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사자와 호랑이의 잡종 2 세대- 릴리거



 사자 (Panthera leo), 호랑이 (Panthera tigris), 재규어 (Panthera onca), 표범 (Panthera pardus), 눈표범 (Panthera uncia) 은 모두 Panthera 라는 하나의 속에 속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야생에서 이들은 같은 종끼리 번식하지만 같은 속 (genus) 에 속하는 동물들도 이종 교배가 가능합니다. 이런 잡종들은 자연상태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지만 동물원등에서 인공적으로 교배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도 아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의 잡종 1 세대를 라이거 (liger) 라고 부릅니다. (반대의 경우는 타이곤 Tigon) 라이거는 사자 호랑이 잡종 가운데서는 가장 교배가 쉬운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에버랜드를 비롯해 동물원에서 라이거가 태어난 바 있습니다. 사자 호랑이 잡종 1 세대인 라이거나 타이곤은 사실 생식능력이 정상적인 사자 호랑이 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실상 수컷 라이거나 타이곤은 생식력이 없어 2 세를 얻은 사례가 없습니다. 이것은 사자와 호랑이가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지만 어느 정도 종분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더 진행해 유전자의 차이가 아주 커지면 결국 아예 잡종 1 세대도 얻을 수 없게 되겠죠. 


 흔히 종 (Species) 의 정의로 개체 사이에서 교배가 가능한 무리의 생물로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실제로는 두 개의 개체군이 진짜 생식적으로 분리된 것인지, 또 상호 교배가 가능한지 아닌지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부터 아종인지 별개의 종인지를 두고서 논란이 있어왔던 종들이 있었으며 오랬동안 별개의 종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유전자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종들도 있다는 것이 현재 알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소개한 북극곰과 갈색곰이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2/08/blog-post_26.html  참조)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별개의 종으로 분류되었던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시스 사이에서도 교배가 있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12/Early-Human-Interbreeding.html 참고) 


 아마도 사자와 호랑이는 북극곰이나 갈색곰,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시스보다 더 분리가 일어난 종이긴 하지만 2 세대 잡종이 생길 수 있음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일단 앞서 말한대로 아직까지 수컷 라이거나 타이곤은 생식능력이 입증된 바 없지만 암컷의 경우는 가능하다는 것이죠. 자연상태에선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러시아 및 미국의 동물원에서 2012 년에서 2013 년 사이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 사이의 2 세대 잡종인 릴리거 (Liliger) 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즉 사자 75% 에 호랑이 25% 인 잡종인 셈입니다. 


(참고로 수컷의 경우 정자를 통해 Y 염색체 같은 성 염색체와 핵 DNA 를 전달하는 반면 암컷의 경우 난자를 통해 mtDNA 와 핵 DNA 를 후손에게 남김. 따라서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그리고 수컷 호랑이와 암컷 사자의 잡종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명칭도 별도로 부름.)   


(2012 년 노보시비르스크 동물원에서 태어난 릴리거 키아라 (Kiara).  The first known hybrid, a female liliger named Kiara, was born at the Novosibirsk Zoo in Russia, in September 2012. Kiara was born to 8-year-old female liger Zita and male African lion Samson. 


 2013 년 11월에는 미국에서 릴리거 3 형제가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릴리거들이 3 세대 잡종도 만들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미국 최초의 릴리거  ) 


 암컷 타이곤과 수컷 사자 (이 경우 리티곤 Litigon, 1971 년 인도의 알리포르 동물원 (Alipore Zoo) 에서 보고) 의 경우는 이미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는 최근에야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Panthera 속의 잡종 교배 가능성을 보고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 wiki) 


 즉 라이거 외에도 재규어 x 사자 같은 잡종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항상 고운 것은 아니죠. 왜냐하면 실제 야생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오늘날 야생동물 보존의 목적도 같이 담당하는 동물원에서 (특히 여러 동물들의 멸종 위기가 커지면서 종 보존을 위한 역할이 강조되고 있음) 이것과 아무 관계없는 잡종을 만드려고 자꾸 노력하기 때문이죠. 이는 결국 동물원 홍보 및 관람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입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사자 연구 센터의 크레이그 팩커 (Craig Packer, director of the Lion Research Center at the University of Minnesota) 는 이와 같은 일이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며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의미없는 일. In terms of conservation, it's so far away from anything, it's kind of pointless to even say it's irrelevant"  이라고 비판했으며, 북미의 동물원들을 대표하는 동물원및 수족관 협회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AZA)) 역시 이를 비판했습니다.


 최근에 410 kg 가 넘는 체중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라이거 허큘리스 (Hercules)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이 라이거는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라이거는 매우 체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과연 이것이 21세기의 동물원이 추구해야 하는 목적인가 하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