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 년 12월 10일 KBS (한국 방송 공사) 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11 명의 이사 가운데 여당 측 이사 7 명만 참석한 가운데 전원 찬성으로 현행 월 2500 원인 수신료를 월 4000 원으로 60%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17 일에는 방통위 (방송통신 위원회) 가 17 일 이 'KBS 수신료 조정안' 에 대한 검토에 착수해서 다음달 중 결론을 내리기로 한 상태입니다. 이 검토 과정을 거쳐 방통위가 승인하면 다시 국회에서 최종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야당 및 시민 사회의 반발이 적지 않아 과연 KBS 가 오랜 숙원 사업인 수신료 인상에 성공할지는 현재로썬 알기 힘듭니다.
현재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어떤 결론이 날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KBS 는 아주 오래전 부터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왔습니다. TV 수신료가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면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애써왔고 (그러나 한국처럼 강제적인 TV 수신료가 없는 나라도 있다는 이야기는 외면해 왔습니다.) 실제 몇차례 인상 시도도 해봤지만 그 때 마다 여론의 강력한 역풍을 맞고 인상에 실패한 역사가 있습니다.
TV 방송 수신료는 과거 방송법 제 64 조에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라는 법조항을 근거로 1963 년부터 월 100 원씩 부과되어 왔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TV 라는 기계를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방송 광고를 할 만한 기업조차 변변히 없던 시절이라 방송국을 운영하기 위해서 수신료를 부과하는데 문제를 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TV 수신료는 매년 조금씩 인상되어 1981 년에는 컬러 2500 원, 흑백 800 원까지 인상되었으나 흑백 TV 자체가 사라짐에 따라 1984 년 12 월 부터는 모두 월 2500 원으로 통일되었습니다. 그러나 KBS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TV 만 있으면 예외없이 수신료를 내야 하는데 대해서 국민적인 불만이 높아지게 되었죠.
1980 년대 후반 수신료 (시청료) 거부 파동을 거친 후 아예 TV 수신료를 안내지 못하게 만드는 기가막힌 꼼수로 1994 년 10월 부터는 전기 요금과 함께 징수했는데 이는 국민들의 불만 (당시에도 공중파 방송이 수신되지 않는 지역이 많았음. 또 유선 방송의 보급으로 KBS 자체를 시청하지 않는 인구도 증가) 사항을 해결해 주기 보다는 강제 징수의 편의성만 높이려는 행정으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은 계속되었고 심지어 2008 년에는 방송법 64 조가 위헌 소송까지 갔으나 결국 헌법 재판소까지 KBS 의 편을 들어줘 우리는 계속해서 KBS 를 보지 않더라도 수신료를 내야 하는 입장입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저는 KBS 는 말할 것도 없고 아예 공중파 TV 방송 자체를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이 적었는지 모르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환경이 발전하면서 수동적으로 TV 를 시청하기 보다는 VOD 서비스나 유튜브,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며 케이블 및 여러 민영 방송사의 증가로 인해 KBS 의 시청 시간 자체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게 옳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솔직히 1960 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KBS 를 보지 않아도 TV 사용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 TV 안봐도 개인적으로는 불편을 잘 못 느끼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KBS 방송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KBS 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최근 몇년간 전혀 안보다시피 했기 때문에 KBS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 (뉴스든 드라마든 다큐든 간에) 호감은 물론 불만도 품을 수 없는 입장이거든요. KBS 에 관련된 유일한 불만은 보지 않아도 수신료를 내야 한다는 정도입니다. 보지도 않는데 시청료를 내는 것이 합리적인 일일까요 ?
