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좋아할 만한 연구 결과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연구자 (researchers at Th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s Gillings School of Global Public Health) 들에 의해 나왔습니다. 이들은 NHANES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007–2010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단면 연구 (Cross sectional study) 를 진행했는데 이에 의하면 패스트푸트 섭취가 소아에서 비만을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의 대표격인 햄버거.
연구팀은 NHANES 자료에 등록된 2 세에서 18 세 사이 소아와 청소년을 4466 명을 패스트푸드 비섭취군 (50%), 패스트푸드를 적게 섭취한 군 (39.5%, 전체 칼로리의 30% 이하를 패스트푸드로 섭취하는 군),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는 군 (10.5%, 전체 칼로리의 30% 이상을 패스트푸드로 섭취하는 군) 으로 나눠 비만과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패스트푸드 고섭취군, 패스트푸드 저섭취군, 패스트푸드 비섭취군 순으로 칼로리 소비가 나타났으나 (즉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칼로리 섭취가 높다) 과체중의 정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소 예상과는 다른 결과이죠.
다만 이 결과를 해석할 때는 주의해야 하는 점이 무작위 대조군 연구 (RCT : randomized controlled trial ) 가 아닌 단면 연구로 강력한 인과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점은 연구팀도 지적하는 연구의 제한점입니다. 즉 실제 실험을 통해 입증한 연구가 아니라는 제한점이 존재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 연구를 이끈 배런 폽킨 교수 (Barry Popkin, PhD, W.R. Kenan Jr. Distinguished Professor of nutrition at UNC's Gillings School of Global Public Health) 및 동료들은 소아 비만에 있어 패스트푸드 이상의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즉 우리가 패스트푸드라고 이름붙인 햄버거와 감자튀김 이외에도 현대인은 엄청난 양의 가공 식품과 당분이 포함된 음료를 먹고 있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패스트푸드만 피하면 건강한 식생활 습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이라는 지적입니다.
"Outside the fast food restaurant, fast food consumers ate Western diets, which might have stronger associations with overweight/obesity..."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밖에서 패스트푸드 소비자들은 아마도 과체중/비만과 더 연관성이 있을 서구식 식사를 한다... 논문 일부를 발췌)
이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하는게 패스트푸드를 안 먹는다는 것이 꼭 건강한 식사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햄버거 + 콜라보다 과자 + 콜라가 더 많은 칼로리와 지방, 나트륨을 섭취하게 하고 비만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이제는 너무 흔해진 가공식품과 각종 인스턴트 식품 그리고 물처럼 마시는 당분 음료 (탄산 음료 포함) 는 비만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MSG 같은 식품 첨가물은 미각을 돋구는 대신 과식을 유도하고 음식물에 과도하게 들어간 나트륨은 갈증을 유발해서 더 많은 음료수를 먹도록 유도합니다.
또 너무 흔해진 기름에 튀긴 음식들 (과자류 포함) 은 어린 시절부터 기름진 음식에 익숙해지도록 우리를 길들이죠. 마지막으로 '뭐는 몸에 좋다... ' 하는 식의 홍보를 통해 실제로는 지나친 칼로리, 지방, 당분, 나트륨을 섭취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간과하게 만듭니다. 그런식으로 사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밖에서도 패스트푸드 이상으로 건강하지 않은 식생활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소아와 청소년에게 패스트푸드 뿐 아니라 과도한 열량을 지닌 서구식 식이를 지양하고 당분 음료를 덜 먹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비록 서구화 되는 식생활에도 불구하고 위생 상태의 개선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크게 증가했지만 수많은 연구들이 고칼로리, 고지방, 고당분으로 대표되는 서구 스타일의 식생활을 줄이는 것이 각종 성인병 발병을 줄이고 더 오래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음식들이 더 맛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딜레마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 M. Poti, K. J. Duffey, B. M. Popkin. The association of fast food consumption with poor dietary outcomes and obesity among children: is it the fast food or the remainder of the diet?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3; 99 (1): 162 DOI: 10.3945/ajcn.113.07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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