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물론 다양한 식품과 약물, 에너지 드링크에 들어있는 카페인에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예민한 사람의 경우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인해 밤에 잠을 잘 못자는 일을 겪을 수도 있죠. 반대로 잠을 쫓고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카페인이 든 커피와 음료,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를 잔뜩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카페인은 FDA 에 의해 일반적을 안전한 물질 (GRAS :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로 인식되어 있고 대개 하루 500 mg 미만 섭취량에서는 크게 유해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인에서 10 g 이상이 치사량으로 생각됨) 커피와 관련해서 말하면 어느 정도까지 마시는 게 좋다는 기준에는 논란이 있지만 통상적인 섭취량은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8/vs.html 참조))
그런데 카페인이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 이에 대해서 최근 존스 홉킨스 대학의 마이클 아샤 (Michael Yassa, assistant professor of psychological and brain sciences in the Krieger School of Arts and Sciences at Johns Hopkins) 와 그의 동료들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카페인이 장기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카페인 : C8H10N4O2 의 분자 식 public domain image)
연구팀은 200 mg 의 카페인 알약과 동일하게 생긴 위약 (placebo) 을 피험자에게 나눠주고 이중 맹검 (Double blind : 피험자는 물론 실험자도 어떤 것이 위약인지 모르는 형태의 실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카페인이 든 음식이나 약물을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은 피험자들은 위약이나 혹은 카페인 알약을 먹은 후 일련의 이미지를 보고 기억하는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때 피험자들은 타액 샘플을 약물 복용전에 채취해 혈중 기본 카페인 농도를 측정하고 이후 3 차례에 걸쳐 24 시간 동안 농도를 측정해 카페인 농도와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이후 24 시간 후 진행한 기억력 테스트에서 연구자들은 실제 카페인이 든 약을 먹은 그룹이 장기 기억력이 좀더 우수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피험자들은 전날 본 이미지와 상당히 유사한 이미지를 기억해 낼 때는 그다지 카페인의 효험을 보지 못했지만 구분이 힘든 이미지들을 찾아내는데는 카페인 덕을 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카페인이 24 시간 이상 지속되는 장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습니다.
인간의 기억력을 관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관은 해마 (Hippocampus) 입니다. 해마는 뇌의 변연계 (둘레계통) 안에 존재하는데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해 장기 기억을 컨트롤 하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감정 행동 및 일부 운동을 조정하며 시상 하부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에 대한 연구 (치매등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을 비롯해서) 는 해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카페인이 해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고 합니다. 이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카페인이 장기 기억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 자체가 아직은 별로 없어서 이 연구 결과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장기 기억력에 장애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질환에 카페인이 활용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사실 카페인 자체는 약물로써 좋은 특징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설령 장기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여러가지 작용도 같이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카페인 500 mg 을 한꺼번에 복용했을때 나타날 수 있는 카페인 중독 (Caffeine intoxication) 의 경우 심계 항진, 안면 홍조, 불면, 불안, 흥분, 소변량 증가, 근육 경련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우려지만 만약 진짜로 카페인이 장기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후속 연구를 통해 확립된다면 한국에서는 수험생과 고시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을 포함) 들이 대량으로 카페인 알약을 복용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물론 지금도 카페인이 포함된 드링크나 커피를 밥보다 더 많이 복용하기도 하지만 알약 형태로 마구잡이로 먹을 경우 부작용이 속출할 가능성이 적지 않거든요. 한국이라는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후속 연구를 통해서 카페인이 장기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은 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봅니다.
(이 연구는 Nature Neuroscienc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Daniel Borota, Elizabeth Murray, Gizem Keceli, Allen Chang, Joseph M Watabe, Maria Ly, John P Toscano, Michael A Yassa. Post-study caffeine administration enhances memory consolidation in humans. Nature Neuroscience, 2014; DOI: 10.1038/nn.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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