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 460 km 정도 궤도에서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 (ISS) 에서는 다양한 천체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로라나 일식, 그리고 유성우가 그런 것들이죠. 8월 중순 절정에 달하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나사는 우주 정거장의 창을 통해서 유성우를 관측하는 장비인 Window Observational Research Facility (WORF) 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장치는 지상의 여러 장비와 마찬가지로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유성들을 관측합니다.
(ISS 에서 본 페르세우스 유성우 A Perseid meteor streaks through the Earth's atmosphere, as seen and photographed by astronaut Ron Garan while aboard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on August 13, 2011.Image Credit: NASA )
(ISS 에서 유성우를 관측하는 WORF 의 목업. Mock-up camera mounted in the Window Observational Research Facility (WORF) simulator at Johnson Space Center.Image Credit: Southwest Research Institute)
(실제 설치될 위치. 데스티니 모듈의 창에 설치될 예정 Location of the Window Observational Research Facility (WORF) in the Destiny Module. Image Credit: NASA)
우주에서 본 유성우의 모습은 지구에서 본 것 이상으로 환상적입니다. 푸른 지구를 배경으로 별똥별이 하늘이 아니라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모습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나사와 일본의 과학자들이 이를 관측하는 장비를 개발한 이유는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고 물론 과학적 연구의 목적입니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지구에는 끊임없이 우주 먼지와 작은 운석들이 쏟아집니다. 그 중에서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만 우리가 인지할 뿐입니다. 이와 같은 우주 먼지와 운석들은 지구 대기와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들은 아닙니다. 또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모습을 더 잘 이해하려는 과학적인 연구에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전부터도 과학자들은 지상에 있는 기기들을 통해서 유성우를 관측해 왔지만 WORF 는 우주에서 유성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몇가지 추가적인 이점을 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장비는 특수한 카메라와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 가운데 유성의 존재를 찾아내고 이를 분석합니다. 특히 이 때 유성의 크기, 존재, 속도 뿐 아니라 이들이 지구 대기에서 타면서 내는 빛을 분광기를 통해 분석해서 그 화학적 조성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하네요.
WORF 는 적어도 12 개 정도의 유성우를 관측하도록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유성우들은 대부분 혜성이 흘리고간 잔해들입니다. 따라서 이를 분석하면 혜성의 물질 조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셈이죠. 아마 어쩌면 태양 근처에서 장렬하게 산화한 아이손 혜성 (Comet ISON) 의 잔혜 역시 WORF 의 시야에 걸리게 될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혜성에 직접 가지 않고도 혜성 물질을 분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심지어 그 혜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분석한 자료는 여러가지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합니다. 혜성의 구성 물질에 대한 연구는 물론 지구로 유입되는 작은 운석들의 양과 성분 측정, 그리고 이런 우주 먼지로 부터 안전하게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을 지키는 일 등에 말이죠.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유용한 정보들을 숨기고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WORF 가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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