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 Scott Bauer, USDA)
서양 속담에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없다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과가 서구에서 대표적인 건강 과일로 통한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사과는 세계적으로 널리 애용되는 과일임과 동시에 과도한 육식과 칼로리 섭취에 노출되는 현대인에게 큰 도움을 주는 과일이기도 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University of Oxford) 의 연구자들은 최근 BMJ (British Medical Journal) 에 실린 연구에서 이 빅토리아 시대 속담이 진짜인지 검증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행해진 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 의 메타 분석 (meta analysis) 을 통해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 (Statin) 계통 약물 처방이 얼마나 혈관계 질환 (Vasular disease) 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현재 영국 (UK) 에서 스타틴 계통 약물을 처방받는 인구는 520 만명이며, 이 외에 일차 예방목적으로 스타틴을 처방 받을 수 있는 50 세 이상 인구는 1760 만명이라고 합니다. 스타틴계 약물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동맥 경화로 인한 질환, 특히 심근 경색의 이차 예방 및 치료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물입니다.
스타틴은 매우 널리 처방되는 약물로 지금까지 생존율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이 약물이 이차 예방 (질환이 발생한 재발을 막는 목적) 이외에 위험 인자가 없는 사람에게 일차 예방 (질환이 없는 사람에서 질환을 예방하는 목적) 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많은 연구가 있어왔습니다. 스타틴의 일차 예방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데 연구팀은 스타틴이 일차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용해서 그 효과를 영국에서 50 세 이상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의 효과 (compliance 70%) 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에 스타틴 한알씩 복용할 경우 (A statin a Day) 1760 만명의 인구 집단에서 연간 9400 명 (95% credible interval 7000 to 12500) 의 혈관 질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편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때 나타나는 생존율 분석 자료를 이용해 사과 한개를 매일 추가로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50 세 이상 인구 2200 만명 중 연간 8500 명 (95% credible interval 6200 to 10800) 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역시 70% 가 그렇게 먹는다고 가정)
연구팀은 이와 같은 모델링 결과를 토대로 식생활 변화를 포함한 생활 습관 변화 (lifestyle modification) 이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의 연구 결과로만 본다면 하루에 스타틴 한알 보다는 사과 한개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스타틴에 비해 사과가 훨씬 유리한데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실제 스타틴 vs 사과를 대상으로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 (RCT : Randermized Controlled Trial) 나 실제 코호트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 증거 수준 (level of evidence) 이 아주 높지 않아 사과 한개가 스타틴 한개 만큼의 혈관 질환 예방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다소 성급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시사하는 바는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한가지 분명한 점이라고 하면 평균적인 영국인의 경우 과일/채소 섭취는 늘리도록 권장하는 반면 과도한 지방, 나트륨, 열량 섭취의 주범이 되는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 탄산 음료, 과도한 육류 섭취는 줄이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비슷한 서구식 식생활을 하는 분들에게도 사과는 똑같이 권장되지만 이것이 평소 그대로 식사를 하고 사과 한개를 더 먹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고지방, 고열량, 고나트륨 식이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 채소를 더 먹으란 의미이죠. 그것은 고혈압, 대사 증후군, 당뇨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더 나아가 심근 경색, 뇌경색 등 각종 합병증 예방에 중요합니다.
사실 속담을 직역하면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꼭 사과가 아니라 다른 과일이라도 상관 없을 수 있겠지만 아무튼 과일 채소 섭취는 멀리하고 고열량, 고지방, 고나트륨 식이를 충실히 하는 경우 실제로 각종 만성 질환과 그 합병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십년 후에는 의사를 자주 찾게 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 의미로 해석한다면 역시 옛말이 옳다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A. D. M. Briggs, A. Mizdrak, P. Scarborough. A statin a day keeps the doctor away: comparative proverb assessment modelling study. BMJ, 2013; 347 (dec17 2): f7267 DOI: 10.1136/bmj.f7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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