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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신체에 어떻게 나타날까 ?



 감정은 신체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정신 - 신체 반응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 진화한 생존 메카니즘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면 심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는데, 교감 신경은 근육의 세동맥을 확장시키고 심박동수를 증가시키는 한편 운동에 불필요한 피부와 소화관의 세동맥은 수축시켜 피부와 위장관의 혈액을 뇌/심장/근육으로 몰리게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른 판단과 동작이 가능하게 됩니다. 반면 부교감 신경은 이와 반대 되는 작용을 하게 되죠.


 인간 같이 복잡한 중추 신경계를 가진 동물은 매우 복잡한 감정 상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신체에 매우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심리적 상태가 신체에 반영되는 것은 우리가 매일 겪는 일가운데 하나죠. 초초할 때 땀이 많이 나거나 심리적 부담을 많이 받으면 소화가 잘 안되거나 하는 일은 우리가 매일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핀란드의 알토 대학 (Aalto University) 의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감정이 신체의 여러 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서 핀란드, 스웨덴, 타이완의 피험자 701 명을 모집해 실험했습니다. 이들은 행복, 질투, 분노, 화, 사랑 등 여러가지 감정 상태를 느낄 때 신체의 어느 부위와 연관이 있는지 사진을 보고 답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포함한 이유는 혹시 문화적으로 다른 경우 연관 짓는 부위가 다른지를 보기 위해서인데 만약 그렇다면 이는 생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실제로는 문화적으로 습득된 2 차적 반응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는 북유럽과 동아시아의 피험자 사이에 놀랍게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나타난 감정과 신체 부위의 연관성. Maps of bodily sensations associated with different emotions. Hot colors show activated, cool colors deactivated regions. Credit: Lauri Nummenmaa, Enrico Glerean, Riitta Hari, and Jari Hietanen.  ) 


 연구의 주저자인 라우리 누멘마 (Lauri Nummenmaa, an assistant professor of cognitive neuroscience at Finland's Aalto University School of Science) 는 이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개인, 언어,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양상을 보인 점에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가 이 연구 결과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폴 자크 (Paul Zak, chairman of the Center for Neuroeconomics Studies at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in California) 는 이 연구가 잘 디자인 되지 않았으며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이 연구는 아무것도 입증할 수 없는 ("doesn't prove a thing.") 연구입니다. 


 자크는 꼭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는데 '과연 사람이 한번에 한가지 형태의 감정만 느끼는가 ?' 라는 아주 기초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즉 내가 알던 별볼일 없던 친구가 오랬만에 봤더니 크게 성공한 것을 본다면 아마도 놀라움과 더불어 질투심이 들수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왜 나는 그렇게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는 매우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데 이 연구에서는 한번에 한가지 감정만 느낀다고 가정하고 결과를 유도했습니다. 


 더구나 실제 신체 반응이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가 아니었다는 점도 지적할 만 합니다. 자크는 이 연구가 보다 그럴듯해 지려면 피험자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도록 한 후 피부 온도 및 땀이 나는 정도 등을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관된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 신체적으로 반응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거든요. 


 물론 누멘마는 여기에 반박하고 있는데 아무튼 학계에서 이렇게 연구 결과를 두고서 갑론 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다소 표현이 직설적인 건 사실이지만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문이 발전하게 되는 것이겠죠. 아마 지적된 문제점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과연 피험자 그룹에 한국인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흔히 우리 문화에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것은 질투 (Envy) 의 감정이 머리가 아닌 복부에 나타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진짜 그럴까요. 보다 방법론을 가다듬어 과학적인 증명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건 그렇고 농담이긴 한데 과연 한결 같은 표정 연기의 대명사인 이 분을 대상으로 연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뻘글 같긴 하지만 말이죠.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시걸 형님을 비하하려는 전혀 의도는 없습니다. 나름 변화 없으신 표정도 트레이드 마크시니까요. 꼭 다양한 표정 연기를 해야만 명배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L. Nummenmaa, E. Glerean, R. Hari, J. K. Hietanen. Bodily maps of emotio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3; DOI: 10.1073/pnas.132166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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