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뒷다리의 진화를 밝혀줄 틱타알릭

 

 사지동물 (Tetrapoda : 척추 동물 중 어류를 제외하고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처럼 네 다리를 가진 동물의 총칭. 날개나 팔처럼 앞다리가 변형된 동물도 포함) 의 진화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는 '뒷다리가 쏙~ 앞다리가 쏙~' 하는 올챙이 송의 주인공과는 반대로 초기 사지 동물의 뒷다리는 매우 빈약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화석상의 증거가 틱타알릭 로제 (Tiktaalik roseae) 의 화석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사지 동물의 조상은 사실 몸통에 살덩어리 처럼 붙어 있는 앞뒤 두쌍의 지느러미를 가진 어류였습니다. 이들은 강가나 호수에서 진화하면서 얕은 물속에서 최초의 다리 같은 부속지를 진화시키는데 이 단계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화석이 2004 년 북극권에 인접한 캐나다의 섬인 엘레스미어 섬 (Ellesmere Island) 에서 발견됩니다. 


 이 화석을 발견한 것은 시카고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네일 수빈 (Neil Shubin) 교수로 물고기에서 사지 동물로 진화하는 딱 중간 단계에 있는 전이종 (transitional species) 의 대표적 사례로 순식간에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틱타알릭 화석  http://en.wikipedia.org/wiki/File:Tiktaalik_Chicago.JPG )  



(틱타알릭의 초기 복원도. 빈약한 뒷지느러미는 이제는 다소 수정할 필요가 생겼음. http://en.wikipedia.org/wiki/File:Tiktaalik_BW.jpg ) 


 어류와 사지 동물의 중간단계 특성을 가진 때문에 틱타알릭은 Fishapod (Fish + Tetrapod) 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그 앞지느러미 + 앞발에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즉 틱타알릭의 앞발은 오늘날의 사지 동물처럼 어깨뼈 및 손목 관절을 가지고 있지만 끝 부분은 발가락 대신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깃털과 도마뱀의 골격을 가지고 있어 한 때 조류와 파충류의 중간 단계로 여겨졌던 시조새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생대 데본기 (대략 419.2 ± 3.2 ~ 358.9 ± 0.4 Mya, 즉 4.2 억년에서 3.6 억년 정도 전) 의 얕은 강가에는 이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한 총기어류 (lobe-finned fish. 실러캔스 같은 어류) 들은 몸통에서 돌출한 살덩어리 같은 지느러미 덕분에 강바닥의 진흙이 많은 환경에서도 쉽게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3억 8500 만년에서 3억 8000 만년 사이에는 마치 다리 처럼 수초와 진흙을 헤치면서 나가던 유스텐놉테론 (Eusthenopteron) 이나 판데리치티스 (Panderichthys) 는 이 환경에 더 적응된 Fishapod 들로 진화하는데 그 중 하나가 3억 7500 만년 전 살았던 틱타알릭 (Tiktaalik) 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틱타알릭이 나중에 등장하는 다른 사지동물의 조상인지 아니면 당시에 존재했던 Fishapod 가운데 하나로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멸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시조새가 후자 같은 경우가 아니었는지 생각하고 있음) 다리 + 지느러미 형태의 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략 3억 6500 만년 전에는 아칸소스테가 (Acanthostega) 같은 보다 제대로된 발가락을 갖춘 초기 사지 동물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총기어류에서 양서류로의 진화  http://en.wikipedia.org/wiki/File:Fishapods.png )    


 그런데 사실 과학자들은 틱타알릭의 뒷다리/뒷지느러미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골반뼈 (pelvic bone) 가 어느 정도로 진화 했는지도 확실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초기 복원도에서는 막연하게 작은 뒷지느러미로 묘사했는데 사실 이 복원도는 (위에 보이는 것 같 복원도)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최근 시카고 대학의 네일 수빈 교수는 이전에 발굴 지점을 다시 조사해 틱타알릭의 나머지 골격 화석을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예상외로 잘 발달된 뒷다리와 골반뼈를 발견하고 이 결과를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발표했습니다.  




