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조류 독감 위기 (2014)



 2014 년 1월, 한국에서 다시 조류 독감 (AI : Avian influenza) 공포가 축산 농가와 일반 국민들을 덮치고 있습니다. 1월 17일에서 20일 사이에만 13 개 농가의 오리와 닭 13.8 만 마리와 오리알 196 만개가 살처분 되거나 매립되었는데 이번 AI 의 근원지가 철새인 가창오리가 맞다면 앞으로 철새 이동 경로를 타고 더 퍼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가금류 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AI 는 특이하게도 H5N8 (고병원성) 입니다. 지난 2003 년 국내에서 최초 발생한 조류 독감은 2011 년 까지 총 4 회 유행을 했는데 모두 H5N1 형이었습니다. 다만 지난 10 년간 조류독감 (H5N1) 은 국내에서는 인간에서 AI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매우 다행한 일인데 H5N1 에 의한 독감이 발생하면 (물론 이것도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WHO 가 지난 2013 년 7월에 밝힌 바에 의하면 2003 년 첫 보고 이후 지금까지 H5N1 의 인체 감염 확진 케이스는 630 명이며 이 중 375 명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조류 독감 가운데 인간에 전파되며 사망률도 매우 높아 전세계를 크게 긴장하게 만든 H5N1 타입의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Colorized transmission electron micrograph of Avian influenza A H5N1 viruses (seen in gold) grown in MDCK cells (seen in green). Avian influenza A viruses do not usually infect humans; however, several instances of human infections and outbreaks have been reported since 1997. When such infections occur, public health authorities monitor these situations closely.  Credit : CDC )


 이번에 새로 발견된 H5N8 의 경우 2010 년 중국 장쑤성에서 발견된 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형으로 아직 인체 발병 케이스는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H5N1 처럼 이후에 인체 발병 케이스가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쉽게 돌연변이에 의한 변종이 생기기 때문) 향후 철저한 방역과 더불어 축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살처분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발견되는 H5N8 은 매우 고병원성으로 닭과 오리의 집단 폐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전파를 방치할 경우 사실상 가금류 산업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별수 없이 살처분을 해야 하는데 이는 바이러스의 추가 전파 및 돌연변이를 막아 더 위험한 조류 독감 (예를 들어 사람에서 전파가 가능한) 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튼 그나마 국내에 발생한 조류 독감이 아직 인간에서 발병 사례가 없는 H5N8 인 게 다행입니다. 전세계를 패닉으로 몰고간 H5N1 외에도 중국에서 발생해 2013 년 4월 이후 현재까지 (2014.1.17) 181 명이 발병해서 49 명이 사망한 H7N9 역시 조류 독감으로써 인체 감염을 일으키지만 다행히 현재까지 국내에는 발견 사례가 없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것이 H7N9 이라면 사태는 더 위중하다고 해야겠죠.  


 다만 이전에 4 차례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H5N1 독감 환자나 사망자가  한번도 보고된 바가 없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환자가 나온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농가에서 별도의 축사 없이 집안에 우리를 두고 닭이나 오리를 키우거나 비 위생적인 시장에서 가금류를 거래하고 있습니다. 대개 이 바이러스는 조류의 분비물을 통해서 감염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감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살아있는 닭을 바로 거래하는 중국의 닭시장  Chicken market in Xining, Qinghai province, China



 이미 도축해서 가공처리한 생닭을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은 사실 생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열을 가해 튀긴 닭이나 삶은 닭의 경우 이제까지 한번도 이를 통한 인체 감염 자체가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극소수의 무증상 감염 사례는 살처분에 동원된 사람들에서 나왔음) 이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유행 국가에서 닭고기나 오리고기 유통을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으며 국내에서도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널리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와 같은 환경에서 조류 독감은 인체 감염의 위험성 보다는 농가와 닭과 연관된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2003 년 첫번째 고병원성 조류 독감 유행시 592 개 농가에서 528.5 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되었는데 이로 인한 피해액 보상금만 1531 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물론 살처분을 하지 않은 농가도 판매가 급감해 큰 손해를 봤고 보상을 받은 농가 역시 판로가 끊기는 등 유무형의 손실을 상당히 입었습니다.  


 2008 년 유행때는 가장 피해가 커서 1500 농가 1020.4 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의 피해 보상액은 무려 3070 억원이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보상액으로 나간 돈만 누적 6000 억원 정도라는데 사실 이것 보다 판매 급감으로 인한 농가 및 연관 산업 (예를 들어 치킨집이나 삼계탕집) 피해가 더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집단폐사를 숨기고 가금류를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가의 80% 선에서 보상을 해주는데 살처분 직후 보상을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단 돈이 나오는 대로 반을 주고 나머지는 차후 자금이 마련되는데로 지방과 중앙에서 분담해서 돈을 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농가 입장에서는 살처분을 하면 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하는대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만이 고민은 아닙니다. 고병원성 AI (H5N1) 의 유행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적어도 100 억 달러의 손실과 2 억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 했다고 하니 조류 독감의 피해가 엄청난 건 사실입니다. 그나마 한국은 인명 손실이 없었다는 게 불행 중 천만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고병원성 조류 독감 (H5N1) 에 의한 피해  

   Countries with humans, poultry and wild birds killed by H5N1.
   Countries with poultry or wild birds killed by H5N1 and has reported human cases of H5N1
   Countries with poultry or wild birds killed by H5N1.



 아무튼 2014 년에도 달갑지 않은 조류 독감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는데 항상 이 녀석이 오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도 감염되지 않을까, 더 확산되어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조마조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상태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 : 국내에서도 무증상 AI 감염 사례가 아주 소수 보고된 바 있음. 다만 이 경우 인체에서 AI 가 발병한 사례는 아님)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인슐린 주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

   당뇨병은 관리가 까다로운 만성 질병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 관리가 어렵습니다. 하루에 주사를 몇 번씩 맞아야 하면 찌르는 것도 고통이고 실수로 건너뛰거나 용량을 실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제약 회사들이 새로운 투여 방법과 인슐린 제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2상 임상 시험을 마친 노보 노디스크 ( Novo Nordisk )의 인슐린 아이코덱 ( icodec )은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장시간 인슐린 제제입니다. 아이코덱은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는 변형 인슐린 분자로 혈액에서 알부민과 결합해 서서히 분리되기 때문에 한 번 주사로도 일주일이나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작용하는 인슐린 제제의 경우 환자의 식사나 운동 같은 상황 변화에 인슐린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2상 임상시험에서는 247명의 당뇨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실험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코덱을 투여받고 매일 위약을 투여받았습니다. 그리고 대조군은 반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위약을 투여받고 하루에 한 번씩 장시간 인슐린 제제인 란투스 (Lantus, glargine) 100U을 투여받았습니다.   26주에 걸친 임상 실험 결과 하루에 한 번 란투스를 투여받은 그룹이나 일주일에 한 번 아이코덱을 투여받은 그룹에서 특별한 합병증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혈당 조절의 지표인 당화 혈색소 (HbA1c) 농도 역시 아이코덱 그룹에서 1.33% 감소한 반면 란투스 그룹에서 1.15% 정도 감소해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실수로 두 번 투여하거나 건너 뛸 위험성이 적을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 New England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