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또 하루가 지나고 나서 느긋하게 일어나 식사를 했습니다. 우리가 머문 아난타라 스미냑 호텔은 규모는 작지만 조식이 훌륭한 편입니다. 조식 구성은 기본적으로 몇가지 메뉴를 선택한 후 세미 뷔페를 먹는 방식인데 투숙객 수가 적은 점을 감안한 배려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손님이 많아야 뷔페 메뉴를 여러개를 내놓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일단 이렇게 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식당 테라스에 앉아서 주문을 하게 되는데 바다가 보이는 바로 앞자리를 가려면 아침에 조금은 빨리 일어나야 합니다. 8 시에서 8시 반정도에는 자리가 있더라구요.
위에 보이는 오믈렛과 베이컨은 제가 주문해본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음식들이 다 맛있고 정갈한데 발리 전통식 이외에 서양식 식단이 많은 게 특징입니다. 백인 관광객이 많은 현지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 오믈렛과 베이컨은 진짜 서양식입니다. 아무튼 맛은 있는데 기름진 음식 싫어하시면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 발리 전통식도 주문 가능합니다. 전날에는 발리식 볶음밥이라고 불러야 할까... 나시 고랭이라는 전통식을 먹어서 이날은 한번 서양식으로 주문했습니다. 바다를 보면서 먹는 아침 식사도 꽤 괜찮다는 느낌입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다시 바다를 좀 거닐었습니다. 아침바다를 좀 거닐다 보면 배도 꺼지고 날도 상쾌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발리에 있는 동안 아침마다 바다를 거닐었습니다.
이날은 발리 내륙으로 들어가 우붓과 근방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는데 가이드 없이 온 자유 여행이라 하루 동안 어떻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 지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발리 현지의 교통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 아무튼 좀 걱정이 되었는데 호텔 직원들과 이야기 하다가 호텔 측에서 럭셔리 카에 하루 종일 가이드까지 붙여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비용은 185 달러로 현지 물가를 고려했을 때 좀 비싸긴 했지만 귀중한 하루를 공치면 더 손해라고 생각해서 일단 호텔측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낭패스럽게도 일정 조정을 우리가 잘 못했죠. 왜냐하면 이 지역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책과 여행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날 하루 여행에 대해서 말한다면 차는 우리 기준으로 봐서 아주 럭셔리 하지는 않지만 (일단 고급 승용차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미니 밴 같은 승합차) 중간 좌석을 거의 180 도 뒤로 눕혀서 쉴수도 있고 음료와 과일도 대접받고 가이드 역시 친절해서 크게 손해보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발리에서 내륙 여행을 하려면 그 정도 크기 차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도로가 워낙 협소하기 때문이죠.
위에 보이는 것이 우리가 탄 자동차이고 아래 보이시는 분이 가이드이십니다. 본래 꽤 선량한 표정을 하신 분인데 사진만 이렇게 나왔네요. 저희들이 좀 무리한 요구를 해도 다 들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팁도 두둑하게 챙겨 드렸습니다. 참고로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 한국말은 못하시고 영어와 현지어만 가능하십니다. 저는 약간 서툴지만 아무튼 영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아내는 본래 미국에서 4-5 년 정도 살았는데다 최근까지 다시 미국으로 가려고 이런 저런 준비를 했던 사람이라 영어가 능숙합니다) 현지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가이드를 찾으면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좁은 데 영어를 좀 할 줄 알면 선택의 폭은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자동차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저희들을 위해 준비된 과일입니다. 작은 승합차이지만 3 열 시트라 뒤로 누울 공간은 충분합니다.
아무리 발리가 생각보다 시원하다고 하지만 한낮에 내륙은 꽤 더운 편입니다. 아무튼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차안에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밖을 구경하면서 가니까 편하기는 하더라구요. 적어도 우붓까지는 말입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생각보다 잘 정돈된 (마치 미국의 한가한 시외를 보는 느낌이라고 아내가 그러더라구요) 시내를 지나기도 하고 맑은 하늘에 뜬 연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연이 있음) 을 보기도 하고 발리의 미술가들이 그림을 걸어놓은 지역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시간 일정상 다른 곳을 생략하고 간 곳은 몽키 포레스트였습니다. 여기 원숭이들은 원숭이 사원의 원숭이보다 작고 순하다고 해서 일단 여기에 가보기로 결정했죠.
이곳에는 200 마리 정도의 원숭이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작은 원숭이들이 꽤 귀엽긴 하지만 사람이 과일 같은 걸 들고 있는 걸 보면 주저없이 사람을 올라타고 과일을 빼앗습니다. 그래도 작은 크기라 별로 무섭지는 않죠. 꽤 귀여운 원숭이들이라 한마리만 기절시켜서 가져가면 안되냐고 아내도 이야기 하더군요. 물론 농담이지만 진짜 애완용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현지에서 혹시 그런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가이드 분 말씀으로는 거의 없다고 하네요)
솔직히 원숭이보다 사람이 더 많기는 하지만 몽키 포레스트는 귀여운 원숭이들을 보고 싶다면 한번 방문해 볼만 합니다. 다만 생각보다 크지는 않아서 한 20 분 정도 천천히 둘러보면 끝이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먹을 걸 들고 있으면 원숭이가 기어올라 빼앗는다는 점을 감안해서 입구에서 바나나를 살지 말지를 감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원숭이와 직접 접촉이 싫으시면 피하시는 게 좋겠죠.
원숭이와의 만남이 끝난 후에는 우붓 왕궁과 시내를 구경하고 이후 현지에 있다는 유기농 레스트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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