도 보이지 않았음.  This image from NASA's Solar Dynamics Observatory shows the sun, but no Comet ISON was seen. A white plus sign shows where the Comet should have appeared. It is likely that the comet did not survive the trip.
Image Credit: NASA/SDO ) 


 하지만 본체가 파괴되도 일부 남은 파편이 꼬리를 만들고 새로운 혜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후 등장한 SOHO 영상에서는 근일점을 돌아나오는 흔적이 꼬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소 희망적인 징후로 해석하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위의 동영상 참조) 




( SOHO 이미지. 태양에서 멀어지면서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새로운 꼬리의 모습이 분명하게 관측됨.  가운데 흰 동그라미가 태양  ISON appears as a white smear heading up and away from the sun. ISON was not visible during its closest approach to the sun, so many scientists thought it had disintegrated, but images like this one from the ESA/NASA 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 suggest that a small nucleus may be intact.
Image Credit: ESA/NASA/SOHO/GSFC) 


 하지만 이후 SOHO 의 추가 관측 결과는 실망스런 것이었습니다. 




(Image Credit: ESA/NASA/SOHO/GSFC)


 결국 12/1 일까지 SOHO 의 관측 범위에서 보면 마지막 남은 조각이 태양풍에 날린 후 이제는 가스와 먼지가 흩어지는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STEREO A 이미지 역시 거의 희미해지는 아이손의 잔혜를 확인했습니다. 



(STEREO A 가 찍은 아이손의 마지막 모습으로 (화살표) 그 잔해가 매우 희미해졌음을 알 수 있음 A sequence of STEREO A images from November 30th and December 1st (Universal Time given at bottom) show what's left of Comet ISON drifting away from the Sun.
NASA / STEREO )


 하루전에는 생각보다 큰 조각이 살아남아 금세기 최고 까지는 아니어도 망원경으로는 볼 수 있는 꼬리를 만들 가능성도 제기되었으나 결국 소멸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보여준 꼬리는 최후의 파편들이 날리는 마지막 피날레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최후는 그다지 의외라곤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이전 포스트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지만 이 혜성이 결국 파괴될 가능성도 높다는 건 모두가 예측했던 일입니다. 따라서 근일점에 도달하자 세계 천문학계 (아마추어 천문학도를 포함) 의 시선이 집중되었던 것이죠. 




 나사가 공개했던 정보에서도 이런 내용이 강조되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언론 보도에선 이런 내용은 생략하고 금세기 최고의 혜성이 온다고만 보도했던 것이죠. 어떤 분이 댓글로 왜 나사에서는 금세기 최고의 혜성이 된다고 떠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서 첨언하면 분명 부서질 수 있다는 건 여러차례 나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궤도를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거든요. 


 더구나 나사와 ESA 등 다른 여러 우주 기구들은 이미 관측을 통해 수천개의 태양 근접 혜성들을 관측한 바 있습니다. 수많은 혜성들이 태양 근처에서 최후를 맞이했죠. 따라서 이런 운명을 예측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의 천문 연구원을 비롯 세계 각국의 천문 관측 기구들이 생존, 파괴(소멸), 잔해가 일부 살아나오는 시나리오 중 한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나사 역시 마찬가지로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오래전 부터 보도자료와 교육 자료를 통해 알려줬죠. (그 중 하나 아래 링크 참조)  




 아무튼 좀 단단한 혜성이어서 무사히 살아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물론 아이손의 관측 데이터는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여러가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혜성쇼는 못보게 된 셈이죠. 나중에 포스트로 발견에서 소멸까지 아이손 혜성의 역사를 간추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남은 부분에 대한 관측은 계속되고 있어서 의외의 사실이 밝혀지면 또 추가 포스트를 작성할 수도 있겠네요.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