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A1과 BRCA2 는 본래 암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하게 됩니다.
BRCA1의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70세까지 유방암이 생길 가능성은 50-65%에 달하며 난소암은 35-46% 정도입니다.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70세까지 유방암이 생길 가능성은 40-57%, 난소암이 생길 가능성은 13-23% 정도로 결코 낮지 않습니다.
BRCA1 유전자는 17번 염색체 장완에 있고 BRCA2 유전자는 13번 염색체 단완에 위치하는데, 당연히 남성에서도 존재합니다. 남성에서야 난소암은 일으키지 않지만 전립선암 등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그리고 매우 드물지만 남성 유방암과도 연관성이 있음)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BRCA 유전자 변이는 주로는 여성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죠. 이 유전자 변이가 없는 여성에서 난소암이 생길 가능성은 1.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예방적인 유방/난소 절제술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이 있어왔습니다. 이 주장은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 때문에 더 유명해졌죠. 물론 실제 절제술 시행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항이지만, 이런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들에게는 매우 고민되는 문제일 것입니다. 특히 이 유전자가 있고 이미 유방암의 과거력이 있다면 더 그렇겠죠.
유방암으로 치료 받은 BRCA 유전자 변이 보유 여성에서 예방적 난소 절제술 (Preventive bilateral salpingo-oophorectomy)을 시행하는 경우 난소암이 안생기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유방암의 가능성도 같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난소에서 분비하는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이 유방암 발생과 관련성이 깊기 때문이죠. 그래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는 유방암의 재발 및 난소암의 예방을 위한 예방적 난소 절제술이 권장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예방적인 난소 절제술은 여러 가지 부작용도 같이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조기 폐경에 따른 골다공증, 심장 질환 증가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해 다른 질병의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진짜로 이 예방적 난소 절제술이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다소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근 JAMA Oncology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에서 예방적 난소 절제술이 실제로 생존 기간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합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켈리 멧칼프(Kelly Metcalfe)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65세 이전에 유방암 1/2기로 진단 받았던 BRCA 유전자 변이 여성 67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676명의 여성 중 예방적 난소 제거술을 받은 여성은 모두 345명이었으며 받지 않은 여성은 331명이었습니다. 이들은 1975년에서 2008년 사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평균 추적 기간은 20년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난소 절제술을 시행했을 경우 유방암 사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난소 절제술을 시행받은 경우 위험도는 38%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adjusted hazard ratio 0.38 (95% CI, 0.19-0.77; P = .007))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사망 위험은 감소했습니다. (adjusted hazard ratio 0.57 (95% CI, 0.23-1.43; P = .23)) 가장 위험도 감소가 높았던 것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음성 난소 절제술 시행군 (adjusted hazard ratio 0.07 (95% CI, 0.01-0.51; P = .009))이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생각하면 유방암 후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난소암 예방은 물론 (난소가 없으니 당연하지만...) 유방암 예방과 조기 사망률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추적 관찰 연구가 더 있어야 하겠지만, 아무튼 이런 특수한 경우에는 (즉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예방적 난소 절제술이 도움될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환자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유방암, 난소암 환자는 이런 유전자 변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각각의 환자에서 치료 계획은 개별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겠지만,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경우 예방적 절제술은 아직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단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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