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몇 차례 공기업/공공기업 부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최근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서인지 보다 상세한 현황에 대한 보고들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 은 12월 10일 '공공기관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 을 갖고 여기서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포함) 의 총 부채는 지난 2012 년 말 기준으로 565.8 조원이라는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획 재정부가 알리오 시스템을 통해 밝힌 295 개 공공 기관의 2012 년 말 기준 부채 493.4 조원 (이전 포스트 http://blog.naver.com/jjy0501/100187779740 참조 )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지방공사·공단의 2012년 부채 52.4조원와 기타 기관의 부채를 합친 액수라고 합니다. 공기업/공공기관 부채의 경우 어디까지 포함하는냐에 따라서 그 규모가 발표때 마다 달라서 뉴스를 보는 경우 혼동이 올 수 있는데 아무튼 지금까지 발표된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공공기관 부채로 보입니다.
다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수백개에 달하는 다양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문제라기 보다는 특히 부채가 많은 공공기관 12 개가 부채 증가를 주도했다는 특이한 점이 발견됩니다. 그 이유는 역대 정권, 특히 지난 정권에서 여러가지 국가 사업을 공기업 주도로 추진하거나 공공 요금을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말 못하다가 나중에야 조세연이나 다른 국가 기관에서 '이제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기 어려운 권력의 속성 때문이겠죠.
아무튼 조세연의 발표 (물론 이전 공기업의 부채를 발표한 기획 재정부 및 다른 통계와 다른 점은 없긴 하지만) 에 의하면 부채가 큰폭으로 늘어난 공공기관 12 개는 (모두 2012 년 말 기준) 아래와 같으며 부채 규모가 높은 순으로 나열.
- 한국 토지 주택 공사 (LH) : 138조 1200 억원. LH 는 2009 년 주택 공사와 토지 공사가 합병해 탄생한 초대형 부실 공기업으로 1997 년 토공과 주공을 합쳐 14조 7200 억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었으나 15 년 후인 2012 년에는 138 조원으로 규모가 838.3% 증가해 가장 부채가 큰 공기업일 뿐 아니라 증가율도 가장 큰 공기업.
LH 측의 해명에 의하면 이중 공공임대 주택 등 정부 정책 사업에 투입한 부채가 66 조원으로 절반 수준이며 나머지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등이라고 합니다.
2004 년 노무현 정부 집권 시기부터 부채 증가율이 상승한 LH 는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계속해서 큰폭으로 부채가 증가했는데 임대주택 건설 및 운영, 세종시 이전, 혁신도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국책 사업을 정부 예산이 아니라 LH 가 빚을 내서 시행한 것과 더불어 2008 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빚을 갚으려 해도 하루 이자만 100 억원이 넘는 상황이라 자구노력 만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단계입니다.
- 한국 전력 (발전 자회사 포함) : 95.1 조원. 우리나라에서 2 번째로 부채가 큰 공기업으로 한전 자체 (54 조 9600 억원) 과 발전자회사의 부채는 2008 년 전세계적인 발전 연료 비용 상승과 더불어 큰폭으로 증가했음. 2008 년 이후 5 년 동안 부채 규모는 56.4 조원이 증가하고 부채 비율 역시 2007 년 87.3% 에서 2012 년 186.2% 로 급증.
한전에 의하면 이런 부채 증가는 연료비 (주로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 의 가격증가를 그 때 바로 반영하지 않고 공공 요금을 묶어둔 탓으로 따라서 지난 3 년 사이 5 차례에 걸쳐 전기료를 인상했습니다. 그러나 잦은 원전 고장과 원전 비리로 추가적인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전력 수요를 잘못 예측해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은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도가 커지면서 올해 역시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임원 임금 삭감, 자산 매각등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엄청나게 증가한 부채가 쉽게 없어질지는 미지수 입니다.
- 예금 보호 공사 : 45.9 조원. 예보 공사는 자체의 부실 경영이나 국책 사업 때문에 아니라 금융권 구조 조정에 의해 부채가 생기는 공공 기관입니다. 따라서 2003- 2007 년 사이에 특별한 구조 조정이 없었을 때는 평균 부채 금액이 3천억원 수준으로 안정되어 있었으나 2011 년 이후 상호 저축 은행 구조조정 이후 부채가 22.7 조원이 추가로 늘어 2012 년말에는 45.9 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 한국 가스 공사 : 32.3 조원. 가스 공사 역시 공공 요금 인상 억제로 인해 부채가 증가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국내에서 천연가스 공급 확대 사업을 벌인데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 공격적인 국외 투자에 나선 것이 부채 증가에 주된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15 년간 연평균 15.3 % 의 부채 증가율을 보였던 가스 공사는 2008 년 이후 5 년간 그 두배인 연평균 29.8% 의 부채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 한국 도로 공사 : 25.3 조원, 1997 년부터 15 년 사이 5.6 조원에서 25.3 조원으로 부채가 증가했는데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채권발행이 주된 이유입니다.
- 한국 석유 공사 : 18 조원. 1997 년에는 2.1 조원이던 부채가 15 년 사이 763% 나 증가한 이유는 지난 이명박 행정부 시절 주된 사업인 해외 자원 개발 때문으로 2008 년 이후 5 년간 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37.3% 에 달했다고 합니다.
- 한국 철도 시설 공단 : 17.3 조원. 2004 년에 출범한 공단은 6.3 조원이던 부채가 2012 년에는 17.3 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속철 건설 사업으로 부채가 5.9 조원 증가한 것이었습니다.
