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고령화 시대에 매우 심각한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치매에 걸리게 되면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가족들까지 큰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이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매우 시급한 분야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한된 치료만이 가능할 뿐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병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한 위험 요인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치매의 위험 요인을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죠. 신체질량지수(BMI)는 정상 체중, 저체중, 과체중/비만의 정도를 측정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측정이 매우 간단하다는 장점 때문에 BMI와 치매의 위험도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는데, 연구 결과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BMI가 치매와 별 연관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BMI는 비만도 이외에 여러 가지 신체 상태와 연관이 있습니다.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거나 적게 나가는 상태 자체가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이는 겉에서 보는 것 이상의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이전 연구에서는 BMI가 높을 수록 치매에 잘 걸린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런던위생열대의대 나와브 퀴질바쉬(Nawab Qizilbash)박사는 저널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BMI가 낮은 경우 오히려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평균 55세인 영국인 일반인 1,958,19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의 BMI를 분석한 후 평균 9.1년을 추적 관찰한 결과 45,507명의 치매환자가 생겼는데, 이들을 다양한 위험 요인과 BMI에 따라 분석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BMI 가 20kg/㎡ 이하인 인구 집단은 정상 체중 집단과 비교시 치매 발생의 위험도가 34% 가량 높게 나왔습니다. 더 흥미로운 일은 BMI의 증가에 따라서 위험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 현재로써는 확실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두고 BMI와 치매 위험도는 역상관 관계라는 결론을 바로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왜 이전 결과와 다른 내용이 나왔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왜 BMI 가 치매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아직 잘 모릅니다. 결국 더 연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족이지만 국내 연구팀이 이와는 반대되는 소견의 연구를 비슷한 시기에 발표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45세 이상 성인 1,777명에서 허리 엉덩이 둘레비율(WHR)과 뇌 MRI 영상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복부 비만인 남성에서 대뇌피질, 특히 전두엽 부분이 얇아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치매 발생률을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반대되는 결과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과연 어떻게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다양한 연구 결과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는 꽤 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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