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온도가 바다 악어 진화의 핵심 ?



 매우 간단하지만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왜 악어는 강이나 호수에만 살고 바다에서는 살지 않는가 입니다. 바다는 훨씬 육지에 비해 훨씬 먹이가 풍부하고 공간이 넓기 때문에 물에서 헤엄칠 수 있다면 배고픈 악어들에게 거절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왔을 텐데 말이죠. 혹시 이런 의문을 품어보신 분들이 있었다면 최근에 프랑스와 영국의 연구자들이 Nature Communications 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악어는 23 종 뿐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얕은 물에서 서식하는데 이 중 2 종 - Crocodylus porosus 과 Crocodylus acutus - 만이 가끔 바다에서 수영을 할 뿐 다른 악어들은 짠물에서 헤엄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석상의 기록은 지난 2 억년 동안 악어의 조상들이 대략 4 번에 걸쳐서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악기 말 바다를 헤엄치는 바다 악어인 디로사우리드의 상상도.  A marine crocodilian, here a dyrosaurid, swimming in the warm surface waters during the end of the Cretaceous period. Credit: Guillaume Suan  ) 


 리옹 대학의 제레미 마틴 박사 (Dr Jeremy Martin from the Université de Lyon, France and formerly from the University of Bristol, UK) 와 그의 동료들은 왜 지질학적으로 정해진 시기에만 바다 악어가 존재했는지 조사했습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표층의 해수 온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표층 해수의 온도가 바다 악어의 번성을 좌우한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악어는 조상 때 부터 지금까지 따뜻한 기후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악어 화석이 나온다는 것은 그 일대가 악어가 살았던 당시에는 따뜻한 기후를 지녔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프랑스 리옹 대학과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고생물학자와 지질학자들은 동위원소 온도계 (isotopic thermometer) 를 이용해서 해수의 온도와 바다 악어의 번성 정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고대 화석의 이빨, 비늘, 뼈에서 산소 동위원소를 측정해 당시의 온도를 추정했습니다. 그 결과 1억 8000 만년전 악어의 조상이 바다로 진출했던 시절에는 바다가 매우 온난한 시기였던 반면 2500 만년 후 바다악어가 멸종했던 시기에는 다시 지구가 한랭화 되면서 바다의 수온이 떨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다 악어류는 이런 방식으로 바다가 온난한 시기에는 바다에 진출했다가 이후 한랭해지면 멸종되었다는 것이 이들이 세운 가설입니다.  




(쥐라기 바다에서 서식한 바다 악어인 펠라고사우르스. An example of a pelagosaur, a marine crocodilian from the early Jurassic. Specimen from the Bath Royal Literary and Scientific Institution, Bath UK. Credit: Jeremy Martin) 


 화석 기록상에 나타난 바다 악어의 주기적인 번성과 멸종은 상당 부분 이 가설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한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쥐라기 중기에서 백악기 초기에 번성한 Metriorhynchidae 과에 속하는 바다 악어들은 바다의 수온이 떨어진 백악기 초기에도 바로 멸종하지 않고 수백만년을 더 견뎌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세운 가설은 좀 더 연구와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 시대의 바닷물의 수온이 악어에게 적당하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요 ? 미래 온난해진 지구에는 백사장에 '악어 주의' 표지판이 세워지는 날이 올까요 ? 재미있는 상상지만 일반적으로 진화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가까운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eremy E. Martin, Romain Amiot, Christophe Lécuyer, Michael J. Benton. Sea surface temperature contributes to marine crocodylomorph evolution.Nature Communications, 2014; 5 DOI: 10.1038/ncomms565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제한적인 효과만을 확인한 렘데시비르

   현재 렘데시비르는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중증 코로나 19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이 부족해서 갑자가 중증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날 경우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경증이나 무증상은 당연히 치료가 필요없거나 대증 요법 정도)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에 급한 연구는 아니지만, 나중에 수급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낮아질 때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다아애나 브레이너드 박사 ( Dr. Diana Brainard of Gilead Sciences )는 병원에 입원이 필요했던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584명을 렘데시비르 5일, 10일 투여 실험군과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으로 나눠 임상 경과, 사망 등 중요한 합병증 발생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40% 이상은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57세였습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2%, 5일 투여군의 2%, 10일 투여군의 1%가 사망했으나 사망자 수가 4명, 3명, 2명 정도로 통계적 차이를 판단하기에는 사망자 수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5일 투여군에서 임상 경과가 다소 호전되는 것을 판단했으나 10일 투여군에서는 통계적 차이를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확실한 임상적 이득이 없었습니다.     5일 투여량만 해도 가격이 312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등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설령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공급이 불안해 중증 환자 투여 물량 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뛰어나면서 저렴한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178Tb/s - 광섬유 통신 신기록 수립

  ( Lidia Galdino, lead researcher on the study. Credit: James Tye / UCL )  현재 가정에 들어오는 초고속 광통신은 10Gb/s 정도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사실 광섬유를 통해서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은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 가운데서는 이미 1Tb/s 이상이 속도를 지닌 것들이 많아 미래에는 테라 인터넷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가운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의 리디아 갈디노( Lidia Galdino )가 이끄는 연구팀이 178Tb/s라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입니다.   광섬유 통신을 위한 주파수는 4.5THz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은 9THz 벽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16.8THz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습니다. 주파수가 높을 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6.8THz의 주파수로도 178T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은  Geometric Shaping (GS) 방식으로 레이저 신호의 페이즈, 밝기, 편광 수준을 조절해 여러 신호가 서로 간섭 없이 전달되게 만들어 이런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항상 그렇듯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광섬유는 장거리 정보 전송이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오류 없이 장시간 작동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꾸 에러가 생기거나 고장난다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무용지물입니다. 이 단계를 극복하고 경제성까지 갖춰 실용화 되는 경우는 사실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Tb 급 대역폭을 지닌 광통신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테라바이트 급 정보도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 전화선을 이용한 56K 모뎀에서 지금의 광섬유 기반 초고속 인터넷이 온 것처럼 속도는 계속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위험성이 큰 동물은?

  ( A new genomic study ranks the potential of the SARS-CoV-2 spike protein to bind to the ACE2 receptor site in 410 vertebrate animals. Old World primates and great apes, which have identical amino acids at the binding site as humans, are predicted to have a very high propensity for binding ACE2 and are likely susceptible to SARS-CoV-2 infection. Credit: Matt Verdolivo/UC Davis )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SARS-CoV-2는 사스 및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박쥐를 자연 숙주로 삼는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입니다. 따라서 본래 박쥐에 살던 바이러스가 중간 단계를 거쳐 사람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SARS-CoV-2 역시 사람에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종을 넘어 다른 포유류나 조류, 혹은 척추동물에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로인 ACE2 수용체는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SARS-CoV-2와 ACE2 수용체의 결합 수준은 동물마다 큰 차이가 있어 감염 위험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UC Davis)의 조안나 다마스 (Joana Damas)와 그 동료들은 410종의 척추동물에서 ACE2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해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ACE2 수용체 전체가 아니라 25개의 아미노산 배열이 특히 결합력에 큰 영향을 미쳐 감염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연구 결과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사람과 가까운 침팬치, 고릴라, 보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