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505 -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기



(A new algorithm may allow astronomers to generate the first full image of a black hole using data collected from a connected array of radio telescopes around the world known as the Event Horizon Telescope (Credit: M.Weiss/NASA/CXC))
 블랙홀은 한 때 이론적인 존재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천체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며  이는 은하 전체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실제 관측을 통해서 그 존재와 특징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홀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사상의 지평면(Event horizon. 빛 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지점)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직접 관측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대개 블랙홀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사상의 지평면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주변에는 두꺼운 가스와 별이 밀집한 데다 강착 원반과 강력한 제트 역시 관측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MIT 대학의 카티에 보우만(Katie Bouman, an MIT graduate student)​과 그녀의 지도 교수인 빌 프리맨(Bill Freeman) 교수는 새로운 알고리즘과 거대 전파 망원경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파 망원경은 가시광 보다 파장이 길기 때문에 두꺼운 가스에 둘러쌓은 블랙홀 안쪽을 보기에 적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해상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면을 관측하는 일은 마치 달 표면에 있는 포도를 관측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것도 전파 망원경으로 말이죠.
 이 과제를 위해서는 지구 지름보다 약간 작은 지름 1만km의 전파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간섭계를 이용해서 세계 각지에 흩어진 망원경을 엮어 하나의 큰 망원경 처럼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앞서 소개드린적이 있는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이죠. ( http://blog.naver.com/jjy0501/220558320212 참고)  


  여기에는 모두 6개의 대형 전파 망원경이 참여할 예정이지만, 솔직히 다른 전파 망원경의 데이터를 종합해서 블랙홀을 관측하는 일도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조각난 데이터 역시 상당한 양이고 기준으로 합칠 표준 데이터도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 이미지를 구성한 후 머신 러닝 기법으로 이 데이터를 합성해 본래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CHIRP(Continuous High-resolution Image Reconstruction using Patch priors)라고 명명되었습니다.


(Example CHIRP reconstruction of a black hole image with the Event Horizon Telescope (Credit:Jason Dexter, Monika Moscibrodzka, and Hotaka Shiokawa))


 이 새로운 알고리즘을 통해서 블랙홀 주변의 환경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서도 블랙홀 주변을 정확히 관측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얻어지는 이미지의 해상도 역시 현재 매우 낮은 편입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우주에 전파 망원경을 배치해 지구보다 더 큰 간섭계를 제작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에는 어렵지만, 언젠가 미래에는 이것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