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 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랩터라는 명칭으로 불린 벨로키랍토르 (Velociraptor) 였습니다. 1990 년 원작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나 1993 년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벨로키랍토르 속에는 V. mongoliensis 만이 알려져 있었고 (2008 년에 2 번째 종인 V. osmolskae 이 발견) 따라서 영화에 나온 것은 V. mongoliensis 이었습니다.
이 공룡은 사실 영화에서 묘사된 것 보다 많이 작아서 몸길이의 반을 차지하는 꼬리를 포함해도 2 미터에 불과하며 사실 키도 0.5 미터 수준으로 어른의 허리 아래에서 뛰어다닐만큼 작은 공룡이었습니다. 현실의 랩터는 타조보다 작았으며 영화를 찍을 당시는 몰랐던 일이지만 사실은 깃털로 덮혀있는 깃털공룡이었습니다. 영화 제작자들은 깃털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아무튼 영화 시나리오 상 어쩔 수 없이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공룡을 복원했습니다. (실제 복원시에는 데이노니쿠스 (Deinonychus) 와 더 비슷하게 복원되기도 했죠)
따라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랩터와는 마주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솔직이 이 두 육식 공룡을 동시에 마주치기도 힘듭니다. 왜냐하면 살던 시기가 달랐거든요. 벨로키랍토르는 백악기 후기인 7500 만년에서 7100 만년 사이 살았던 공룡이고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이보다 더 짧은 시기인 6700 만년전에서 6600 만년전에 살았던 공룡입니다. 둘이 살았던 시기는 모두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인데 수백만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앨버타 대학 (University of Alberta) 의 필 퀴리 (Phil Currie) 와 그의 동료들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사냥을 하던 시기에 같이 살았던 벨로키랍토르의 근연종을 몬태나 주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공룡은 벨로시랍토르 아과 Velociraptorinae subfamily 에 속하는 아케르랍토르 Acheroraptor 속의 Acheroraptor temertyorum 입니다. 이 공룡과 벨라키랍토르속은 모두 드로마에오사우루스과(Dromaeosauridae) 에 속합니다. 아케로랍토르속은 벨라키랍토르속과 매우 가까운 속으로 A. temertyorum 한종이 유일하게 발견된 종입니다.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시기 살았던 소형 수각류 아케르랍토르 Artist's conception of the newly discovered Acheroraptor, which lived at the same time as T. rex and Triceratops about 66 million years ago. Credit: Image courtesy Julius Csotonyi)
아케르랍토르는 약 40 kg 정도 되고 아마도 깃털로 덮혀있는 소형 육식 공룡으로 성체를 기준으로 그 보다 100 배 이상 더 무거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입장에서는 호랑이 앞에 강아지 같은 존재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사촌인 벨라키랍토르 (약 15 kg) 에 비해서는 큰 드로마에오사우루스과 공룡이었죠. 연구자들은 이 공룡이 아시아에서 발견된 공룡과 비슷한 점으로 봐서 어쩌면 백악기 후기에도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이동이 가능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영화상에서는 다양한 시대의 공룡을 복원하는 내용이니까 실제 이 공룡들이 어떤 시기에 살았는지는 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아무튼 티라노사우루스가 살았던 시기에도 벨로키랍토르와 근연종이 살았다는 사실은 재미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David C. Evans, Derek W. Larson, Philip J. Currie. "A new dromaeosaurid (Dinosauria: Theropoda) with Asian affinities from the latest Cretaceous of North America." Naturwissenschaften November 2013, Volume 100, Issue 11, pp 1041-1049. DOI: 10.1007/s00114-013-1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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