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압전 효과를 이용한 심박조율기 ?



 압전 효과 (piezoelectric effect) 란 물체의 힘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거나 (1차 압전효과) 반대로 전기적 신호를 가하면 재질에 기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 (2차 압전효과 혹은 역압전효과) 을 의미합니다. 압전 효과는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응용이 기대된 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하시가 바립니다.  




 복잡한 변화 장치와 발전기 없이도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압전 소자는 여러가지 분야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막대한 양의 전기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려면 물론 제대로 된 발전기가 필요하겠지만 아주 적은 전류만 있으면 되는 영역에서는 압전 소자만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복수의 기관의 연구자들은 압전 소자를 이용해서 심박조율기 (pacemaker) 에 영구적인 전원을 공급하는 디바이스를 개발했습니다. 이들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심장 수축을 이용한 이 압전 소자를 이용해서 심박 조율기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류를 충분히 공급 가능하다고 합니다.  


 심박조율기는 다양한 부정맥으로 인해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할 우려가 있는 환자에서 전기 신호를 보내 심장이 강제로 뛰도록 해주므로써 증상을 호전시키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심박 조율기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참조)  




 그런데 이 심박 조율기가 작동하는데는 반드시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이 배터리는 환자와 병의 종류에 따라 수명의 차이가 있지만 아무튼 6-9 년 정도 주기의 교체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마다 교체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다 특정 상황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빨라지므로 환자에게는 꽤 불편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번 삽입하면 영구적으로 교체가 필요없는 형태의 심박 조율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전 부터 있어왔는데 심장 자체의 수축을 이용한 압전 소자 역시 그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압전 소자는 다양한 곳에 삽입이 가능하긴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전류 공급이 끊어지면 안되는 분야 중 하나기 때문에 평생 박동이 멈추지 않는 심장 자체에 아예 압전 소자를 삽입하면 계속해서 전류 공급이 가능하게 됩니다.  


 다만 이 압전 소자 심박 조율기가 안정적으로 삽입되어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혹은 떨어져 나갈 위험은 없는지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일단 소의 심장을 대상으로 동물 실험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이 압전 소자 심박 조율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테스트는 바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장 처럼 중요한 장기에 대한 임상 테스트는 허가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죠.  




(애리조나 대학 및 일리노이 대학 등이 포함된 국제 연구팀이 개발한 압전 소자 심박 조율기. 소의 심장에 붙여서 테스트를 진행 중 Thin, flexible mechanical energy harvester, with rectifier and microbattery, mounted on the bovine heart. Credit: University of Illinois and University of Arizona.)




 이 압전 소자는 생김새도 특이한데 심장표면에 붙이는 형태로 압전효과를 일으키는 나노리본 소자를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기존에 있는 압전 소자는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런 막 형태의 소자는 심장의 자연스런 수축과 이완에 딱 맞게 구부러질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소재가 횡격막 같은 다른 막형태의 근육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막형태의 압전 소자는 lead zirconate titanate 으로 제작되었는데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곡면에도 부착이 가능해서 꼭 삽입형 심박 조율기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 사용자 마음대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면 이 소재를 이용해서 접었다 펼치는 것 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할지는 모르긴 하지만...)


 과연 이런 형태의 심박 조율기가 상용화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막형태의 압전 소자와 전기 회로 위에 배터리 까지 붙인 모습을 보니 참 신기하긴 하네요. 꼭 심박 조율기가 아니더라도 이 기술은 어딘가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참고  


1. Canan Dagdeviren et al. Conformal piezoelectric energy harvesting and storage from motions of the heart, lung, and diaphragm.  PNAS doi: 10.1073/pnas.131723311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