- 한국 철도 공사 (코레일) : 14.3 조원. 2005 년 출범당시 5.8 조원이던 부채가 2012 년에는 14.3 조원으로 증가했는데 인건비 상승,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신규 차량 구입 건으로 인해 2010 에서 2012 년 사이 부채가 63.6%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09 년 88.8% 이던 부채 비율은 2012 년 244.2% 로 급증했습니다.
- 한국 수자원 공사 : 13.78 조원. 본래 부채 비율이 1997 년 62.4% 에서 2007 년까지 16% 로 감소해 재무 건전성이 가장 좋은 공기업이었습니다. 4 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4대강 및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맡은 후 2008 - 2012 년 사이 연평균 부채 증가율이 무려 62.4% 로 급격히 증가해 부채 비율은 122.6%, 총부채는 13.8 조원에 달했습니다.
- 한국 장학 재단 : 8.4 조원. 2009 년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학자금 대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드는 예산을 국가 예산이 아니라 채권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부채가 증가한 경우입니다. 2011 년 이후에는 기존 대출 상환이 이뤄지면서 순부채 증가액은 다소 둔화된 편이라고 합니다.
- 한국 광물 자원 공사 : 2조 3766 억원. 본래 부채가 1997 년에는 3206 억원 정도에 불과했고 2006 년까지 부채 비율도 88.3% 로 감소했으나 이후 반등 2012 년에는 177.1% 까지 증가했습니다. 대부분 부채 증가는 2008 - 2012 년 사이 발생 (약 2 조원) 했는데 주된 이유는 해외 자원 투자로 정부의 3차 해외 자원 개발 기본 계획에 따른 해외 광산 투자입니다.
- 대한 석탄 공사 : 1조 4702 억원. 부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 석탄 생산량 감축과 정부 지원금 축소로 인해 부채를 갚기 힘든 상태로 현재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부채 비율도 217% 로 부채가 자산의 두배가 넘는 공기업입니다.
이들 12 개 공공기관 부채는 2012 년 말 412.3 조원으로 295 개 공공기관 부채 493.4 조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공공 부채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최근 각종 국책 사업들을 떠맡으면서 대규모로 부실화된 경우입니다.
(2007 년말에서 2012 년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 증가 자료 : 한국 조세 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작성)
시제로 LH (당시는 주공과 토공), 도공등 SOC 관련 공기업은 노무현 정부때부터 부채가 급증해 이명박 정부 시절 증가세를 계속 유지했고 한전, 석유공사, 가스 공사 같은 에너지 공기업은 이명박 정권 때인 2008 년 이후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상당 부분의 부채가 보금자리사업, 신도시·택지사업, 주택임대사업, 예금보험기금사업, 전력사업, 국내 천연가스 공급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에서 발생했는데 공공기관 부채 증가의 상당 부분이 2008 년에서 2012 년 사이 발생했고 특히 12 개 주요 부실 공기업은 이 사이 부채가 2 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정권에서 각종 공약 사업 및 국책 사업을 공기업이 빚을 져서 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나면 그 부채는 정권 이후에도 남아 국민들의 큰 부담이 됩니다. 중앙 정부 소속의 295 개 공공기관 부채는 이미 국가 채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한편 안전행정부에 의하면 전국 251 개 지방 직영기업, 59 개 지방공사, 78 개 지방 공단을 포함한 388 개 지방 공기업의 부채 역시 72.5 조원에 달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방 공기업 부채 역시 최근에 급증한 것으로 지방 공사/ 공단 부채 52.4 조원 (2012년) 중 83% 가 도시 개발 공사 부채 (43.5 조원) 이라고 합니다.
도시 개발 공사 (대표적로 서울 SH 와 경기, 인천 도시 공사 부채가 전체의 80%) 가 큰 부채를 진 이유는 지난 2006 년 서민 주택 문제로 인해 주택 관련 사업을 대폭 늘렸으나 2009 년 글로벌 경기 및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이 저조한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LH 와 비슷한 이유)
나머지 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도시철도 (지하철 등) 부채와 경영손실로 지방 공사/공단이 2012 년 8893 억원의 경영손실을 기록한 이유가 바로 도시철도 경영 손실과 SH 공사의 미분양 확대에 의한 것이라고 안행부는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하면 상하수도 운영적자 (상 하수도 요금이 원가 이하 수준이라는 것이 안행부의 설명) 도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지방 공공기업 부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가한 셈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부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금을 올리든지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할 상황이 올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의 부담과 공적 자금이 결국 국가 부채로 연결된다는 점 때문에 현 정부는 일단 자체적인 자구 노력을 먼저 시행하도록 주문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게 순리상 맞는 이야기긴 하겠지만 과연 이런 거대한 부채가 자구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한가지더 개인 의견을 말한다면 결국 공기업이나 공공 기관이 설립목적과 무관하게 정치인의 공약 사업에 투입되거나 혹은 본래 설립 목적에 맞더라도 원금을 회수하기 힘들 사업에 동원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행정부가 주요 인프라를 독점하는 공기업을 세우고 여기에 대해서 무제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이런 사태가 자꾸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견제 장치나 공공 기관 경영진의 임기 보장 같은 중립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마지막은 순수하게 개인의견 입니다. 어쨌거나 공공기관 부채 문제는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해결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GDP 와 맞먹는 규모로 커지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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