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fruit fly) 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곤충입니다. 썩은 과일이나 음식 찌꺼기를 매우 좋아하는 이 곤충은 흔히 생물학, 특히 유전학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데 키우기가 매우 쉽고 구조가 간단해서 연구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초파리의 유전자를 변형해서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칼텍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의 생물학자인 데이빗 앤더슨 (David Anderson) 과 그의 동료들은 초파리의 신경 세포와 유전자를 연구해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와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초파리 (Drosophilae) 의 수컷에는 공격성을 지배하는 세포가 존재하며 이는 암컷에는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전부터 수컷 초파리는 잘익은 과일이 앞에 있거나 혹은 암컷 초파리가 있을 때는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돌파구를 연 셈입니다.
(수컷 초파리 하나가 다른 초파리 앞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모습 One male fly lunges at another in a show of aggression. (Credit: Anderson Lab/Caltech) )
수컷이 암컷보다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동물은 초파리 뿐만이 아닙니다. 포유류 같은 고등 생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죠. 이 경우 테스토스테론 같은 호르몬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메카니즘이 100% 이해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도 여성과 남성에서 왜 행동 양식이나 사고 방식이 서로 다른 이유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해서 말한다면 특정 유전자와 세포, 그리고 신경 펩타이드가 여기에 관여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수컷에만 존재하는 타키키닌 (Tachykinin) 이라는 신경 펩파이드 (neuropeptide. 일종의 신경 전달물질) 를 분비하는 신경 세포는 이 물질을 과도하게 만들어내므로써 수컷 초파리를 매우 공격적으로 만든다고 하네요. 이를 코딩하는 유전자 Tk 는 수컷에서만 발현된다고 합니다.
(면역 형광 염색을 한 수컷의 뇌 (왼쪽) 과 암컷 초파리의 뇌 (오른쪽)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수컷에만 존재하는 공격성향의 신경 세포 Immunohistochemical staining of a male fly brain (left), compared to a female fly brain (right), show a male-specific population of neurons found to promote aggression (indicated by yellow arrows). Credit: anderson lab/caltech )
이를 과도하게 발현시킨 결과 수컷 초파리는 조그만 자석 조각 같은 무생물에게까지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는데 이는 보통의 초파리에서는 볼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하네요.
사실 공격적인 성향은 먹이를 두고 다투는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불필요한 싸움으로 인해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면 (혹은 부상을 입게 되면) 사실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만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다만 만약 암컷을 앞에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공격성은 자손을 퍼트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많은 동물에서 수컷이 더 공격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는데는 아마도 그럴만한 생물학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분자 생물학적 단위에서 그 메카니즘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경우를 말한다면 사회적인 관습이나 교육의 영향도 적지 않지만 아무튼 남자아이가 어렸을 때 부터 여자 아이보다 매우 활동성이 강하고 공격성향이 있는 건 사실이죠. 인간 역시 성별에 따른 본능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관련되는 유전자는 아주 여러가지일 것이며 초파리보다 훨씬 복잡한 메카니즘의 지배를 받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연구는 Cell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David Anderson, Kiichi Watanabe, Brian J. Duistermars, Eric Hoopfer, Carlos Roberto Gonzalez, Eyrun Arna Eyjolfsdottir, and Pietro Perona. Male-specific Tachykinin-expressing neurons control sex differences in levels of aggressiveness in Drosophila. Cell, Januar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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