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년 서아프리카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유행하고 있는 에볼라 출혈열 (EHF) 에 대해서 미국 등 선진국과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뒤늦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은 이전에도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전에도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소소하게 참여해 왔으나 제약 회사들은 에볼라가 주로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주로 생긴다는 점과 발생의 예측이 힘들다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고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2014 년에 이르러 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래없이 기승을 부릴 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들은 뒤늦게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특수복을 입고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루는 연구자 A researcher working with the Ebola virus while wearing a BSL-4 positive pressure suit to avoid infection Biosafety level 4 hazmat suit: researcher is working with the Ebola virus. Credit : )
에볼라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76 년이었는데 이후 지금까지 발생지역은 사하라 이남의 적도 부근 아프리카 지역으로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인수 공통 감염으로 야생에서의 감염원은 아마도 과일 박쥐로 생각되나 다른 동물에도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인간에서 감염되면 과일 박쥐와는 달리 심각한 출혈열을 일으키며 치사율이 50 - 90% 에 달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 포스트에서 다룬 바 있으니 ( http://jjy0501.blogspot.kr/2014/07/West-Africa-Ebola-Outbreak.html 참조) 이 내용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이렇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으니 당연히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뛰어든 건 당연하겠죠.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 약제는 몇가지 시도된 것들이 존재합니다. S-adenosylhomocysteine hydrolase (SAH), 인터페론 알파 2b 는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 인체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면역 글로블린 투여 역시 효과가 입증되지 못했습니다.
한편 미육군 의학 연구소 산하의 감염질환 연구소는 불임 치료에 사용되는 SERM (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 인 clomiphene 와 역시 SERM 계통으로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toremifene 을 동물실험에서 사용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거뒀으나 인체에서는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담이지만 미육군이 이런 열대 감염성 질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역시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할지도 모르는 병사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몇가지 실험적인 약물들이 존재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명성을 감안했을 때는 확실히 치료약물 개발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점이 있습니다. 에볼라만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이 시도된 약물은 사실 몇개 없는데 이는 물론 선진국에서 이 질환에 감염되는 경우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체액을 매개로 해서 주로 번지는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로 선진국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라도 격리를 통해서 비교적 쉽게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1979 년부터 2008 년까지 에볼라 출혈열 발생 지역.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Cases of ebola fever in Africa from 1979 to 2008. Map of outbreaks of the Ebola virus in Africa by strain and confirmed contractions. Distribution of Ebola Virus Outbreaks 1979-2008, South Africa Created by: Zach Orecchio University of South Florida Geography Dep. Data Source: http://www.cdc.gov/ncidod/dvrd/spb/mnpages/dispages/ebola/ebolamap.htm Date: Nov. 7, 2011)
그러나 전세계적인 에볼라 공포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초기에는 아프리카 중부에서 발생하던 것이 점점 확산되어 (초기에는 수단과 콩고 (당시에는 자이레) 에서만 생겼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분리된 초기 종들은 Sudan ebolavirus, Zaire ebolavirus 같은 명칭을 가지고 있음) 90 년대 이후에는 사실상 아프리카 전역에서 볼 수 있게 되었고 2014 년에는 서아프리카에서 대규모 유행이 일어나며 국경을 마구 넘어갈 기세를 보이자 미국의 질병 관리 센터 (CDC) 나 국립 의료원 (NIH) 같은 기관들도 이제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물론 이제는 에볼라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선진국들과 연관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여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CDC 는 현지 시각으로 7월 31일 앞으로 한달 내로 바이러스 관련 전문가 50 명을 서아프리카로 파견해 질병의 확산을 막고 WHO 와 협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자국민에게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 국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토마스 프리든 CDC 소장은 에볼라가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지만 미국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아프리카의 빈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쉽게 환자를 격리/관리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NIH 는 에볼라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 백신 자체는 이전에도 몇차례 영장류를 대상으로 개발된 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9월 부터 새로운 백신이 테스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과연 어느 정도 인간에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영장류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만약 빠르게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백신이 실제 아프리카 국가들에 전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곤 하지만 사실 당장 2014 년에는 환자를 격리하는 것 이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진작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힘썼다면 지금쯤이면 꽤 성과를 거뒀을 가능성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물론 백신이나 치료제 모두 개발과 테스틀 해봐야 실제 성과를 판단할 수 있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에볼라와 비슷한 시기에 발견된 에이즈 (HIV) 는 수많은 노력끝에 치료제 (완치는 못하지만) 는 개발된 반면 백신은 아직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아무튼 사정이 이렇게 된 만큼 2014 년의 불행한 에볼라 유행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어 인류가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에볼라로부터 안전해 지기를 바래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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