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WISE(Wide 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우주 망원경은 적외선 영역에서 다양한 천체들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은하도 포함되는데, 최근 펜실베니아 대학의 제이슨 라이트 교수(Jason T. Wright, an assistant professor of astronomy and astrophysics at the Center for Exoplanets and Habitable Worlds at Penn State University)와 그의 동료들은 WISE 관측 결과를 토대로 10만개의 은하에서 외계인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 결과를 저널 Astrophysical Journal 에 발표했습니다.
조금 엉뚱해 보이는 이 연구는 Glimpsing Heat from Alien Technologies Survey (G-HAT)이라는 명칭의 연구로 만약 진보된 기술을 가진 문명이 있다면 아마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에너지원은 주로 적외선 영역에서 열에너지로 바뀌어서 방출됩니다. 이런 에너지를 검출할 수 있다면 고도의 문명을 지닌 외계인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기본적인 가설입니다.
이와 같은 가설에 기반을 두고 연구팀은 10만개의 은하를 조사했습니다. 은하에서 나오는 모든 에너지가 아니라 중간 적외선 파장(mid infrared)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당연히 대상이 별이 아니라 은하이기 때문에 이 연구는 은하계 전체를 지배 대상으로 할 만한 수준의 고도의 외계 문명 탐사를 목표로 한 셈입니다.
연구팀은 우선 가장 높은 중간 적외선 영역 에너지를 방출하는 은하 50개를 추려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이 영역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높다고 반드시 외계인이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증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서 이것이 자연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은하계에서 에너지를 펑펑 쓰는 외계인 탓인지를 검증할 예정입니다. 최소한 연구팀은 지금까지는 외계인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는 발견 못했다고 하네요.
(WISE가 관측한 안드로메다 은하의 적외선 이미지. A false-color image of the mid-infrared emission from the Great Galaxy in Andromeda, as seen by Nasa's WISE space telescope. The orange color represents emission from the heat of stars forming in the galaxy's spiral arms. The G-HAT team used images such as these to search 100,000 nearby galaxies for unusually large amounts of this mid-infrared emission that might arise from alien civilizations. Credit: NASA/JPL-Caltech/WISE Team )
사실 외계 문명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는 아직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연구는 과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결정적인 증거를 잡는 날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과학적 성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겠죠. 물론 그런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봐도 외계인이 아무리 에너지를 과소비한다고 해도 은하의 에너지 방출량에 변화를 일으킬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의 예를 들면 지구는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22억 분의 1 정도만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태양은 우리 인류가 1년간 쓰는 에너지를 한 시간 정도안에 지구에 쏟아 붓고 있습니다. 즉, 별이 발생시키는 에너지, 그리고 은하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백년전 우리의 조상이 현재의 우리의 발전 속도를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수백년 후의 우리 후손이 (여전히 번성한다는 가정하에) 어디까지 발전할 지 짐작이 쉽지 않죠. 결국 미래에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할지 짐작할만한 근거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장래가 밝은 연구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역에서 특별히 에너지를 많이 내놓은 은하들의 특징을 분석하면 어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는 기다려보면 알겠지만, 아무튼 참 별난 연구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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