(틱타알릭의 새로운 복원도. 뒷지느러미와 골반뼈는 매우 잘 발달되어 있어 진흙바닥에서 앞으로 가는 추진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  This is an updated illustration of Tiktaalik roseae in its natural environment. Credit: University of Chicago, Neil Shubin )    




(어류에서 사지 동물의 진화. 틱타알릭 로제 (위에서 중간) 의 골반과 뒷지느러미/다리가 복원 됨에 따라 더 정확한 뒷다리와 골반의 진화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됨.   Updated reconstruction of the skeleton of Tiktaalik roseae based on the new material. Credit: John Westlund, University of Chicago.)  



(동영상 )  


 이 복원 결과는 매우 놀라운데 틱타알릭 로제가 생각보다 큰 골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관골구 (Acetabulum : 골반뼈에 있는 둥근 홈으로 대퇴골과 관절을 이루는 부분) 도 잘 발달되어 있어 뒷지느러미/다리를 꽤 자유롭게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 골반뼈에는 iliac process 는 존재하지만 sacral rib 이나 좌골 (ischium) 은 붙어 있지 않은 원시적 특징도 같이 발견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한데 틱타알릭 로제는 올챙이 송의 주인공처럼 뒷다리가 먼저 진화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앞다리보다 늦게 진화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이 살았던 강바닥에서는 뒷다리 내지는 뒷지느러미로 바닥을 박차고 나가는 게 추진력을 얻기 더 적당할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최소한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더 튼실한 건 그럴듯해 보입니다. 과거에는 틱타알릭이 현재의 망둥이와 비슷하게 주로는 앞지느러미와 꼬리를 이용해 움직였다고 믿었지만 이 발견으로 이와 같은 의견은 수정 될 것 같네요.  


 한편 틱타알릭이 정말 사지 동물의 직접적인 조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2010 년 네이처에 틱타알릭의 시대보다 더 전에 사지동물의 발자국 화석으로 의심되는 화석이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짜라면 틱타알릭은 살아있는 화석 같은 존재이고 실제 사지동물의 조상은 따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중간 단계 전이종인데 오래 살아남은 경우로 현재의 실러캔스나 멸종된 시조새와 비슷한 경우) 그러나 아직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계속해서 발굴하다보면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발견되겠죠. 그리고 그 때 마다 진화 계통도와 복원도들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Neil H. Shubina, Edward B. Daeschlerb, Farish A. Jenkins, Jr.  Pelvic girdle and fin of Tiktaalik roseae.  893–899, doi: 10.1073/pnas.132255911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인슐린 주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

   당뇨병은 관리가 까다로운 만성 질병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 관리가 어렵습니다. 하루에 주사를 몇 번씩 맞아야 하면 찌르는 것도 고통이고 실수로 건너뛰거나 용량을 실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제약 회사들이 새로운 투여 방법과 인슐린 제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2상 임상 시험을 마친 노보 노디스크 ( Novo Nordisk )의 인슐린 아이코덱 ( icodec )은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장시간 인슐린 제제입니다. 아이코덱은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는 변형 인슐린 분자로 혈액에서 알부민과 결합해 서서히 분리되기 때문에 한 번 주사로도 일주일이나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작용하는 인슐린 제제의 경우 환자의 식사나 운동 같은 상황 변화에 인슐린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2상 임상시험에서는 247명의 당뇨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실험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코덱을 투여받고 매일 위약을 투여받았습니다. 그리고 대조군은 반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위약을 투여받고 하루에 한 번씩 장시간 인슐린 제제인 란투스 (Lantus, glargine) 100U을 투여받았습니다.   26주에 걸친 임상 실험 결과 하루에 한 번 란투스를 투여받은 그룹이나 일주일에 한 번 아이코덱을 투여받은 그룹에서 특별한 합병증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혈당 조절의 지표인 당화 혈색소 (HbA1c) 농도 역시 아이코덱 그룹에서 1.33% 감소한 반면 란투스 그룹에서 1.15% 정도 감소해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실수로 두 번 투여하거나 건너 뛸 위험성이 적을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 New England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