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다세포 동물의 진화는 아마도 생물의 대폭발이 있었던 캄브리아기 이전 시대에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것이 최초의 다세포 동물' 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화석은 불분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이른바 전단계 동물 'proto animal' 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화석들이 에디아카라기 (6억 3500 만년전에서 약 5억 4100 만년전) 사이 화석들에서 발견됩니다. 이전에 소개한 rangeomorph ( http://jjy0501.blogspot.kr/2014/08/3-rangeomorph.html 참조) 역시 그런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세포 동물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근육 조직의 존재입니다. 동물이라고 하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움직이는 생명체를 생각하게 마련인데 최근 에디아카라기의 화석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근육의 흔적을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현재 볼 수 있는 것 같은 형태의 근육은 아니고 매우 독특하게 보이는 실타래 같은 조직 화석이 발견된 것입니다. 진짜 근육이라고 가정해도 기이한 모습이지만 복원된 모습은 생명체라고 보기에도 뭔가 기이한 모양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초의 근육 화석 ? An artist's reconstruction of H. quadriformis. Credit: Martin Brasier)
이 화석의 주인공은 5억 6000 만년 전에 형성된 캐나다 뉴펀들란드의 지층에서 발견되었는데 본래 에디아카라기의 화석들은 대부분 기괴하게 생긴 것들이 많지만 이것 역시 매우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양세를 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4 방향 대칭 (four-fold symmetry) 성을 가지고 있는 이 생명체의 이름은 Haootia quadriformis 라고 정해졌습니다.
이 화석을 발굴한 옥스퍼드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자들은 이 새화석이 자포 동물문 (cnidarian, 히드라, 말미잘, 산호 등) 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생물은 고대의 바다에서 아래 부분이 고정된 상태로 흐르는 물에 나풀거리면서 먹이를 잡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후손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과 매우 유사합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캠브리지 대학 지구과학부의 알렉스 리우 박사 (Dr Alex Liu of Cambridge's Department of Earth Sciences) 는 이 발견이 초기 동물의 탄생이 우리가 이전에 생각하던 것 보다 더 오래전일 수 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이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전에 다세포 동물의 조상이 출현했을 것이지만 불행히 현생 동물의 직접 조상이 될 것 같은 화석은 매우 희귀하며 그나마 발견되는 화석은 매우 기괴하게 생겨서 어디에 속하는지 조차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이런 화석의 발견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매우 기괴하게 생기긴 했지만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표면에 존재하는 주름이 초기적인 형태의 근육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시기 (에디아카라기) 화석들은 매우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현존 동물과는 달리 딱딱한 골격도 없으며 대부분 부드러운 모래위에서 살다가 화석이 된 경우라 모래에 해파리가 눌린 것 같은 화석 뿐입니다. 물론 이 화석도 마찬가지죠.
(H. quadriformis. Credit: Jack Matthews)
(H. quadriformis. Credit: Alex Liu)
비록 저자들이 면밀한 검토 결과 근육 조직의 조상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회의적인 다른 과학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드네요. 현재 우리가 100%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에디아카라 시절 바다 어딘가에는 우리 동물들의 조상 뻘 되는 생명체가 바닷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느긋하게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과연 조상님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
참고
"Haootia quadriformis n. gen., n. sp., interpreted as muscular Cnidarian impression from the Late Ediacaran period (approx. 560 M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x.doi.org/10.1098/rspb.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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