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표면에 한 때 많은 물이 있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증거를 종합할 때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에도 많은 양의 물이 빙하의 형태로 양극 지방에 존재합니다. 아마도 땅속에도 상당량의 물이 얼음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지구에 비교할 수 있는 양은 아니지만 아무튼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죠.
그런데 현재까지 발견된 몇몇 증거들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최근에도 화성 표면에 물이 흘렀다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물이 흐르는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담으면 모든 논쟁이 해결되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이 화성의 낮은 온도와 낮은 기압으로 인해서 물이 잠시 흘렀다고 해도 곧 증발하든지 얼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화성의 지하는 표면보다 따뜻할 것입니다.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열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만약 여기에 흐르는 지하수가 있다면 일부는 가끔식 지표로 흘러나오는 것도 지구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곧 사라지겠죠. 과연 화성에 액체상태의 물이 최근 흘렀거나 지금 흐르고 있는지는 그래서 검증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사의 큐리오시티 로버 과학자팀이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팀의 일원인 자비에 마틴-토레스(Javier Martin-Torres of the Spanish Research Council, Spain, and Lulea University of Technology, Sweden)와 그의 동료들이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큐리오시티 로버가 액체 상태의 물이 화성 토양속에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큐리오시티가 찾아낸 화성 토양에 있는 물질 가운데 과염소산칼슘(calcium perchlorate)이라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큐리오시티 로버에는 습도와 물의 존재를 측정할 수 있는 Rover Environmental Monitoring Station (REMS) 가 존재합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의 토양이 밤에는 수증기를 흡수하고 낮에는 방출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과염소산칼슘이 물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큐리오시티 로버의 REMS. The Rover Environmental Monitoring Station (REMS) on NASA's Curiosity Mars rover includes temperature and humidity sensors mounted on the rover's mast. One of the REMS booms extends to the left from the mast in this view. Image Credit: NASA/JPL-Caltech/MSSS)
(화성의 대기 - 토양 물의 순환. Day/night hypothetical water cycle in Mars. Credit: Martin-Torres and Zorzano )
연구에 참여한 모르텐 보 매드센 교수(Morten Bo Madsen, associate professor and head of the Mars Group at the Niels Bohr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Copenhagen)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 액체 상태의 물이 화성 토양에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화성 대기는 희박하고 수증기는 더 희박하기 때문에 그 양은 많지 않겠지만, 이 물은 염분이 많아서 화성의 추운 기후에서도 얼지 않고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물이 존재할 수 있다면 다양한 물질이 여기에 녹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생명체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운 기후와 강력한 방사선으로 인해서 생명 현상에 필요한 복잡한 유기물질이 쉽게 합성되거나 보존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화성의 강력한 방사선은 지표를 뚫고 1m 지하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강력한 방사선은 미래 유인 화성 탐사에서도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무튼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화성의 환경은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의 환경을 이렇게 상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로 MRO 같은 화성 탐사 우주선과 큐리오시티 로버를 비롯한 화성 로버들의 활약 덕분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서 언젠가 인류가 가게 될 화성에 대한 더 많은 사실들이 알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먼 미래에는 인류의 후손들이 이 행성에서 살아갈지도 모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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