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실험장이라 불리는 캄브리아기 (5억 4200 만년 전부터 4억 8800 만년 전까지) 에는 그야말로 아주 다양한 생물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습니다. 이 시기에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주요 문 (Phylum) 에 속하는 동물들이 대부분 등장했는데 인간을 포함한 척삭 동물 역시 이 시기에 그 조상이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캄브리이기의 모든 화석들이 그 후손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화석들은 너무 기묘하게 생겨서 도저히 어디에 속하는 생물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화석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할루시게니아 (Hallucigenia) 라고 불리는 0.5 - 3.5 cm 정도 되는 이상한 벌레 화석입니다.
(할루시게니아의 복원도 A reconstruction of the Burgess Shale animal Hallucigenia sparsa. Credit: Elyssa Rider )
유명한 버제스 세일 화석에서 이 동물의 화석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그 기묘한 모습 때문에 독립된 생물의 화석이 아니라 실상은 어떤 다른 큰 동물의 부속지가 일부 발견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된 할루시게니아의 화석은 보이는 것이 독립된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생김새를 보면 알겠지만 아직까지도 대체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머리인지 분명치가 않은 매우 기묘한 동물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생 동물 가운데 이와 같은 형태의 동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연 할루시게니아의 분류를 어떻게 할 지를 두고 생물학자들은 오랜 세월 갑론을박을 벌여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캠브리지 대학의 고생물학자들은 이 동물이 사실 현재에도 존재하는 유조동물문 (onychophora) 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 논문을 네이처지에 기고했습니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서 할루시게니아가 여러 층의 큐티클로 이뤄진 표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혔는데 아무래도 이 구조가 현존 유조 동물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것 같다고 합니다. 특히 꼬리 (?) 부분의 적층된 큐티클 층은 현존 유조 동물의 턱과 발톱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해 보였다고 하네요.
유조 동물은 곤충류를 포함한 절지 동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물군으로 그 수는 많지 않으나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는 동물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캄브리아기의 대형 포식자인 아노말로카리스과 (Anomalocarididae) 역시 유조 동물과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220069339720 참조)
어쩌면 유조 동물과 절지 동물, 그리고 이들 캄브리아기의 기묘한 생물체들은 한 그룹에서 기원했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할루시게니아 (현재는 lobopodian 라는 다소 불분명한 그룹으로 분류) 가 정말 이들과 연관이 있을지 아닌지는 앞으로도 연구가 계속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간에 진짜 화석이 맞는 지 부터 궁금한 기묘한 화석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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