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Jack Dongarra, Report on the Sunway TaihuLight System, June 2016)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6년 국세 슈퍼컴퓨터 컨퍼런스 (ISC)에서 가장 큰 충격을 가져온 국가는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CPU를 탑재한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Sunway TaihuLight)가 초당 93 페타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해 기존의 1위 였던 Tianhe-2의 34 페타플롭스를 크게 뛰어넘어 1위에 등극했습니다. 이로써 1, 2위 모두 중국 슈퍼컴퓨터가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미국 프로세서를 쓴 것이 아니라 중국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장쑤성 우시에 위치한 중국 국립 슈퍼컴퓨터 센터(Chinese National Supercomputing Center)에 있는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지난 10여년 간 중국의 슈퍼컴퓨터 및 자체 프로세서 투자의 결실입니다. 이 슈퍼컴퓨터는 장난 컴퓨터 연구소 (Jiāngnán Computing Lab (江南计算技术研究所))에서 개발한 ShenWei (申威, Sunway) 아키텍처 기반의 SW26010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SW26010은 과거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DEC가 개발한 알파 칩 기술이 응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프로세서입니다. 그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2003년 중국 슈퍼컴퓨터는 top 500 리스트에 51위로 등장했습니다. 물론 중국 자체 프로세서가 아닌 미국에서 수입한 프로세서를 사용한 것이었죠. 이후 중국의 순위는 급속도로 상승해 2010년에는 1위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슈퍼컴퓨터는 핵무기 시뮬레이션에도 사용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이 쉽게 수출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텐허 -2 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인텔과 엔비디아의 프로세서를 구매하려는 계획은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많은 투자를 통해 대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래를 내다보고 당장에는 수익을 거둘수도 없고 성능을 기대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자체 프로세서를 꾸준히 개발하기 위해 여러 개의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장난 컴퓨터 연구소도 그중 하나로 이들은 DEC의 알파 프로세서의 아키텍처를 가져온 것으로 짐작되는 (사실 많은 것이 공개된 프로세서가 아니기 때문에 추정을 할 수밖에 없음. 사용처도 중국 일부 연구소 뿐인 프로세서) 프로세서를 2006년 공개합니다.
ShenWei SW-1이 이들의 첫 번째 싱글코어 프로세서로 연구 목적 프로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2008년에는 듀얼 코어 프로세서인 SW-2가 등장하는데 130nm공정과 1.4 GHz 클럭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16개의 코어를 지닌 64비트 RISC프로세서인 SW-3 (혹은 SW1600)를 공개합니다. SW-3는 65nm 공정으로 제조되고 1.1 GHz에서 140 GFLOPS의 성능을 지녀 서서히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SW-3를 이용해서 만든 컴퓨터가 선웨이 블루라이트 (Sunway BlueLight (神威蓝光))가 그것으로 2011년 공개되었습니다. 8575의 CPU를 사용한 이 컴퓨터는 795.9 테라플롭스의 성능을 기록해 중국 자체 컴퓨터로 슈퍼컴퓨터 500 리스트에 오르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선웨이 아키텍처는 수많은 코어를 지닌 병렬 아키텍처로 거듭났습니다. 마침내 SW26010에서는 CPU 한 개당 256개의 일반 코어와 4개의 보조 코어를 지닌 고성능 병렬 아키텍처 CPU로 거듭난 것입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는 40,960개의 SW26010 CPU를 사용해 총 10,649,600개의 코어를 지니고 있으며 1.45GHz의 클럭으로 작동합니다. 운영체제는 리눅스 기반인 Raise OS를 사용합니다. 이를 사용하는 곳이 중국 내 일부 연구소이기 때문에 아키텍처나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거의 공개되어 있지 많지만, 이를 통해서 미국의 슈퍼컴퓨터 기술을 따돌리고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은 중국의 과학기술력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역시 슈퍼컴퓨터를 육성하겠다며 몇 차례 정부에서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이 아니라 단기적인 목표에 치중해서 진행하다보니 슈퍼컴퓨터 강국이라는 허울좋은 구호는 그냥 구호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2012년에 정부는 2017년까지 세계 7대 슈퍼컴퓨터 강국에 도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2016년이 된 지금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한국은 슈퍼컴퓨터 부분에서 많이 뒤쳐진 상태이고 이런 지적이 나오면 정부에서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나오지만, 정작 투자 수준은 보잘 것 없다보니 꾸준히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중국과 격차가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습니다.
사실 최근 새로 내놓은 정부 대책도 이전에 내놓은 것과 판박이나 다름없고 한국 정부는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고성능 컴퓨터 개발에 별 의욕이 없습니다. 우리와는 상황이 다른 중국과의 비교는 부질없을지 모르지만, 세계 몇대 강국 ... 같은 이야기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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