이런 질문에 대해서 이미 대한민국 법원은 법리적 해석을 내린 상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TV 를 소유하는 순간 시청 여부와 무관하게 수신료를 내야 하는 것은 이 나라 법으로 정해진 의무이며 이는 심지어 외국인이라 해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온라인에는 TV 수신료 안내는 방법이라는 노하우를 설명해주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예외 규정을 이용하는 것이죠. )
(TV 수신료 안내는 방법으로 검색한 결과 .... )
앞에 적은 글대로면 제가 KBS 방송사 자체에 대해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오해하실 분도 있으실 것 같아서 거듭 설명하지만 아무 불만없습니다. 단 한가지만 빼고 말이죠. 그 한가지는 바로 저처럼 안보는 사람에게도 수신료를 강제로 걷을 뿐 아니라 인상까지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 아마도 저 혼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 수신료 인상 시도가 실패했던 일은 2010 년이었습니다. 당시 KBS 의 공영성을 살리기 위해서 2500 원이던 수신료를 무려 6500 원으로 올리고 광고를 없애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당시엔 KBS 광고를 금지시켜 종편들에 몰아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더 거센 반발이 있었죠) 직면한 KBS 는 일단 이를 철회했습니다. 그러나 수신료 현실화는 KBS 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쉽게 포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KBS 는 2013 년에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오는데 처음에는 광고를 없애고 수신료를 현실화 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으나 여론의 반발을 의식 4000 원으로 인상을 최소화 (?) 하되 KBS 2TV 의 광고를 줄이겠다고 인상안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광고 축소 예상액은 연간 2100 억원 정도인데 KBS 는 자체 추산으로 수신료를 4000 원으로 올림으로써 수신료 수익은 연평균 9760 억원이 되고 광고 수익은 4136 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광고를 축소할 것인지는 발표하지 않아 정말 수신료가 오르면 광고를 축소해서 공영화를 이룩할 것인지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다 KBS 는 17일 방통위 제44차 회의에 ‘수신료 승인신청 관련 서류 접수 및 향후 처리계획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면서 별도의 중장기 수신료 개선안을 첨부해 더 큰 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내용에 수신료 부과 대상을 현행 TV 수상기에서 수신기기 (컴퓨터, 휴대전화, 태블릿 PC 등) 으로 변경하는 안을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신료를 물가와 연동해 3 년마다 인상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도 같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별도의 중장기 개선안이고 방통위나 국회에서 승인해야 하는 내용도 아니지만 덕분에 더 거센 여론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대로면 TV 가 없어서 지금까지 수신료를 내지 않던 사람도 DMB 기기나 혹은 컴퓨터에 수신료가 부과되어 수신료를 내야하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가 있거든요.
KBS 가 이렇게 수신료를 계속 인상하려고 시도하는 건 시대의 변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젊은 세대에서는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고 있고 그자리를 네이버, 다음 같은 포탈이나 혹은 SNS, 게임들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케이블 방송에다 종편까지 우후죽순으로 채널이 늘어나다 보니 한 채널당 시청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광고 수입이라는 파이는 늘지 않는데 먹을 사람은 많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KBS 는 2011 년 650 억원, 2012 년 380 억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600 억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국감에서 밝혀진 바가 있습니다. 국감에서 나온 이야기로는 수신료만이 아니라 제작비 급등, 광고시장 악화, 높은 인건비 등 다양한 문제가 이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영합리화를 위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수신료 인상은 광고를 좀 줄이고 EBS 에 나눠주는 몫을 늘리더라도 (현행 3% 에서 무려 5% 로 늘려준다고 함) KBS 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부실화를 막을 수 있는 손쉬운 방안이기는 합니다. 중간 광고를 포함해서 오히려 광고를 더 늘리고, 새로운 컨텐츠 사업을 확장하고 기타 경영을 합리화 하는 대안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해야겠죠.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서 수신료를 늘리려는 KBS 와 지금 수신료에도 불만이 많은 일반 국민들 사이의 괴리감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TV 자주 보시는 분들도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시는 분들은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런 여론의 부담을 지고 정치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KBS 이제는 새로운 수익 사업 발굴과 지나치게 높은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경영 합리화 같은 대안적 방법을 더 열심히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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