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년 8월 14일, 권위있는 의학 저널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 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WHO 의 권장량인 하루 2g 의 나트륨 (Natrium 혹은 sodium, 정제염으로는 약 5 g) 보다 더 많은 양을 섭취하므로 인해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cardiovascular-related deaths) 이 대략 165 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짜게 먹어서 심혈관 질환으로 일찍 죽는 사람의 숫자가 그 정도 된다는 것이죠.
(소금통에 든 소금
연구의 교신 저자인 데리쉬 모자파리언 박사 (Dariush Mozaffarian, M.D., Dr.P.H., dean of the Friedman School of Nutrition Science and Policy at Tufts University, who led the research while at the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는 과도한 소듐 (나트륨) 섭취가 심장 질환 및 뇌졸증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국가, 성별, 연령에 따른 질병 발생 정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187 개 국가에서 행해진 205 개의 조사를 취합해서 거의 전세계 인구의 3/4 을 포함하는 메타 분석을 시행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 인종, 지역, 성별, 연령에 따른 나트륨 과다 섭취와 심혈관 질환 사망률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졌고 국가별, 혹은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더 쉬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사실은 2010 년 전세계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WHO 의 최대 권고량의 2 배에 가까운 3.95 g/day 라는 사실입니다. 즉 현대인은 사실 필요한 것 보다 터무니 없이 많은 양의 나트륨 (대부분은 소금) 을 섭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현대인이 필요량 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섭취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과거 선사 시대에는 칼로리는 물론 나트륨을 쉽게 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인류가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트륨의 맛 (짠맛) 을 추구하려는 본성을 지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싱거운 음식은 대개 싫어하고 좀 간이 맞는 짠 음식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죠. 그런데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이제 슈퍼만 가면 1 kg 짜리 정제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또 놀라운 점은 심지어 상대적으로 싱겁게 먹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sub-Saharan Africa) 지역 조차도 하루에 2.18 g 의 나트륨을 섭취했으며 짜게 먹는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는 하루 5.51 g 라는 매우 과도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187 개국 가운데 181 개국 성인이 하루 평균 2 g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했으며 (조사 대상자의 99.2%), 116 개국에서는 하루 평균 3 g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 대상 인구의 88.3%) 나타나다고 합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0 - 222 만명 사이로 나타났는데 가장 신뢰성 있는 수치는 165 만명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 10 명당 한명 꼴이라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만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인한 사망자수는 매년 58000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이런 연구를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은 이미 익숙해진 위협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인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다 알면서도 짜게 먹으니 말이죠. 재미있는 점은 정작 나트륨 과다 섭취가 사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무수한 연구 결과에도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짜게 먹는데 반해 MSG 같은 물질은 실제 사망률 증가나 특정 질환에 연관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는데도 빼고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합성 조미료를 빼고 천일염을 듬뿍 넣은 음식이 과연 건강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과학적 근거에 비춰 본다면 이는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물론 식품 첨가제나 합성 조미료는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 아니므로 굳이 먹어야할 이유는 없겠지만 빼거나 줄이려면 소금을 먼저 고려하는게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만 할 수 없는 게 인간이겠죠.
지금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보건 당국은 국민들에게 싱겁게 먹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목표인 하루 2 g 의 나트륨 섭취는 아직 요원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Mozaffarian, D; Fahimi, S; Singh, G; Micha, R; Khatibzadeh, S; Engell, R; Lim, S; Goodarz, D; Ezzati, M; and Powles, J. "Global sodium consumption and death from cardiovascular causes." N Engl J Med 2014. 371:7, 624-634. DOI: 10.1056/NEJMoa130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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