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애플이 WWDC 2016에서 공개한 iOS10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OS만 공개했지만, 애플의 전략이 다소 변경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애플이 개방 생태계로 가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iOS 기기와 맥, 그리고 애플의 서비스로 이어지는 자체 생태계를 더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 시리의 변화
이번 iOS10에서 시리는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애플은 처음으로 시리 SDK를 공개해 앞으로 앱 개발자들이 시리를 이용해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음성 인식 기반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 개발자 그룹이 이를 개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애플의 이와 같은 조치는 앞으로 시리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음성 서비스 앱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사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적으로 음성 인식 및 인공 지능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따른 대응조치로 생각됩니다. 시리의 활용 범위를 높여야 이에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리를 애플 기기가 아닌 다른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빗장을 푼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애플의 관점은 여전히 애플 생태계 확장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조치로 앞으로 시리를 이용해서 다양한 앱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비게이션 앱이나 채팅 앱을 시리를 통해서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애플은 보안 상의 문제로 다른 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앱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앱이 연락처나 혹은 앨범에 접근이 가능하긴 했지만, 절대 다른 앱이나 서비스에서 바로 앱을 불러오거나 컨트롤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보안에는 다소 취약해질 우려가 있으나 역시 폐쇄적인 생태계 (애플 앱스토어가 아니면 앱을 설치할 수 없는 점을 포함)를 가진 만큼 악성 앱이나 멀웨어의 위험성은 아주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영상)
- 인공 지능
애플은 딥 러닝 기술을 이용해서 사진을 자동으로 저장하거나 분류하는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애플의 독특한 철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진을 인식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 사진을 중앙의 서버에 저장한 후 강력한 컴퓨팅 성능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는 모바일 기기의 부담을 덜 뿐 아니라 구글 같은 대기업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 방식을 거부하고 각각의 사진 인식 기술이 독립적인 iOS 기기에서만 돌아가도록 만들었습니다. 구글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방식이 다른 점은 역시 애플의 철학 때문입니다. 애플은 소비자의 보안 및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데, 이는 구글 처럼 검색과 정보로 돈을 버는 대신 하드웨어와 콘텐츠 서비스로 돈을 벌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적어도 애플의 기능을 이용하면 사진을 아이클라우드에 백업하지 않는 이상 내 사진을 애플에서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저라면 환영할 만한 방식이지만, 과연 사진을 얼마나 잘 분류할지 궁금하네요.
- 맥OS 시에라, 애플 워치, 그리고 기타
맥OS로 이름을 바꾼 OS X는 한결 더 애플 서비스와 통합되었습니다. 시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유저는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맥OS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동시에 애플 워치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잠김이 풀리거나 메세지를 iOS 기기에서 연동에서 쓸 수 있는 등 애플 기기간 연동이 강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아이클라우드 동기화 역시 더 확장되어 애플 기기간의 연동성을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애플 TV나 다른 기기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watchOS 3는 앱 구동속도가 매우 빨라져 즉시 응답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필기 인식 기능을 지녀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부분은 애플의 언어인 스위프트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아이패드 앱인 스위프트 플레이 그라운드를 공개한 점입니다. 이는 코딩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크게 보면 역시 애플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사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후 확실한 히트 상품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점을 생각하면 뭔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자신의 생태계를 꾸준히 유지하고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보면 그래도 쉽게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생태계에 들어온 유저는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우니까요.
다만 애플이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존의 애플 생태계와 통합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킬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시간이 증명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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